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의 시대란 말이 곧바로 신선함, 설렘 같은 밝은 느낌으로 이어지진 않는 게 역시 코로나19의 여파 탓일 듯하다. 그래도 새로운 기준을 대하는 우리 자세는 남다르고 전과도 달라야 한다. 예전 기준, 예전의 일상에선 이른바 선진 사회에서 만든 기준을 되도록 빨리, 잘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삼으면 됐다. 우린 그 일을 정말 잘했다. 그 덕에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선진국이 됐다. 이제 새 기준이 서는 새 일상에서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자원봉사도 그랬다. 본디 우리 게 아니었다. 용어도 개념도 프로그램도 이미 다른 나라에서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늦었지만, 또 나름의 방법을 동원해 따라잡느라 노력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자원봉사센터다. 애초 선진 사회의 자원봉사는 우리처럼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따라가는 처지에서 자원봉사센터는 나름 큰 공을 세워, 어느덧 자원봉사가 사회의 구석구석에 젖어 들었다.
그간 자원봉사 활동은 대면해 정을 나누는 걸 중시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이 대세다. 그러나 그 방식이 유효한지, 또 지속 가능해 미래가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런 방식으로 진화했을 뿐이다. 긴 안목에서 볼 때 비대면 자원봉사라 하더라도 시<2027>공간을 초월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비접촉 방식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나가야 한다. 온라인 자원봉사활동이 크게 확대됐다지만 여전히 필요한 분야는 대면 서비스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설봉쇄 조치로 생활 시설은 애초의 비개방성에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더해져 격리와 고립의 이중고를 겪었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파편화와 각자도생의 개인화 현상이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예상되는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정보통신기술이 취약한 계층이라면 또 다른 소외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들을 위한 대안 마련은 물론이고 비대면에 특화된 자원봉사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둘째, 자원봉사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그동안 자원봉사 제도에 적용되었던 개념, 운영방식, 정책 등을 돌이켜 확인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이제 도움을 주는 위치이니, 우리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차원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라는 새 분야에서 세계적 기준까지 따라잡는 동안 큰 역할을 해온 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이 다시 기대되는 때가 됐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도 코로나 시대 위험의 일상화 속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를 돕고자 시민에게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길을 열어 제시해왔다. 특히 2021년부터 정책연구팀을 설립한 점은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시대에 어울리는 대처로 보인다. 남들이 걸어보지 못한 길과 기준, 프로그램과 정책을 개발해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정책 개발을 기대해 본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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