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청년 세대에 날아든 ‘중국인 건강보험’ 청구서

젊은 직장인들이 말한다.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뗀다.’ 그러면서 말한다. ‘외국인 치료비를 내줄 여유가 있나.’ 대한의사협회가 밝힌다. ‘외국인의 건보 무임승차는 막아야 한다.’ 그러면서 밝힌다. ‘별도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자 많은 국민들이 얘기한다.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에 보건복지부가 답한다. ‘상호주의 적용 국가가 많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답한다. ‘인권, 외교 마찰이 생길 수 있다.’ 2019년 시작된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다.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물면 해당된다. 세계 모든 국가의 국민이 대상이다. 실질적으로는 중국인이 압도적이다. 2024년 8월 현재 중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10만여명이다. 정책 분석의 핵심이다. ‘중국인’ 적자가 심각하다. 2019년 987억원, 2020년 239억원, 2022년 229억원, 2023년 640억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다. 국내 보험료와 세금으로 채워가고 있다. 사취 또는 편취도 심각하다. 2023년 2월 뜬 중국 SNS 영상이 있다. ‘성심성의껏 양털을 뽑아줘야지’, ‘2년에 한 번 무료 건강검진, 스케일링 또는 사랑니 뽑기, 한의원 마사지, 병원 진료 등 혜택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불법 수급 범죄도 급증했다. 보험증 대여, 도용 등이다. 적발된 외국인만 2024년 1만7천87명이다. 1년 새 16.8% 늘었다. 돈으로 치면 25억원이다. 여기서도 70% 이상이 중국 국적 외국인이다. 나 같은 세대야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세금으로 알고 살아왔다. ‘누군가는 빼 쓰겠지’.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겪는 박탈감은 다르다. 직장 1년 차 A(28)의 월급명세서가 있다. 총액 400만원에 실지급액 320만원이다. 거기서 건보료가 30만원 나갔다. 19일 아침 기사를 A도 봤다. 언론마다 외국인 건강보험료 문제로 도배됐다. -중국인 가입자는 2만7천명 늘었다... 외국인 부정수급액도 28% 늘었다-. 뭐라 했겠는가. ‘내가 왜 중국인들 건강보험료까지 떼 줘야 하냐.’ A를 비인도적이라고 나무랄 건가. 외교 무지렁이라고 욕할 건가. 많은 직장인의 원성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 중에 이런 게 있다. ‘건강보험 상호주의 원칙’. 그리고 이 대안이 도출한 법안이 있다. ‘건강보험법 개정안’. 상대국과 균형을 맞춰 건강보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당연한 듯 여겨지는 원칙이다. 호혜 평등에도 맞아 보인다. 그런데 담당 부처는 선뜻 받지 못한다. 내세우는 이유가 앞서 살핀 대로다. ‘외국의 예가 많지 않다’거나 ‘인도적·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다. 왠지 궁색하지 않나. 상호주의? 때마침 세계를 덮은 화두다. 트럼프 행정부가 써 먹는 관세 개념이다. 재화의 흐름을 따라 형성된 관세가 있다. FTA라는 국제법상 조약이 근간이다. 이걸 트럼프는 마구 뒤집었다. 미국 이익에 맞춰 해석했다. 앞서의 FTA는 휴지조각처럼 버려졌다. 이게 트럼프식 상호주의다. 그러자 세계 각국도 저마다의 상호주의를 꺼냈다. 중국식 상호주의... EU식 상호주의.... 지금의 상호주의는 극단의 국익주의다. 우리만 참 낭만적이다. 중국 등 세계인을 향해 먼저 베풀었다. 그래놓고 우리도 해달라고는 못한다. 비인도주의적이라고 한다. 외교적 결례가 걱정된단다. 그러는 사이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 외국인 가입자가 늘고, 적자 폭이 커지고, 부정수급이 늘고 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2019년 등장부터 빚이었다. 그 빚이 6년 만에 현실화됐다. 서명도 한 적 없는 청년들에게 ‘중국인 건보료’ 청구서로 날아들었다.

[김종구 칼럼] 신안산선 참변에 드리운 정치인·국토부 책임

‘신안산선 개통 연기를 규탄한다.’ 2024년 7월10일 국회 소통관이다. 국회의원 14명이 현수막을 들었다. 신안산선 노선 경유 지역 의원들이다. 4년 연장을 요구한 사업 시행자를 맹 비난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 20개월로 단축한 국토부도 비난했다. “부실관리 늑장 대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신안산선 공사 강행을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9개월 뒤, 신안산선 공사 현장이 무너졌다. 광명 지역 지하터널 제5-2공구다. 4월11일 오후 3시13분이었다. 지하 터널의 상부 도로가 주저 앉았다. 근로자가 사망했고 인근은 초토화됐다. 사고 현장의 증거가 남아 있다. 공사장 폐쇄회로 TV 화면이다. 사고 전날 밤 터널 현장이 무너졌다. 흙더미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아치 형태 천장 부위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미 사고 하루 전부터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붕괴 조짐이 보이는데 밀어붙인 공사였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처분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기다리면 된다. 이와 별도로 지적하고 가려는 대목이 있다.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였다는 정황이다. 공기에 쫓긴 조급증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CCTV 속 모습부터 여간 이상하지 않다. 살폈듯이 현장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 무너질 곳에 인부를 밀어 넣은 꼴이다. 그 이유가 전체 흐름 속에 있다. 2023년 1월 감사원이 경고했다. ‘지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시행사 넥스트레인도 경고에 동의했다. 전 구간 개통 시기를 연기하려고 했다. 2029년 4월을 제시했다. 당초보다 4년 미루는 안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 판단이 옳았다.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공사 일정만은 훨씬 넉넉했을 것이다. 이 계획이 무시 당했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하는 과정이었다. 당초 요구보다 28개월 앞당겨졌다. 2026년 12월로 완공 목표를 확정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시했다. 공시된 날짜는 이후 공사의 절대 목표가 됐다.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감사원이 붕괴 위험을 경고했고, 시행사가 공사를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토부 협의에서 공기가 당겨졌다. 감사원 지적을 무시한 것인가. 누가 왜 바꾼 것인가. 확인해 봐야 한다. 그 즈음-2024년 7월- 정치가 등장한다. 1명도 아닌 국회의원 14명이 나섰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이 옆에 있었다. 국토부 백원국 2차관도 앉아 있었다. 이 분위기에서 쏟아진 성토다. 국토부와 시행사에는 더 없는 압박이었을 게다. 의원들 스스로 이날 압박의 효과를 자랑했다. 지역민 보라고 이런 자료를 뿌렸다. “○○○의원, 신안산선 완공 연기를 강력히 성토했다.” 그 증거는 여러 언론에 활자로 남아 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2028년 4월이다. 4년 연기됐다면 2029년 4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 못한다. 20개월 연기되면 2026년 12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이 가능하다. 이래서 ‘4년 연기’에 분노했던 것인가. 송옥주(화성갑), 양문석(안산갑), 김현(안산을), 박해철(안산병), 문정복(시흥갑), 조정식(시흥을), 임오경(광명갑), 김남희(광명을), 강득구(안양만안). 그때 성명 냈던 의원들이다. 사람이 빚은 재앙-인재(人災)-임이 분명해 보인다. 경찰 수사는 그 ‘누군가의 잘못’을 찾는 작업이다. 숨진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시킨 책임, 시공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공사에 촉박한 일정을 강제한 책임, 시행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행사의 안전 판단을 무력하게 만든 책임, 국토부·정치인이 져야 할 것이다. 형사 책임의 경계는 어디선가 끊길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 책임의 경계까지 자르고 갈 순 없을 것이다.

