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연대감·정체성은 무엇일까

법무부, 혈통주의 국적법 개정 추진했으나 무산
보충적 출생지주의 도입시 국내 출생자 국내서
성장·교육이수 등 살펴 연대감·정체성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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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홍 이민정책연구원 부원장

2021년 법무부는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에게 국적을 부여하기 위해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는 ‘부 또는 모(대한민국에서 출생)가 영주자격을 가질 것’과 ‘6세 이하이거나 7세 이상으로서 5년 이상 계속해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면 신고 절차를 통해 쉽게 국적 취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국가 출신의 증가로 인한 정치적 결정이 편향될 수 있다는 여론 등에 부딪혀 입법 추진이 중단됐다. 이러한 논란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연대감과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보호 등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책임과 의무를 함께 한다는 연대감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과 국가 간의 법적 유대관계를 규정한 것이 국적법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적법에 따라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사람은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 해외에서 출생해 교육을 받은 사람이 국내에서 생활할 경우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 정체성 혼란 등을 겪더라도 혈연이라는 유대를 통해 국민으로서의 연대감과 정체성을 가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내 출생자의 부모가 모두 외국 국적을 가지더라도 국내에서 출생해 성장하고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이수할 경우 대한민국의 언어, 문화, 헌법적 기본가치 등을 이해하면서 우리 사회에 통합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국적법은 그가 미성년자일 때 그의 부 또는 모가 귀화 허가를 신청할 때에만 함께 귀화를 신청할 수 있으므로 부 또는 모가 허가를 받지 않는 한 국적 취득을 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이민정책연구원, 서울시, 교육청 등이 함께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태어나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은 이주배경 아동은 한국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고 오히려 부모 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성인이 돼 가면서 차츰 국적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 소외감, 진로에 대한 불안감 등을 느끼게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주배경을 가진 초·중·고교생 수는 19만3천814명으로 전체 학생 수의 3.8%를 차지한다. 2017년 이주배경 학생 수(10만9천387명)가 전체 학생 수의 1.91%를 차지한 것과 비교할 때 학교에서 이주배경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주배경 학생 중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는 14만6천804명으로 74%를 차지한다.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중에서 국내 출생자는 91.8%이고 해외출생자는 8.2%를 차지한다. 그리고 부모 모두 외국 국적을 가진 학생은 4만7천10명으로 이주배경 학생의 24.3%를 차지하며 2020년 21.4%에 비해 증가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혈연만을 중심으로 대한민국과 법적 유대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혈통주의 원칙과 함께 보충적 출생지주의를 도입한 국가 사례를 보면 독일은 부모 모두 외국 국적을 가진 국내 출생자는 그 부 또는 모가 8년 이상 독일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거나 영주권을 가지고 3년 이상 거주하면 출생과 동시에 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 복수국적을 갖게 되면 18세가 된 후 5년 이내에 하나의 국적만을 선택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국내 출생자가 13세까지 프랑스에 거주하면 16세부터 18세까지 국적을 신청할 수 있다. 영국은 부 또는 모 중 한 사람이 영주권을 소지한 경우 출생과 동시에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외국의 입법 사례, 보충적 출생지주의를 도입할 경우의 우려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다음과 같은 입법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국내 출생자가 국내에서 성장하고 교육을 이수했는지를 살펴 국민으로서의 연대감과 정체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후 대한민국에서 13년 이상 거주하면서 초등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초·중등 교육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경우 16세부터 18세까지 특별귀화 신청을 허용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귀화자는 병역의무가 면제되지만 동 대상자에게는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으로서의 연대감과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고 부족해지는 인적 자원을 보충할 수 있다.

 

둘째,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로 원정출산을 오는 문제와 부모가 아동을 국내 정주 수단으로 이용하는 문제를 고려해 우선 부 또는 모가 영주(F-5) 체류자격을 가진 경우로 한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회, 정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을 통해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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