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까지 2주 남짓 남겨두고 있다. 과반수 득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낮고, 박빙의 승부로 끝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다보니 진영별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보 간 단일화를 타진하는 일은 의미가 있지만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결국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를 단념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쪽은 전문성을 보충할 파트너가 필요할 만도 한데 끝내 마다했고, 다른 한쪽은 자격의 우월함을 내세우는 길을 택했다. 이로써 이재명 후보가 단일화와 통합의 담론을 선점하는 기회가 커진 듯하다. 그는 뜻 맞는 후보와의 단일화를 절실하게 다루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선거과정과 무관하게 ‘국민내각 통합정부’를 구성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공약한 상태다.
통합정부는 국정 권한을 정권 창출 파트너 또는 잠재적 국정 참여 주체와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런 새 정부가 구성된다면 정부가 국민과 함께 새로운 헌정체제를 구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그렇게 개헌을 준비하는 통합정부는 필시 새로운 국정운영 체제에서 작동하게 될 정부를 미리 선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통합정부론의 원칙과 방향성을 선거 전에 공유하며 동료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 전에 동료를 얻지 못하고 승리한 경우더라도 대의(大義)를 따라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도 관건이다.
통합정부론이 대통령제를 포기하거나 그럴 것이라고 간주되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프랑스식 반(半)대통령제는 매력적이지만, 오늘날 국정 사무는 국가원수의 것과 행정수반에 속하는 것으로 쉽게 나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독일형 의회제 역시 대안이었다. 하지만 내각불신임과 의회해산이 낳을 불안정을 우리가 과연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제는 우리 헌정사의 유산이고,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는 여전히 강력하고 안정적인, 그러면서도 적절히 제어되는 대통령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이 국민뿐만 아니라 국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며, 합의 지향 국정을 펼칠 수 있도록 개혁을 궁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기서 책임총리제가 새로운 국정운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 가능한 책임총리제는 거대 양당 외 정당(들)도 국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창출하여 실질적으로 다당제를 구현할 것이고, 결정적으로는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더 많이 수렴하는 국정을 펼치게 할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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