[김종구 칼럼] 길 위의 보수, ‘충분했다’ 이제 멈출 때다

정치부장 때 노무현 탄핵을 취재했다. 대통령의 정치 중립 위반이 사유였다. 경기·인천 언론 국장단 간담회 발언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도 밥을 먹고 있었다. 빵으로 시작하는 양식이었던 거 같다. 그 밥자리 직전 발언이었다. 한나라당이 탄핵으로 끌고 갔다. ‘내가 현장에서 들었는데 문제 없는 발언인데....’ 주위에 몇 번을 얘기했다. ‘내가 부족한가 보다’며 반성도 했다. 하지만 최초 내 판단이 맞았다. 탄핵 기각, 노무현 대통령 복귀. 논설실장 때 박근혜 탄핵을 취재했다. 최순실 특혜와 국정 농단이 사유였다. 연설문 대리 작성이 시작이었다. 최태민 목사, 7시간 불륜, 보톡스 시술, 비아그라 매입.... 지금도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난무했다. 2016년 12월9일 국회가 탄핵을 소추했다. 내란·외환의 죄가 없는 탄핵이었다. 법에서 배운 것과 달랐다. 하지만 내 취재와 칼럼은 여론에 묻혔다. 법(法)도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을 따라갔다. 탄핵 인용, 박근혜 대통령 파면. 주필인 지금 윤석열 탄핵을 취재한다. 12·3 계엄 선포가 사유다. 모든 국민과 세계 언론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탄핵을 소추했다. 오늘까지 110일간 헌재가 심의·평의를 해왔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주장이 첨예하다. ‘헌법 위반’(국회)과 ‘내란죄 철회’(윤), ‘명백한 증언’(국회)와 ‘오염된 증언’(윤), ‘검찰 조사 인정’(국회)과 ‘헌재법 위반’(윤).... 이번 취재를 한 문장으로 모아본다. ‘행위가 과연 파면에 이를 정도인가.’ 4월4일 오전 11시에 결정 난다. 모든 논쟁은 거기서 정리될 것이다. 재판관들의 절묘한 법어(法語)가 등장할 것이다. 항고도 재심도 없는 탄핵은 그렇게 끝난다. 나는 결과를 모른다. 남 모르고 나만 아는 정보는 없다. 그러니 쓸 가치도 없다. 맞으면 요행이고 틀리면 망신이다. 대신 이 얘기는 적어 두겠다. 전국을 뒤덮었던 보수의 물결이다. ‘노무현’ 땐 전혀 없었고, ‘박근혜’ 땐 거의 없었다. 그 모습을 적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 거다. 탄핵과 길거리 투쟁은 진보의 무기였다. 어이 없는 노무현 탄핵도 그들이 증명했다. 내란 없는 박근혜 탄핵도 그들이 완성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탄핵 반대로 뭉친 보수가 길거리를 점령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을 휩쓸었다. 규모로도 탄핵 찬성을 압도했다. 그들 스스로 이것이 대한민국의 여론이라 믿었다. 그래서 내일이 걱정이다. 혹시 저들이 분노할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지켜본 사람도 그 속에 있다. 주위에선 그를 ‘I 언니’라고 부른다. 평범한 아줌마였고 보통의 엄마였다. 2024년 12월까지는 그랬다. 그가 거리를 누비는 투사로 변했다. 가정보다 정치를 외치는 시위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하라”고 외쳤다. 대통령을 본 적 없다. “이재명 대표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 대표와도 생면 부지다. 그런데도 그렇게 외치며 추운 겨울을 보냈다. 손등이 추위에 갈라져 보기에 흉하다. 평소 안 좋던 허리에 몸져 눕기를 반복했다. 하루 남은 오늘, 그에게 해 줄 말이 있다. -지난 겨울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작은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하셨다. 이념의 균형을 유지시켰다. 탄핵이 얼마나 위험한지 세상에 알리셨다. 이제 역사에 넘기고 가정으로 돌아가시라. 포용할 수 없다면 잠시 잊으시라.- 우리 언론은 이걸 ‘승복’이라고 쓴다. 또 고백하건대 나는 정보가 없다. 그럼에도 보수가 서운해할 결과를 전제해 봤다. 이래야 승복과 멈춤을 권할 수 있어서다. 세 번째 탄핵 취재가 끝나간다. 보수와 진보 모두 무서웠던 취재였다. 그래서 네 번째 취재는 상상하지 않는다.

[김종구 칼럼] 헌재의 ‘151석’ 결정, 재탄핵 조장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불완전한 권한이다. 법적으로는 모든 권한을 넘겨받는다. 다만 중요한 한 가지를 가질 수 없다. 투표 등 국민의 선택으로 부여받은 권력이다. 민주주의가 창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이러다 보니 대행은 정치에 치이고 휘둘린다. 야당에 의한 견제가 특히 심하다. 그중에도 무서운 공격이 탄핵이다. 그동안은 없어서 몰랐다. 이번에 알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행을 탄핵했다. 직무 시작 열흘 만에 날아갔다. 그리고 87일 됐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해 복귀시켰다. 그런데 하루도 안 돼 ‘한덕수 대행 재탄핵’ 얘기가 나온다. 24일 기자가 물었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재탄핵을 검토하나.”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답했다. “속단할 수 없다.” 탄핵 성적 9전9패의 민주당이다. 대놓고 말하기 민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다음 날 지면에 대행 재탄핵 얘기를 실었다. 복귀 하루 만에 정부를 휘감아 도는 공포다. 출발은 헌재의 24일 결정문이다. 151석을 대행의 탄핵 소추 요건으로 인정했다. 6명이 동의한 이유가 이렇다. “(대행은 대통령과 비교해) 상당히 축소된 간접적 정당성만 보유한다”, “권한대행 지위가 새로 창설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래 신분상 지위(총리)에 따른 의결 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 대행의 권한을 제한적이라고 봤다. 현실은 알겠는데, 법률에 근거가 있나. 대통령에게만 있고, 권한대행에게 없는 권한?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엔 논리상의 어색함도 있다. 재판관 후보자 불(不)임명이 발단이었다. 한 대행이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 임명 권한이 대행에게는 없다고 본다.’ 그러자 민주당이 ‘권한 있으니 임명하라’며 탄핵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을 했다.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한덕수 대행이 ‘임명 권한·책임 없다’고 했고, 민주당·헌재는 ‘임명 권한·책임 있다’고 했다. 그랬던 헌재가 정족수에서는 달라졌다. ‘대행의 권한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소수 의견이 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다. 절차 흠결을 이유로 탄핵을 각하했다. 둘의 논리가 이렇다. “권한대행자를 대통령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비상 상황에서는 탄핵 제도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그러면서 이런 비유도 했다. -현행법에서 차관은 탄핵 대상이 아니다. 그러면 차관은 장관직을 대행하면서 중한 위헌·위법을 해도 탄핵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된다-. 정치 현실과 법률 해석이 보다 명료해 보인다. 혹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입장을 얘기한다. 151석 밀어붙인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이다. 혹자는 민주당에 탄핵 무기를 쥐여줬다고 얘기한다. 홀가분하게 재탄핵할 근거를 줬다는 것이다. 헌재가 이런 계산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흔한 지라시 한 장 받아 본 적 없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결과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151석’이 더욱 개운치 않다.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광화문 차벽도 아슬아슬하다. 시위대는 법원까지 난입했다. 물리적 내전과 국가 위기가 경고된다. 싸우는 걸 보면 곧 망할 나라다. 하지만 이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당대(當代)는 언제나 난세(亂世)라 했다. 당대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다. 결국 대통령 한 사람의 사건 아닌가. 곧 역사에 기록되고 정리될 것이다. 탄핵 정족수를 특별히 붙들고 늘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당대뿐 아니라 미래까지 끌어갈 기준이라서다. 헌법재판소는 판결이 아니라 결정을 한다. 판례가 아니고 결정례(決定例)·선례(先例)다. 미래에 미칠 구속력에서 판례의 그것과 다르다. 한번 내린 결정이라도 바뀔 수 있다. ‘151석 아쉬움’을 남겨 놓는 이유다. 언젠가 200석으로 바뀔 바람을 적어 두겠다. 김종구 주필

