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이 있다. 길흉화복(吉凶禍福)이 정해졌다기보다는 돌고 도니까 받아들이기에 따라 아픔도 기쁨이 될 수 있고, 기쁨도 아픔이 될 수 있다는 말로 풀어본다. 예외 없이 들어맞을수록 진리가 된다. 새옹지마는 길게 보면 정말 거의 예외가 없어 보인다.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흉과 화의 아픔은 길과 복의 기쁨보다 구체적으로 닥쳐 당장의 괴로움을 견디기가 어렵다. 어렵사리 퇴직금까지 털어서 마련한 음식점이 날아가고, 직원 챙겨주고 남은 게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아픔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개인으로서는 앞이 보이질 않는다. 오죽하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생길까? 더구나 이렇게 닥치는 흉과 화는 사람을 차별하고 빈부를 차별한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노출되기 쉽고 벗어날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넉넉한 사람은 세찬 비바람을 피해 있거나 오히려 거기서 다른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넉넉하지 않더라도 운이 따르고 열심히 노력하면 닥친 위기에서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꼭 코로나19 덕이라고만 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눈에 띄게 격상된 데에는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결정적이었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별로 없다. 식품이나 의약품, 화장품이 이렇게 인기가 좋은 데에는 코로나19라는 위기에 잘 대처한 덕을 본 셈이다. 우리가 예전에 미제, 일제, 독일제를 그토록 선망했던 걸 돌이켜보고 또 중국산 김치 문제를 함께 따져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위상은 거시경제 안정성, 환경과 사회 및 지배구조(ESG) 평가 등에서 1위 혹은 1등급에, 국민총소득 3만 달러에 인구 5천만 이상이라는 30-50클럽 7번째 가입국이고 경제 규모도 10위에 수출은 7위다.
새옹지마는 <회남자> 책에 실려 2천150년을 살아남았다. 앞으로 인류가 살아 있는 한은 사라지지 않을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길과 복, 흉과 화가 극과 극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새옹지마란 말로 위안을 삼기는 너무 한가하다. 곧 대통령 선거도 다가오는 만큼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해 보고 또 후보한테 구체적으로 물어야겠다. 개인은 새옹지마에서 배움을 얻어 아플 때 견디고, 기쁠 때 경거망동하지 않는다지만, 국가는 어려움에 닥친 사람들이 견뎌 이겨내 다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기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유방의 자손인 황족이던 유안(劉安)이 세상에 제 힘과 재주를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인물들을 모아 펴낸 책이 회남자다. 국가는 새로운 뉴딜에서 정보화와 디지털화 등과 마을 일에 일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원봉사와 평생학습을 연계해 나이 불문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고수들을 길러낼 체계를 다져가야 한다. 거기에 이른바 있는 사람들도 유안처럼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고수들을 모아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문화가 유행하면 어떨까?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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