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美 트럼프의 관세 위협과 서희의 담판

유영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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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탄핵 국면의 지속은 주가, 환율, 수출, 수입, 물가 등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를 반영한 것인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에 2.1%로 제시했다가 올해 들어서자마자 1.9%로 하향 조정했다. 앞으로 0.1~0.2%포인트 정도, 아니 그 이상의 추가 하락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경제가 성장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하락한다는 것은 사회에 진출하는 세대에게 주어질 새로운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더 나아가 직장인은 기존 직장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특히 자영업자를 위시한 일반 서민의 삶은 직격탄을 맞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하락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희망을 다시 절망으로 몰고 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발 대형 악재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재 관세 부과라는 무기로 세계의 수많은 국가와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 물론 경제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이 주 타깃이지만 중국만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국인 유럽연합이나 캐나다 할 것 없이 전방위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과연 이 파고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존망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이는 좋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고려 초 거란의 대군이 침입했을 때 서희는 거란 장수 소손녕과 담판해 교전을 치르지 않고 적을 물리친 적이 있다. 서희가 소손녕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거란의 본심을 제대로 파악해 대처했기 때문이다. 당시 동북아 국제정세상 거란은 송나라를 도모하려 했는데 고려가 거란의 뒤에서 위협 요인이 되고 있었다. 거란은 이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자 했던 것이지 고려 침입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 트럼프 정부의 본심은 무엇일까. 이것을 알면 우리의 대응은 서희가 거란에 했던 것처럼 쉬워질 수도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이 오히려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반전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이 관세전쟁을 벌인다고 미국 경제, 특히 제조업이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래 유망 산업의 하나인 전기차는 말할 것도 없고 첨단 미래 산업 분야인 인공지능(AI)이나 양자컴퓨터 분야조차 중국에 따라잡혔고 미국 제조업은 인건비나 제품 가격 측면에서 도저히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 상태다. 이 점을 트럼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관세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오로지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세계 패권이 어디로 가느냐는 ‘역사는 돈이다’(강승준 저)라는 책에서 잘 설파하고 있듯 경제력, 즉 자본이 어디로 쏠리고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거대 자본이 미국을 벗어나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트럼프의 심중에 급선무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 관세는 좋은 수단이 된다. 물론 관세전쟁은 미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쇼라는 측면도 있다.

 

이것이 맞다면 한국은 이번 관세전쟁에서 트럼프를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중국에 치중하지 않을 것임을 잘 이해시키면 된다. 더 나아가 한국에 관세 부과를 하지 않는 것이 향후 북미 간 평화 국면 조성 시 북한을 포함한 한국, 즉 한반도를 미국 경제의 활력처가 되는 새로운 경제 회랑으로 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해답은 관세 그 자체에 대한 경제적 대응보다 외교적 역량에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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