[김종구 칼럼] ‘트럼프 성조기’, 한국 우파에는 독(毒)이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13일. 양주군에서 효순·미선양 사고가 발생했다. 두 여학생이 미 육군 공병전차에 깔려 숨진 사고다. 발생 자체는 ‘과실치사 사고(accident)’였다. 하지만 많은 기록에는 ‘사건(incident)’으로 남았다. 충분한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 군사법원이 사고 운전병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론이 악화됐고 반미 시위가 일었다. 광화문 촛불시위 역사의 시작이다. 촛불은 대선으로 옮아갔다. 보수 쪽이 ‘반미’를 끄집어냈다. 노무현 후보의 발언을 부각시켰다. 그중에 “반미면 어떠냐”는 발언이 있었다. ‘효순·미선양 사고’에서 잉태한 반미가 덮고 있던 차였다. 젊은 표심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노 후보가 당선됐다. 평론가들이 꼽은 세 가지 승인(勝因)이 있다. 정몽준과의 단일화, 수도 충청 이전, 그리고 반미 환경 조성이다. 반미 구호가 이긴 최초의 대선이었다. 2025년 3월, 외신(外信)이 쏟아진다. 캐나다의 반미가 장난 아니다. ‘캐나다산을 사라(Buy Canadian Instead)’는 구호가 나붙었다. 온타리오주는 미국에 보내는 전기료를 올렸다. 더그 포드 주지사가 ‘아예 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미를 초래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취임 전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자”고 했다. 취임 후엔 “마약 유통 책임 있는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늘 그렇듯이 여론은 정치로 갔다. 원래 집권 자유당의 인기는 바닥이었다. 트럼프 취임 직전에는 20%였다. 이게 최근 들어 38%까지 급상승했다. 친미에 매달리던 보수당은 45%에서 36%로 추락했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르의 트럼프 흉내도 한몫했다. ‘캐나다 우선주의(Canada First)!’ 국민들은 이것까지 꼴보기 싫다며 외면했다. 국경 맞댄 캐나다 정치는 지금 ‘반미=OK’, ‘친미=NO’다. 인접한 멕시코의 정치도 비슷하다.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선창한 구호다. 지지율이 85%까지 올랐다. 바다 건너 유럽연합(EU)은 철강 25% ‘트럼프 관세’를 맞았다. 보복으로 위스키 50% 관세를 때렸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핵 공유’ 목소리도 냈다. 우크라이나는 대통령이 망신을 당했다. 우방의 변절이라는 현실에 국민이 분노한다. 이게 지금 세계 정치에 나타나는 경향성이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관세 폭탄이 자동차·반도체를 향한다. 관세 25% 때 매출 예상 타격은 ‘-20%’다. 방위비 분담도 있는데, 1기 때 트럼프 워딩이 있다. ‘한국은 50억 더 내라. 달러($)다’. 주한미군 감축은 협상의 지렛대다. 핵 협상에서 한국이 배제될 수도 있다. 캐나다·멕시코는 ‘관세’, EU는 ‘관세·안보’,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압박 당했다. 이 세 가지가 한국엔 다 해당된다. 이쯤되면 생존 문제다. 이 엄청난 걸 잠시 잊고 있었다. 눈앞의 정치가 모두를 눈멀게 했다. 지금도 여론은 그쪽에 쏠려 있다. 15일에만 10만4천명(경찰 추산)이 서울에 몰렸다. 탄핵 찬성 4만4천명, 탄핵 반대 6만명. 그런데 그 반대 집회에 성조기가 있다. 꽤나 익숙한 모습이다. 우파가 성조기에 부여하는 가치가 있다. ‘1945년 광복-1948년 건국-이승만 대통령-1950년 6•25전쟁’. 자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표하는 거다. 그런데 이 가치가 시들해질지도 모르겠다. 살폈듯이 세계가 반미로 가고 있다. 트럼프 공세가 불러온 역(逆)이다. 그 공세는 곧 우리를 향할 것이다. 선택하기 힘든 순간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도 성조기를 흔들 수 있을까. 그 모습에 격려를 보낼 국민이 있을까. 안 그럴 것 같다. 달라질 것 같다. 작금에는 ‘민감국가(SCL)’ 문제까지 터졌다. 이 칼럼에서는 계산에 넣지 않았다. 그랬는데도 걱정은 충분하다. 반미가 친미를 이겼던 2002년 대선. 그 먼지 쌓인 기억을 새삼 꺼내 보는 이유다.

[김종구 칼럼] 대통령 후보 경기지사들, 그 빚 떠안은 경기도민

“경기도가 가진 모든 가용재산을 다 털어서 모두에게 10만원씩 먼저 지급합니다.”(이재명 지사·2021년 8월13일). 이랬던 ‘이재명 예산’의 현재는 어떤가. ‘이재명 재난기본소득 부메랑...경기도 곳간 뒤숭숭’. 2024년 6월19일, 경인일보 고건 기자의 기사다. 2020~2021년, 경기도가 세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전(全)도민에게 예외 없이 10만원씩 줬다. 이 중 1, 2차는 이재명표(標) ‘재난기본소득’이었다. 경기도가 재원을 다 마련해야 했다. 팍팍한 살림에 ‘가용재산’이 있을 리 없다. 기금에서 꿨다. 상하수도·도로 등에 쓸 준비 기금이다. 이렇게 빌린 게 1조5천억원이다. 3년 거치 5년 균등 분할. 이재명 지사는 ‘3년 거치’ 이전에 떠났다. 첫 ‘차용증’은 2024년에 왔다. 수신인은 김동연 도지사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1천357억원씩 갚아야 한다. 1차 재난기본소득 상환금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는 1천651억원씩 갚아야 한다. 2차 재난기본소득 상환금이다. 겹치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매년 3천8억원씩이다. ‘10만원 잔치’가 남기고 간 잔혹한 ‘1조5천억원 빚잔치’다. “13조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닙니다. (다른) 사업을 포기한 결과입니다.”(김동연 지사·2024년 9월7일). 이랬던 ‘김동연 예산’의 현재는 어떤가. ‘道 대책없이, 퍼주기식 돈 풀기’. 2025년 3월5일, 경기일보 오민주 기자의 기사다. 부총리 출신 김 지사가 경제철학을 설파했다. 확장 재정은 위기에 맞설 공격적 운용이라고 했다. 2025년 예산을 38조7천221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이어 역대 최고다. 그런데 재원은 용빼는 수가 없다. 똑같이 기금에서 빚을 충당하기로 했다. 지역개발기금에서 1조988억원, 통합안정화기금에서 2천550억원, 지방채 발행 5천억원. 기본소득과 다르다며 기회소득을 밀었다. 농어민 기회소득, 아동돌봄 기회소득, 장애인 기회소득, 예술인 기회소득, 체육인 기회 소득, 기후행동 기회소득.... 쏟아부은 돈이 엄청나다. 뭐가 다른가. 같은 퍼주기 아닌가. 모두 미래에 떠넘기는 부담이고.... 2024년엔 ‘이재명 빚’ 3천여억원이었다. 김동연 지사가 안쓰러웠다. 2025년엔 ‘김동연 빚’ 2천여억원이다. 후임 지사가 안쓰러울 판이다. 김문수(민선 4·5기), 이재명(민선 7기), 김동연(민선 8기). 대권 후보에 경기지사가 3명이나 된다. ‘누가 제일 대통령 잘할 것 같은가.’ 별 의미 없이 던진 질문이다. 다들 전직 경기도청 공직자다. ‘공보실 계장’이라는 경력도 같다. ‘기자’와 ‘공보실 계장’으로 치면 20여년이다. 매달(月) 만나 술(酒) 마신 친목도 수년째다. 안 그래도 모이면 ‘도지사 모신 얘기’였다. 그래서 잠룡 3인을 물었다. 고맙게도 진지하게 답해줬다. 광교산 농부 ‘이 계장’이 말한다. -그래도 공무원 출신은 선서를 하잖나.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을 위해 무한봉사하겠다고. 애국심은 물론 성실의무이행은 더 잘할 거 아닌가.- 김동연 지사 1표. 화성에서 바쁜 ‘다른 이 계장’이 말한다. -2025 시대정신에 맞는 분이다. 지사 시절 구호가 청렴 영생 부패 즉사였다. 사모님까지도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김문수 지사 한 표. 압도적 1위는 이재명 지사인데 오늘 여기선 0표에 그쳤다. 누가 되든 나쁠 거 있나. 경기지사 출신 대통령이 생기면 좋은 일이다. 정치 변방 경기도가 개벽할 일이고.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 잠룡이 지나갈 때마다 도 재정은 쑥밭이 됐다. 1조, 2조원이 ‘쌩빚’으로 남았다. 임기 4년 도지사가 이래도 될까 싶었다. 도(道)는 ‘감당할 수 있다’며 ‘차환’을 말한다. 차환(借換)이라면 빚내서 빚 갚는다는 것 아닌가. 가계(家計)가 이랬다면, 기업(企業)이 이랬다면 어땠겠나. 파산 아닐까. 경기 언론은 지금 이걸 말하는 것이다.

