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관계회복 프로그램 등 교육적 조치 학교 자체적 해결 위해 법령상 권한 부여 학폭위, 갈등·분쟁 해결사로서 역할 기대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학교폭력 행정소송’을 주제로 학교폭력 실무 관련 강좌가 개최됐다. 학교폭력을 다루는 판사와 변호사를 비롯해 교육(지원)청에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업무를 다루고 있는 담당자가 다수 참여해 학교폭력 행정소송의 동향 및 학교폭력 사안 처리 관련 실무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고 한다. 필자 역시 교육청에서 9년 넘게 학교폭력 및 교육법률을 지원하는 변호사로 근무하며 교육 현장의 해석과 다른 법원의 해석에 난감하기도 답답하기도 했던 적이 많았다. ‘법’과 ‘법원’은 참 무거운 것이어서 결국 교육 현장과 괴리가 있는 판사의 해석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이 같은 강좌 및 협의회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돼 간극을 줄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건의 건수가 2022년 51건에서 2024년 9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에는 학교폭력 전담재판부까지 신설된 상황이다. 그러나 행정소송 단계를 경험했던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이라면 ‘판결’이라는 것이 결코 분쟁의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이번 강좌에서 발표를 맡은 판사들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학생들 간 진정한 화해가 있으면 소송의 형태로 종결하는 것보다 조정이나 자체 해결로 결론을 짓는 것이 교육적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하거나 “학교폭력은 교육의 문제로 재판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강조했다.
학생들 간 관계회복의 가능성이 있는 건이라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도록 하고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지 못한 건이라 하더라도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전 심의 취소가 되도록 하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면 피해 학생 및 가해 학생 측이 납득할 만한 교육적 조치가 나오면 좋겠다. 그러나 이미 온갖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학교폭력 관련 교육현장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학교장 자체 해결로 처리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상 네 가지 요건(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았을 것,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되거나 복구 약속이 있을 것, 지속적이지 않을 것, 보복행위가 아닐 것)을 모두 충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고 학생 측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기에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라도 학교장은 해당 사안을 학교 안에서 종결할 수 없고, 관계회복의 여지가 있다 해도 네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자체 해결로 종결할 수 없으며, 경미한 건으로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해도 양측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률적인 학교폭력 사안 처리는 피해 학생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 학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도움을 주고 징계가 아닌 방법으로도 가해 학생을 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교육전문가인 학교장 및 교원의 다양한 조정 프로그램의 운영 등을 전제로 학교가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법령상 권한이 부여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심의위원회는 양측의 손해배상에 관련된 합의조정과 그 밖에 심의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한 조정을 할 수 있는데 교육부는 ‘2025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일부개정을 통해 교육지원청에서 분쟁조정을 담당하는 특별소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안내하며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동안 가해 학생 조치를 내리는 데 집중됐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학생 및 보호자들 간 갈등이나 분쟁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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