이강석 전 남양주부시장
‘각목 버드나무’ 이야기다. 수원시 영통구청과 삼성전자 중간을 지나는 원천천 돌다리 인근에 가로세로 20cm 정도의 소나무 각목이 박혀 있다. 수면 위로 90cm쯤 올라온 용도를 알 수 없는 각목 위에 가녀린 버드나무 다섯 줄기가 20cm 정도 자라고 있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각목 좁은 자리에 구조헬기처럼 자리를 잡았거나 어느 해 장마철에 상류에서 떠내려가던 버드나무 뿌리가 이 각목의 틈새에 끼어들 무렵 수위가 낮아졌고 그 상태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린 것으로도 보인다. 나무에 대해 비전문가이지만 뿌리가 걸려 활착된 것으로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본다.
그래서 이 상황을 ‘각목 버드나무’로 명명하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원시에 이식을 건의했다. 물 흐름에 방해가 돼 하천변 이식은 안 된다는 답변이 왔다. 그 하천 어디에 심자는 의견이라기보다는 시민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수원시정의 따스함과 세밀함을 자랑할 기회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는데 단순 건의로 평가한 것이 아쉽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의견을 보내면서 양평군 용문사의 은행나무 사례를 들었다. 대략 1천100년 전에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들고 있던 은행나무 지팡이를 그 자리에 심었다는 전설이 있다. 2024년에서 935년을 계산하면 1089년이다. 11년생 은행나무 가지였다면 1천100살 은행나무가 맞다. 그래서인지 경기도의 나무는 은행나무다.
이 나무는 세종대왕 재임 시 정3품 당상관의 직위를 받았다. 정3품이면 오늘날 1~2급 공무원에게 해당한다. 1급 공무원은 경기도청의 행정1부지사, 행정2부지사, 경제부지사, 황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고 2급 공무원은 수원, 화성 등 인구 50만 이상 시의 부시장, 경기도청의 실장이다.
오산시 궐리사 은행나무는 500살이다. 잠시 죽었던 은행나무가 정조대왕이 선왕의 왕릉 자리를 찾기 위해 방문 후에 살아났다는 전설을 감안하면 550살로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산시에는 산림연구소의 나이 측정 결과 550살이라는 자료가 있다.
다음으로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나무는 석송령이다. 600년 전 장마철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소나무 묘목을 나그네가 지금 그 자리에 심었다. 나무의 높이는 10m이고 동서 길이는 32m로 그늘 면적이 324평인데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에 자리 잡아 관광객을 모으고 있는 석송령은 성은 석이요 이름은 송령으로 예천군 토지대장에 근거해 종합토지세가 부과되고 납부된다.
또 누구나 아는 정2품송은 세조의 가마가 그 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 “연이 걸린다”고 말하자 가지를 들어 지나가게 했다. 감동한 세조는 정2품의 벼슬을 내렸다. 그래서 ‘연걸이 소나무’라고도 부른다. 정2품이면 오늘날의 장관급이다.
이처럼 긴 호흡으로 미래의 역사 스토리텔링을 제안한 바인데 주무 부서에서는 각목을 잘라 하천변에 심자는 생각 정도로 평가한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루트로 접근한 바 수원시의 적극적인 공무원과 연결됐다.
적극 행정의 주인공에 의해 2024년 3월까지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총괄적인 구상은 3월 따스한 날에 각목을 잘라 이식하는 방안이 나왔다. 덕분에 ‘각목 버드나무’를 이식해 활착에 성공하면 역사는 시작되고 10년 이내에 스토리가 생성되고 20년이면 역사를 축적하게 될 것이다. 올 3월 어느 날 수원시 공무원의 적극 행정으로 연약한 버드나무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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