[김종구 칼럼] 김동연의 '반도체 사랑'에는 핵심이 빠졌다

김동연 경기지사에는 ‘반도체 도지사’라는 별명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지난해 붙여줬다. 그도 그럴 게 2022년 취임 이후 그의 반도체 행보는 특별했다.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3조원대 수출 합의를 이뤄냈다.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런 의지가 집약된 것이 반도체 특별법 추진이다. 반도체 특구 조성, 팹리스 및 중견·중소기업 지원, 반도체 생태계 기금 조성 등이 전부 ‘김동연 구상’이다. 국민의힘(고동진案)과 민주당(김태년案)을 이끌어냈다. ‘반도체 도지사’는 이런 노력에 대한 별칭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이 몰려 있는 경기도다. 이런 경기도 수장에 주어진 별명이다. 흐뭇한 영예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헷갈리는 일이 있다. 정치로 번진 ‘주 52시간 예외’ 문제다. 사달은 17일 국회 소위에서 일어났다. 반도체 특별법 합의가 불발됐다. 핵심이 주 52시간 예외다. 여야 차이가 워낙 크다. 김 지사가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유예 반대’다. 자신의 SNS에서 공개 표명했다. 표현이 거세다. “AI 기술 진보 시대에 노동 시간을 늘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입니까.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사흘 뒤에는 ‘주 30시간 기업’을 찾아가 격려했다. 마침 이재명 대표가 주 52시간 유예를 긍정 검토한다던 시기였다. 언론은 일제히 ‘보란 듯이 이 대표와의 입장 차이를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맞다. 주 52시간제는 문재인 정부 유산이다. 노동친화적 이념을 실현한 정책이다. 대통령 되려는 김 지사의 언덕도 친문(親文)이다. 정책 승계를 위한 정치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런 선택이라면 평할 건 없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반도체 도지사’라고 하니 따져는 볼 일이다. ‘주 52시간 유예’가 현재 국민의힘 주장인 건 맞다. 하지만 그 출발은 반도체 업계다. 업계에서 정치권에 보낸 지원 요청이다. 업계 목소리를 되짚어 보자. 지난해 11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발표다. -신속한 기술 개발과 생산력 확보가 시급하다. 반도체 산업 내 설계 기업, 제조 기업, 소부장 기업 등의 업무 특성상 획일화된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 생산 분야도 수출 변동에 따른 근로 유연성이 절실하다-. 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밝힌 호소다. 그날 핵심은 이거 하나였다. ‘52시간 예외 적용’ 외엔 기사에 없었다. 그간 현장에서 나온 증언도 추려 보자. -반도체 R&D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6개월~1년의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핵심 연구 인력은 대체 불가다. 최첨단 D램 개발이 근로시간 한도에 막혀 18개월이나 지연된 적도 있다. 대만 TSMC는 2023년 발열 문제를 두 달 만에 해결했지만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2022년 3월 발생한 발열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생산에서는 30% 납기 지연이 일상이 돼 버렸다-. 그제(18일) 아침, 삼성전자에 전화했다. ‘주52시간 유예 불발을 어찌 보는가’. “반도체산업협회로 물어봐 달라”며 말을 아낀다. 더는 안 물어봤다. 17일부터 ‘주 52시간 유예’는 정치 문제가 됐다. 업계는 다시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달포 전, 그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들이 국회에 갔더랬다. 의원실을 돌며 문건 하나를 전달했다. 제목은 ‘반도체 특별법 내 근로시간 유연화 관련’이었고, 내용은 “전체 5%에 불과한 연구원들이 일할 수 있게 해 달라”였다. ‘반도체 본질’은 그들이 잘 안다. 그들이 호소한 ‘주 52시간 유예’다. 김동연 지사도 12일 삼성전자를 찾았다. “힘을 실어주러 왔다”고 했다. 힘을 실어주려면 소원부터 들어줘야 하는거 아닌가. 소원의 선택은 업계가 하는 것이고.

[김종구 칼럼] 김동연, ‘이재명과 정면 경선 승부’ 선언?

다들 광주로 몰려가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7일 갔다. 잠룡이다. 5·18민주묘지 앞에서 기자회견 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11일 찾았다. 잠룡이다. 5·18민주묘지를 찾아 분향하고 절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13일 찾았다. 잠룡이다. 5·18민주묘지에 꽃을 바치고 무릎 꿇었다. 호남 정치인 이낙연 전 총리도 광주 행사를 가졌다. 잠룡이다. 1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목청 높였다. 잠룡도 아닌 전남도지사까지 가세했다. 대선의 시작인가. 제비 오면 봄 온다고 했다. 제비가 봄을 가져 오겠나. 봄 왔으니까 제비 오는 거다. 그래도 봄은 제비에서 온다. 한국 정치사에도 그런 상징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광주에 몰려드는 잠룡 행렬이다. 광주가 바빠졌다 싶으면 대선 온 거다. 특히 민주당에는 예외 없는 풍경이다. 김부겸·김동연·김경수를 잠룡 3김이라 한다. 두 ‘김’이 일주일 차로 광주를 찾았다. 5·18 묘역에 ‘방명록’을 적었다. 나라 걱정을 썼다. 광주 다음 가는 대선 상징이 있다. 행정수도 충청도 이전이다. 참여정부 이후 빠진 적이 없다. 특히 민주당 쪽에는 단골이다. 이 말은 1 ‘김’, 김경수 전 지사가 했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해야 한다.” 16일 방송에 출연한 자리였다. ‘개헌 사항인데 여야 협의 가능하다’고도 했다. 김부겸·김동연도 곧 행정 수도 이전을 말할 것 같다. 김경수도 곧 광주 5·18 묘역을 찾을 것 같다. 이렇게 민주당 대선은 시작된 것 같다. 사실, 대선에 불을 붙인 건 따로 있다. 5일 유시민 작가의 ‘입’이다. “역량 넘는 자리를 이미 하셨다”(김부겸), “착한 2등 전략을 써야 한다”(김경수), “이재명 덕에 되고 배은망덕하다”(김동연).... 난데없이 잠룡들을 평했다. 결론에선 이재명 지키기를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는 건 민주당이 망하는 길이다.” 그런데 흐름은 그의 뜻(?)과 달리 갔다. 조심스럽던 대선판을 되레 들쑤셨다. 모두가 떠들어 댈 명분을 줬다. 그러자 바닥이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다. ‘항소심’을 보는 각자 셈법이다. 지금 민주당은 난공불락의 1극 체제다. 원내·외, 당원까지 이재명 정당이다. 설혹 이재명 없는 경선이어도 달라질 건 없다. 이재명계의 지지가 승리 요건이다. 현재 나오는 모든 정치 평론이 그렇다. 사실상 경선은 ‘이재명 없을 때’만 가능하다. ‘당선 무효형’을 받을 때 생길 틈이다. 그래서 나타나는 게 ‘이재명 충성’, ‘이재명 알현’ 같은 경쟁이다. 셈법이야 뻔하지 않나. 이 대표 비위를 거스르면 안 되니까. 보험은 들어둬야 하니까. 그렇게 보면 김동연 지사는 참 까탈스러운 잠룡이다. 툭하면 이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기회 소득 대체, 경기 분도 이견, 법인카드 마찰, 지원금 논리 비판.... 여기에 비명·반명계를 측근으로 받아들였다. 자문위원장·경제부지사가 그런 경우다. 조용히 ‘권력 이양’을 기다리는 다른 잠룡과 다르다. ‘권력 쟁취’ 뜻을 굳이 숨기지 않아 왔다. 이 궁금증에 답이 될지 모를 워딩이 전해졌다. 광주행에서 기자들과 나눴던 담소 중 몇 마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건 (이재명 대표) 2심이건 내 갈 길을 가겠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벗어날 경우의 질문이다. 그때도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창당할 생각이 없다.” 민주당 내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더라도 민주당 안에서 정면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기자는 이렇게 정리해 보냈다. ‘사실상의 출마 선언인 것 같다.’ 전해 듣기에도 그런 것 같다. 눈치 보는 잠룡이 아니라 승부 거는 잠룡이 되겠다는 것, 이재명을 대신할 잠룡이 아니라 이재명과도 경쟁할 잠룡이 되겠다는 것 같다. 지금보다는 더 거칠고 예민해 질 국면이다.

[김종구 칼럼] 중국 간병인, 자격 묻고 책임 지워라

-거칠게 환자의 몸을 뒤집는다.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지만 소용없다. 환자가 무거워 다룰 수 없다며 불평한다. 2만원을 쥐여주자 조용해진다. 욕창을 방지하려는 약품이 필요했다. 자기 가방에서 약품을 꺼낸다. 약국에서 7천원인데 2만원이라며 권한다. 살 수밖에 없다. 기저귀를 다 써서 자기가 샀다고 한다. 가족이 옆 병상에서 기저귀를 찾아온다. 항의하자 거센 폭언이 시작된다-. 일인칭 관찰이다. 증명은 생략하겠다. -90대 할머니가 사망했다. 가해자는 딸뻘인 50대 중국 여성이다. 잠 안 잔다며 이불로 덮고 ‘퍽퍽’ 때렸다. 사인이 직장암이라는데, 5년 전 완치됐다. 유족이 합의했다는데 그건 사망 전의 상황이다. CCTV 등이 없다지만 간병인 자백은 있다. 이런데도 경찰은 간병인을 불구속했다. 할머니가 왜 맞았고, 얼마나 맞았는지 알 길이 없다. 부검이라도 해보려 했다. 그런데 이미 화장을 치렀다.- 남은 건 불효에 대한 통한 뿐이다. ‘중국인 한두 명의 문제를 침소봉대 말라’고 할 건가. ‘따뜻한 인류애로 접근해야 한다’고 할 건가.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다’고 할 건가. 간병 병실을 두세 곳만 살펴도 그런 소리 못한다. 금품 수수, 의약품 판매, 물품 유용.... 널브러진 장면이다. 막말, 학대, 폭행, 성폭행.... 이어지는 사건이다. 그때마다 중국인 간병인이다. 간병인의 80%가 외국인, 그 외국인의 80%가 중국인이다. 문제의 출발은 중국인 취업 대책이다. 간병인은 세계가 다 부족하다. 나라마다 간병인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은 의무적 공적 간병보험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40세 이상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의무 가입이다. 싱가포르는 중앙적립기금(CPE)으로 푼다. 미국은 공적 간병의료보장제도를 운영한다. 공통점은 간병제도의 공적(共的) 운영이다. 공적자금을 넣고 그 대신 자격을 관리한다. 명칭과 역할에는 차이는 있지만 ‘자격 있는 간병인 제도’는 대체로 같다. 우리에겐 이게 없다. 조건도 없고 제한도 없다. 건설 현장에 잡역부 공급하듯 하고 있다. 인력사무소와 환자 가족의 직거래 방식이다. 환자 가족이 선택한 셈이 된다. 병원은 ‘단순히 소개하는 역할’이다. 정부·지자체도 보이지 않는다. 책임 질 곳이 없다. 이런 ‘간병인 시장’을 외국인에게 확 열었다. 중국인들이 물 밀듯 들어왔다. 전문지식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 불법체류자에서 각종 전과자, 수배자들까지 마구 섞여 있다. 충북의 한 정신병원에서 성범죄가 발생했다. 50대 남성 중국인 간병인이 여성 환자를 성폭행했다. 다른 여성 환자를 성추행하기도 했다. 달아났다가 한 달여 만에 잡혔다. 불법 체류하던 중국인이었다. 사기 혐의로 수배까지 내려져 있었다. 그를 알선한 간병인협회, 그를 근무시킨 병원이 똑같은 변명을 했다. “불법체류나 수배 사실을 몰랐다.” 자격 기준이 없으니 추궁할 근거도 없다. 유린당한 여성과 가족만 억울하다. 간병인 자격 제도 좀 만들자는 요구다. 그런데 국회는 엉뚱한 얘기를 내놨다. 지난해 총선에 등장한 ‘간병비 급여화’다. 간병인에게 월 급여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유력 정당이 내세웠던 총선 1호 공약이었다. 요양보호사들이 들고일어났다. 240시간 교육과 시험을 거친 사람들이다. ‘무자격 간병비에게 급여 보장이 웬 말이냐’며 반발했다. ‘중국인 간병인에게 혜택 주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터질 법한 분노 아닌가. 요즘 세계를 떨게 하는 권력은 트럼프다. 범죄자 이민자들을 관타나모 교도소로 보내고 있다. 이민자 2천만명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멕시코 국경에는 군 병력을 증강시켰다. 이 정책에 미국인의 60% 이상이 지지를 보냈다(CBS뉴스 10일 조사). 일자리 지키는 대통령이라고 봐서다. 그런 미국도 간병인 취업은 열어놨다.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철저하게 검증한다. 언어, 능력, 자격증, 전과까지 다 따진다. GDP 27조달러의 1등 나라, 그런 미국도 자격 갖춘 외국인만 골라 받는다. GDP 1조6천억달러의 13등 나라, 이런 한국은 자격 안 묻고 막 받는다. 뭔가 잘못된 것 같지 않나. 손봐야 한다. 이 외국인 간병인 현실.

[김종구 칼럼] “유죄 의심 들지만 직접 증거 없어 무죄”라면

황운하 사건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 총장 취임 두 달 만인 2019년 11월 본격화했다. 울산지검에 있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겼다. 윤 총장이 꾸린 핵심 수사라인을 투입했다. 청와대의 공약 지원, 경쟁 후보 매수까지 뒤졌다.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수사팀을 해체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은 황 의원 등 13명을 모두 기소했다. 조국 수사에 이은 문재인 정부 초토화였다. 윤 총장은 영웅이 됐고, 이후 대통령까지 올랐다. 그 황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징역 3년이었던 1심의 반전이다. 하명 수사에 의한 선거 방해 혐의는 이런 내용이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황 의원, 송 전 시장, 청와대 관계자 등이 짜고 상대 후보(김기현)의 비위를 청와대에 넘겼고, 이를 하명받아 김기현을 수사했다.’ 판사의 무죄 판결 이유는 이렇다. “직접 증거가 없고 관련 증언 내용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비위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언제부턴가 정치인 재판에는 공식이 생겼다. 판결에 불만 있으면 판사 이력부터 들춘다. 뭣뭣 소속이라고 욕하고, 누구누구 계보라며 탓한다. 이번 무죄 주심 판사도 예외 없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라고 공격한다. 장하성 동생 사건, 안태근 검사 사건 판결도 꺼낸다. 글쎄다. 그런다고 판결이 뒤집힐 것도 아닌데.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게 편하지 않겠나. 유죄 의심 들지만 직접 증거 없다고 하지 않나. 판단 자체에 오류는 없다. 사실 세인의 관심은 다른 데 있다. 황운하 판시(判示)를 윤석열 사건에 대입하는 시도다. 판결 직후 이미 유튜브에 등장했다. ‘황운하 무죄면 윤석열도 무죄다.’ 정말 그럴까. 4일 헌재에서 재판이 있었다. 이날 재판이 주목받은 이유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에도 출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란 사건은 각자 주장했다. ‘내란 유죄 윤석열’·‘내란 무죄 윤석열’. 증언·증인이라는 것도 전부 따로 말하는 거였다. 처음으로 부딪힌 게 이날 재판이었다. ‘체포조’를 증명하는 홍장원 국정원 1차장. ‘군 투입’을 지휘한 이진우 수방사령관, ‘요인 체포’ 부대장 여인형 방첩부사령관이 다 나왔다. 보고 싶은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 ‘윤석열이 이겼다’고도 하고, ‘내란이 증명됐다’고도 한다. 각자의 판단인데 함부로 평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내가 본 기준은 다른 데 있었다. ‘서로 뒤엉키기 시작한 정황’이다. 거기서 윤석열 대통령의 특기가 떠올랐다. 특수부 검사였다.’ 특수 수사의 속성은 말싸움이다. 내란죄를 증명하는 것도 말싸움이다. 그 첫 번째 쟁송이었다. ‘체포조 운영’, ‘군 투입’ 증언이 마구 뒤섞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수 위 달 그림자 쫓는 느낌을 받았다.” 이 또한 배수의 진을 친 ‘말’이다. 최악에 대비한 방어 논리다. ‘내란 행위는 실행되지 않았다. 지시나 말로 내란 죄는 안 된다’. 초반인데 벌써 증언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충돌시켰다’는 표현이 옳아 보인다. 내란 혐의의 정점에 그가 있다. 증언의 대부분은 전언(傳言)이다. 표현 하나로 모든 게 달라 질 수 있다. 사형 또는 무기를 때릴 중죄라서 더욱 그렇다. 황운하 무죄 판결을 이해하는 이런 견해가 있다. ‘해당 사건은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간접 증거로 피고인의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유죄를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 견해를 윤석열 내란에도 대입하면 이렇다. ‘내란 사건은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간접 증거로 윤석열 내란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유죄를 인정받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적(敵)에서 같은 법리에 올라탄 윤황동주(尹黃同舟)를 보는 듯도 하다.

[김종구 칼럼] 우클릭 이재명, ‘현금 정치’와 결별할 수 있나

트럼프는 34가지 범죄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성추문 입막음, 기밀문서 유출, 대선 뒤집기 시도.... 평결은 배심원의 최종 판단이다. 재판부의 판결은 아직 선고되지 않았다. 그 시점에 대선이 치러졌고 대통령이 됐다. 이재명 대표도 여러 가지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 배임, 대북송금.... 이걸 두고 ‘이재명=트럼프’라는 주장이 나온다. ‘사법 탄압을 이겨 낸 굴기’로 보는 듯하다. 이 판단에 동의할 생각 전혀 없다. 사법 리스크가 트럼프를 당선시킨 게 아니다. 34가지 범죄는 분명히 대선의 악재였다. 그 악재를 덮어 준 게 있었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다듬어진 구호지만 내용은 투박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국익 챙기기다. 2016년 처음 대통령이 됐다. 취임하자마자 나토를 협박했다. 한국과 일본에도 방위비 분담 인상을 압박했다. 실적이 첫해부터 나왔다. ‘2017년 일자리 210만개 창출, 실업률 4.1% 감소’. 이게 2024년 당선의 진짜 이유다. 이재명 대표가 닮을 것도 분명하지 않나. 사법리스크 극복 트럼프가 아니라 세계 돈 긁어 모으는 트럼프다. 빗나간 칼럼이 하나 있다. ‘이재명표 현금 정치, 또 나올 때 됐다’. 1월22일자 김종구 칼럼이다. -이재명 경제 정책의 핵심은 현금 지원이다. 성남시장·경기지사 때도 그게 무기였다. 탄핵 정국에서 또 한 번 등장할 것이다. 걱정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곧바로 민생지원금 13조원이 튀어나왔다. 맞나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대표가 말을 바꿨다.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부터 부등켜안고 있던 현금 정치 공약 철회다. 당내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직도 내놨다. 기본소득은 이재명식 현금 정치의 통칭이다. 이를 상징하는 기구가 기본사회위원회다. 거기서 손을 떼겠다는 발표였다. 연금개혁에도 달라진 목소리를 냈다. “일부라도 시작하자”고 했다.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이다. 국민에게 돈을 더 걷자는 방향이다. 돈을 주자는 것이 이재명 정치였다. 그런 그가 ‘더 걷자’며 재촉했다. 언론이 이렇게 썼다. 이재명 대표 우클릭. 표를 위한 보여주기식 정치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일단 평가하고 갈까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세계는 미국이 움직인다. 이 미국 중심을 극대화시킨 게 트럼피즘이다. 불법 체류자에게 수갑을 채워 비행기에 태워 쫓았다. 그 자리에 자국민을 취직시킨다고 한다. 25% 관세폭탄을 터뜨렸다. 국경 이웃 캐나다·멕시코부터 초토화시켰다. 반도체, 자동차, 방위비, 북핵 딜.... 우리를 향할 가혹한 비수다. 세계의 시대정신은 이렇게 결정됐다. 믿을 나라 없는 무한 경쟁, 먹고 먹히는 적자생존.... 빚 내서 현금 뿌릴 여유가 어딨나. 우리에게도 트럼프가 필요하다. 장점만 제대로 닮은 트럼프여야 한다. 범죄로 재판 받는 트럼프가 아니라 세계의 돈을 끌어 모을 트럼프다. 우클릭이 줘야 할 것도 이런 믿음이다. 조건 붙인 13조원 포기로는 믿음 줄 수 없다. 조건 안 되면 다시 하겠다로 들린다. 13조원의 완전한 포기여야 한다. 본인만 손 뗀 기본사회위원회로는 믿음 줄 수 없다. 다른 사람 앉혀서 계속하겠다로 들린다. 기본사회위원회의 완전한 폐지여야 한다. 그땐 믿어 보겠다. 2010년 얘기로 끝내자. 어쩌면 이 대표 자신도 잊고 있을지 모른다. 성남시장이던 그를 전국에 등장시켰던 ‘첫 사건’이다.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 전임자의 방만 경영에 칼을 빼들었다. 호화청사 시장실에서 나왔다. 모두가 잘하는 행정이라고 했다. 전국 시·군에 예산 절감을 알리는 효시였다. 지난 1일 그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민주당의 핵심 가치는 실용주의다.” 돌아보면 그의 가장 실용주의적 모습은 그 모라토리엄이었다.

[김종구 칼럼] 이재명표 현금 정치, 또 나올 때 됐다

현금 지원에 반대한다. 어떤 명목이든 현금 뿌리는 건 반대한다. 2009년 무상급식 이래 죽어라 써댔다. 단 한 음절도 바꾼 적 없다. 하도 여러 번 써서 새삼 설명하기도 민망하다. 그래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거다. 경제를 이루는 일정한 공동체가 있다. 그 공동체의 재화(財貨)는 변동이 없다. 여기에 현금이라는 통화만 추가된다. 투입된 통화는 모두 재화의 가격으로 옮아간다. 투입된 통화량이 곧 물가인상 폭이다. 뻔한 공식이다. 이 증명을 혼돈시키는 완충지대가 있다. 경제 단위를 인위적으로 구분한 행정이다. 이를테면 ‘성남시-경기도-대한민국’의 구분이다. 통화 투입의 영향이 이 경계를 만나면 왜곡된다. 성남시 부작용을 경기도가 덮어주고, 경기도 부작용을 대한민국이 덮어준다. 성남시-경기도의 경계가 실물경제에서는 섞였기 때문이다. 이 연쇄 흡수의 끝이 국가 단계다. 국제 경제에서는 더 이상 돌려 막을 곳이 없다. 물가 폭등이다. 40년 전 ‘경제학 개론’에서 ‘D’를 맞았다. 이런 내게 무슨 학문적 깊이가 있겠나. 그저 ‘그럴 거라는’ 저잣거리 생각이다. 그나마 경제 관료들의 비슷한 생각이 비빌 ‘언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현금 지원을 경계했다. 끝내 정치에 굴복했지만 기조는 그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보편적 복지를 우려했다.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느냐’고 했다. 그렇다. 정치인은 현금 지원을 주장하고, 경제 관료는 현금 지원을 걱정한다. 그 이유라야 뻔하지 않나. 표(票)다. 나라가 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박근혜 탄핵과 윤석열 탄핵을 비교했다.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잡혔다. 하나는 가계·기업심리 위축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박’ 때는 9.4포인트 하락했고 ‘윤’ 때는 12.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심리지수도 ‘박’ 때는 우상향이었고, ‘윤’ 때는 ‘우하향’이다. 금융시장은 다르다. 원–달러 환율이 ‘박’ 때는 7%까지 올랐지만 ‘윤’ 때는 5% 오르다 좀 내렸다. 경제 요소만 따진 KDI 분석이다. 금융 시장이 끄덕 없다는 건 아니다. 12·3 계엄이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분명하다. 내란·폭동은 미래 법으로 따져질 일이다. 경제 피해는 현재 국민이 느끼는 일이다. ‘윤석열 지키기 국민’에게도 경제 위기는 진실이다. 20일 이재명 대표가 말했다. “정치 불안이 경제로 이어지며 국민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공개 선언이다. 최근 여론조사가 민주당에 달갑지 않다. 민주당 하락과 국민의힘 상승 추세다. 국민의힘이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권력기관이나 지방정치에 예민한 문제다. 이 대표의 민생 선언이 이런 때 나왔다. 이쯤 되니 예상되는 ‘JM노믹스’ 순서가 있다. 시장-도지사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다. 청년 배당·지역화폐(성남시), 기본소득(경기도). 중요할 때마다 등장했다. 강력하면서 유일한 그의 무기다. 패턴으로 볼 때 나올 때 됐다. 때마침 이 대표가 시중은행장을 모았다. 여기에도 ‘JM노믹스’가 오버랩됐다. 기업인을 부르지 않고 은행장을 불렀다. 생산이 아니라 통화에 비중을 둔다는 얘긴가. 보기에 그렇게 보인다. 통화를 이용한 직접적 시장 개입. 국민 손에 직접 돈을 쥐여주는 행정.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곧 조(兆) 단위 지원이 뜰 것 같다. 윤 정부 최대 불신은 물가였다. 그 불신이 비극까지 왔다. 이런 난리통에 또 돈을 넣자고 할 것인가. ‘현금’은 늘 성공했다. ‘표’는 뿌린 만큼 돌아갔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안 뿌렸으면 좋겠는데.... 반대했으면 좋겠는데.... 또 그럴까 봐 걱정이다. 진보의 역사, 권영길씨가 있었다. 국민 계몽에 악전고투하던 그다. 그의 유행어를 허락 없이 인용한다. ‘지원금 받아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김종구 칼럼] 법관 둘은 왜 논쟁의 핵심에 침묵했나

법조 기자 때였으니까 1990년대다. 아예 도장이 있었던 것 같다.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있음’. 구속영장에 찍히던 발부 사유다. 그 후 영장실질 심사제도가 생겼다. 신병 구속의 신중을 기하자는 제도였다. 도장이 없어진 것도 그 즈음 아닌가 싶다. 판사가 ‘성의 있게’ 친필로 구속 사유를 적었다. 하지만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있다’만큼 적절한 문장이 없다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 구속에도 그 문장이 적혔다. 신병 구속 심사에 귀천이 따로 있겠나. ‘증거인멸 우려’는 대통령에게도 유효하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강하게 부정한다. 내란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돼 있다. “구속된 관련자들과 무슨 수로 증거인멸 시도를 한다는 것이냐.” 하지만 법관에는 통하지 않았다. 핸드폰 교체, 인스타그램 탈퇴 등도 사유로 본 듯하다. 판사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따라야 한다. ‘침해받지 않을’ 판사의 영역이다. 문제는 판단 내용을 알 수 없는 ‘다른 주장’이다. 윤 대통령 측의 절차적 정당성 위반 주장이다. 하도 많이 들었을 테니 간단하게 나열하자. 첫째, 공수처에 내란 수사권이 있는가. 둘째, 서부지법의 관할권이 있는가. 셋째, 체포영장으로 형소법 일부 조항 효력 배제가 가능한가. 넷째, 대통령관저 무단 진입이 정당한가. 다섯째, 공수처가 주도한 55경비단 공문 작성이 정당했나. 이들 논쟁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신 구속에 이르는 절차의 문제다. 본안(本案)인 내란의 전 단계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미란다 원칙이다. 이거 고지 안 하면 무죄다. 단순 음주 단속에서도 절차는 이렇게 중요하다. 하물며 현직 대통령 구속이다. 법원 내부망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백지예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화두를 열었다.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습니까.’ 성금석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썼다. “공수처에 수사 및 기소권이 없다고 봐야 맞다.” 황운서 수원지법 부장판사도 썼다. “직권 남용죄 하다가 내란죄 수사할 수 있다.” 현직 법관들의 토론이다. 인사 때마다 이동한다. ‘윤석열 사건’ 재판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법관들의 정반대 주장이다. 하물며 구속을 결정하는 판사다. 당연히 방향을 정리해야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도 체포적부심 판사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만 했고, 영장 발부 판사는 “증거인멸 우려 있다”고만 했다. 필자가 꼭 하고 싶은 말을 누가 했다. 31년간 판사 했던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 그의 말 가운데 이 구절이다. “법원이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이 결정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독수독과이론(毒樹毒果理論•Fruit of the poisonous tree),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제2차 증거의 증거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 법 좀 안다며 거들먹거릴 때 써먹곤 했다. 그러나 이제 전 국민이 다 안다. 초등생들까지 안다. 그만큼 보편적인 논쟁과 담론이 됐다. 그 해석을 기대했던 체포적부심과 영장심사다. 하지만 판사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수십년째 익숙한 ‘포괄적 언어’로 끝냈다. ‘내란 우두머리를 석방하자는 것이냐’. 혹시 이렇게 욕하는 독자가 있을 거다. 굳이 변명할 생각도 없다. 변명을 받아줄 세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질문은 던져 본다. 내란 재판이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구속적부심, 각종 보석, 1·2·3심 선고…. 그때마다 ‘피고인 윤석열’에게는 반복할 주장이 있다. ‘시작부터 위법한 수사였다’. 그러면서 ‘기각해 달라’, ‘각하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지금 침묵했기 때문이다. 이게 옳은가. 현직 대통령, 공수처 수사, 관저 점거, 경비단 공문…. 앞으로 있을 모든 게 선례이고 판례다. 모든 결정과 판결이 반드시 현시(顯示)돼야 하는 이유다.

[김종구 칼럼] ‘경기도 국밥집’ 회견에 ‘경기도’는 없었다

신선했다. 의미도 있었다. 그의 말대로 ‘1% 경제’다. 경제성장률, 수출증가율, 민간소비증가율이 1%대다. ‘1%짜리 대한민국’을 걱정했다. 여기서 서민을 직격하는 건 소비증가율 1%다. 당장 가계(家計)를 타격한다. 식당, 가게마다 아우성이다. 이런 때 찬물을 부은 계엄 정국이다. 소상공인의 연말 특수가 다 날아갔다. 이런 때 등장한 특별한 기자회견이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신년 간담회’. 설렁탕 먹는 식당이었다. 그 뜻을 칭찬할 만하다. 이런 배려조차 서민에겐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날 경기도 국밥집엔 경기도가 없었다. 강조된 화두가 ‘중앙정부·정치’였다. 모든 언론이 ‘대한민국 비상 경영 3대 조치’를 받아 적었다. 50조원 슈퍼 추경, 트럼프 2기 대응 체제, 기업 기 살리기…. 전부 중앙정부에 전권이 있는 일이다. 표현부터가 ‘요구’다. ‘(추경) 늘려야 한다’, ‘(대응체제) 제안한다’, ‘(기업 살아나게) 해야 한다’. ‘하겠다’는 약속이 있긴 했다.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한 역할이다. 다보스포럼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유럽·미국 언론인들과의 대화의 시간, 유니콘 기업과의 자리 등이 예정된 것 같다. 이 기회를 잘 이용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 지사는 외국 지인 2천400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미국·영국·네덜란드 주한 대사도 만났다. 그만의 국제 관계 챙기기다. 이미 노력을 평가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구멍은 있다. 경기도정이다. 작금의 도정 하나를 짚어 보자. 경기도·지자체 간의 경기남부광역철도 논쟁이다. 용인특례시 이상일 시장이 석 달째 따지고 있다. -수원·용인·성남·화성 주민의 숙원이다. 2023년 김 지사가 협력은 약속했다. 그런데 국토부에 올린 건의문에 참여 안 했다. 후순위로 미룰 땐 시장들과 협의도 안 했다…. -모두 맞진 않다. 이 시장의 욕심이 과하긴 하다. 하지만 현시(顯示)된 노력이 안 보인 건 맞다. 그래서 청원이 올라왔다. 김 지사가 답했다. -관련 사업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후순위 배치는 정부 요구로 인한 것이다.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은) 왜곡된 정보다. 도민 분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31개 시·군을 관할하는 도(道)다. 도지사가 할 법한 해명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이 시장 주장도 맞다. 지역의 기대를 충족 못한 건 맞지 않나. 여기에 경제부지사의 지원은 사실 관계도 틀리다. 이래저래 지역민에게는 경기도가 영 미덥지 않다. 경기도정이 얼마나 넓은가. 철도 현안만 40개라고 한다. 그런 철도(鐵道)도 수많은 교통 정책 가운데 하나다. 그런 교통(交通)도 수많은 도정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김 지사의 공약도 있다. 2023년에 295개라고 확정했다. 기회소득, 경력단절여성, 어르신 일자리, 어린이집, 장애인, 청년…. 신년 기자회견에 모든 걸 담을 순 없다. 강조해야 할 도정을 선언하고 방향을 정하는 정도다. 그렇다면 1년 전 신년 회견은 어땠나.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가득 채웠다. 설치 필요성 설명, 정부 방해 비판, 총선 공약 채택 캠페인…. 남북 분도는 1천400만명 모든 도민의 관심사다. 북부 주민 360만명의 관심은 더하다. 전문(全文)을 할애할 이유가 넉넉하다. 실천력 강한 김 지사다. 선언대로 2024년 도정은 북자도에 모아졌다. 그런 김 지사의 2025년 신년 화두가 ‘정부·정치’다. 이번에는 그 실천력이 걱정이다. ‘정부·정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쓸까 봐. 이재명 전 경기지사도 대권 후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대권 후보다. 여론 조사에서 최근 여야 1등이다. 둘 다 도지사 때부터 잠룡이었다. 그들의 경기지사 신년 회견이 언론에 남아 있다. 핵심 화두를 ‘도정’으로 잡고 있다. ‘정부·정치’는 질문으로 받거나 아예 생략했다. 돌아보면 극히 경기지사다운 회견이었다.

[김종구 칼럼] 소추 혐의 철회, '박근혜 결정문'에는 없다

내란죄 철회가 적법한가.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탄핵 소추의 핵심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한다. 국회 의결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철회를 무죄로 판단하는 정신착란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거론하는 것이 박근혜 탄핵의 예다. 2017년 당시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 그 당사자가 권성동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세상에 완벽하게 똑같은 사건은 없다. 판에 박듯 적용할 판결이란 것도 없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건의 경우는 더하다. 우리 헌정사에 세 번밖에 없는 사건이다. 노무현·박근혜·윤석열 탄핵의 구성이 다르다. 선거법 위반(노), 국정농단(박), 계엄과 내란(윤)이다. 판례를 도출할 경험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탄핵의 예(例)’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찾아보자. 인용은 2017년 3월10일 헌재 결정문 속 단어와 해석이다. 첫째, 용어에서 차이가 있다. 2025년 청구인은 ‘철회한다’고 표현했다. “철회하는 것이냐”는 정형식 재판관 질문에 “철회 맞다”고 했다. 2017년 결정문은 ‘제외’ 또는 ‘다시 정리’로 적고 있다. “각종 형사법 위반 유형을 제외하고”, “소추 사유를 다시 정리하였다”. 적어도 헌재 결정문에 ‘철회’라는 표현은 없다. 권성동 의원의 당시 발언에도 ‘철회’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재작성해서 제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2017년 1월·기자회견). 둘째, 시기에서 차이가 있다. 2025년 청구인의 ‘철회’는 심리를 시작하기 전에 등장한다. 12월27일 철회에 대한 견해를 냈고, 1월3일 소심판정에서 “철회가 맞다”고 확정한다. 본격 심리를 가다듬는 준비기일에 등장한 ‘철회’다. 2017년 탄핵 때는 한창 심리가 진행되다가 등장했다. 당시 결정문은 “청구인이 2017년 2월1일 제10차 변론기일에 다른 유형과 사실 관계가 중복되는 각종 형사법 위반 유형을 제외하고…”라 적고 있다. 셋째, 피청구인의 동의 여부가 다르다. 2025년 철회에는 피청구인이 반발하고 있다. 탄핵의 원천 무효까지 주장한다. 2017년 탄핵 때는 피청구인이 일단 동의했다. 당시 결정문에 두 문장이 있다.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변론을 진행하다가 2017년 2월22일 제16차 변론기일에 이르러…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양 당사자가 유형별 정리에 합의하고 15차례에 걸쳐 변론을 진행해 온 점에 비추어 볼 때…”. 넷째, 해당 사건의 비중이 다르다. 2025년 탄핵 소추의 핵심은 내란죄다. 1차 탄핵안에는 무속인, 이태원, 명태균, 김영선 등도 있었다. 이게 불발되자 2차 탄핵안에는 다 빼고 내란죄에 비중을 둔다. 그제야 여당표가 움직여 통과된다. 2017년 결정문은 탄핵 소추 혐의에 번호를 부여해 나열했다. ①비선조직 ②권한 남용 ③언론 자유 침해 ④생명권 보호 위반 ⑤각종 형사법 위반 등이다. ‘제외’ 또는 ‘정리’된 것은 맨 뒤 ⑤번 혐의다.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각자의 영역이 있다. 각기 다른 논리로 법을 해석한다. 그 결과를 정답이라고 선전한다. 국회 청구인도 그렇고, 윤 대통령 대리인도 그렇다. 그러려니 하면서 살피면 될 문제인데. 한 가지는 자꾸 귀에 거슬린다. 노무현 탄핵 또는 박근혜 탄핵의 예를 함부로 끌어 쓰고 있다. ‘그때 했으니 지금 해도 된다’며 논리의 근거로 이용하려 든다. 그래서 박근혜 탄핵 결정문 전문을 찾아봤다. 대개 거짓말이거나 과장이었다. 헌재는 법을 수용한다. 여론도 수용한다. 정치도 수용한다. 하지만 과장이나 거짓말은 수용하지 않는다.

[김종구 칼럼] 윤 대통령‚ 모든 권력이 그를 떠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7년 설립됐고 1988년 문을 열었다. 제헌국회 이후 등장까지 40년 세월 걸렸다. 그 출발의 결정적 동기는 6·29 민주화다. 그런 만큼 헌재의 정신은 권력의 견제와 부패에 있다. 그 정신이 잘 드러난 게 재판관 추천 분배다. 입법, 사법, 행정에 고르게 몫을 정해줬다.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에 각각 3명씩이다. 서로 침범해선 안 되는 영역이다. 이 간단한 원칙에 대통령 권한대행 둘이 갈라졌다. 와 있는 건 국회 몫 재판관 3명이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임명하지 않았다. 그의 입장이 정리된 게 지난달 26일 담화다. 결국 마지막이 된 담화에서 그는 여야 합의를 강조했다.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없었다고 했다. 사실 이 논리가 향하는 곳은 대행의 역할이다. 헌법 기관 인사는 대행의 권한 밖이라는 주장이다. 담화 어디에도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갈 길 바쁜 야당의 분노를 사 결국 탄핵 당했다. 최상목 ‘대행의 대행’은 3명 가운데 2명을 임명했다. 말로는 한 전 대행의 원칙을 존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옳고 그름은 따질 필요는 없다. 그건 곧 지금의 여론이다. 다만 ‘마은혁 후보자 제외’는 비논리다. ‘3명 후보자’는 전부 국회 몫이다. 대통령(또는 권한대행)이 후보자 적격성을 다시 판단하면 안 된다. 절묘한 선택이라는 얘기도 있긴 하던데. 내 눈에 기괴한 선택이다. 결국 가까운 시일 내에 다 임명하지 않겠나. 바로 그날, 최 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때 서울서부지법은 윤석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가 적시한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였다. 한남동 공관에서 경호요원들과의 대치가 예상됐다. 그런데 법원은 윤 대통령의 이 기회까지 차단했다. ‘해당 영장은 형소법 110조(군사 비밀), 111조(공무 비밀)의 예외’라고 못 박았다. 경호처도 막으면 불법이라는 경고다. 수사기관의 윤 대통령 압박은 오래됐다. 계엄 실패 직후에는 검찰·경찰이 다퉜다. 서로 하겠다며 특수본과 특수단을 만들었다. 공수처까지 뛰어들었다. 세 기관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부르짖었다. 수사 흐름을 서로 선점하려는 여론전도 치열했다. 여기서 ‘대통령 수사’를 말하면 저기서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나왔고, ‘대통령 출국 금지’, ‘대통령 체포영장’으로 이어졌다. 오죽하면 윤 대통령 측에서 ‘수사보다 헌재를 선호한다’고 했을까. 윤 대통령 주변에 남은 권력은 없다. ‘내란죄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그런데 수사 기관이 내란죄라고 추궁한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총장, 경찰차장이다. ‘체포영장은 위법’이라고 강변했다. 그런데 법원이 체포하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조희대 법원이다. ‘시간 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국무회의에서 재판관을 임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최상목 부총리다. 주변이 모두 그의 적수가 돼 있다. 탄핵보다 훨씬 참담하게 여겨질 현실이다. 검찰총장 윤석열의 추억이 있다. 수사지휘권 빼앗기고 홀로 됐다. 구내식당을 오가는 모습만 보였다. 그때 그를 향했던 여론이 있다. 법의 수호자를 지키자는 목소리다. 결국 그는 지위를 찾았고 대통령도 됐다. 5년 지나 또 권한이 정지됐다. 그를 지키는 여론은 여전히 있다. 그를 지키겠다며 공관을 촘촘히 에워쌌다. 공관 안과 공관 밖의 희망은 같을 것이다.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전과 같은 2025년 윤석열 대통령의 반전. ‘뒤집힐 것이다’, ‘턱 없는 소리다’. 각자의 소망으로 갈리게 될 얘기다. 어차피 정답 없는 미래 일이다. 다만 좌우 없이 궁금해할 의문이 있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 저렇게, 빨리 권력을 잃을 수 있나.

[김종구 칼럼] 헌재는 법리보다 여론을 따랐다, 이번에는?

조선(朝鮮). 동성동본 혼인은 꿈도 못 꿨다.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패륜이었다. 1912년 조선민사령(朝鮮民事令), 1958년 대한민국 민법에 반영됐다. 세상이 조금씩, 꾸준히 변했다. 기본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법원은 계속 ‘금혼’으로 판결했다. 이걸 바꾼 게 헌법재판소다. 금혼 반대 여론을 받았다. ‘동성동본 금혼 조항 위헌’(1997년). 헌재가 이렇다. 여론을 수렴해 결정 한다. 대법원과 따로 헌재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통령 탄핵은 어땠을까. ‘노무현 탄핵’의 여론은 시종일관 반대였다. 국회 의결부터 역풍이 불었다. ‘탄핵의 광기’라며 국민이 분노했다. 전국 여론이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섰다. 헌재도 ‘노무현 탄핵 기각’을 선택했다. ‘박근혜 탄핵’의 여론은 찬성이었다. 연설문 게이트, 최순실·최태민 게이트, 세월호 7시간, 블랙리스트.... 언론이 그 분노를 키워갔다. 탄핵 촛불 집회도 멈추지 않았다. 헌재도 여론과 같은 탄핵이었다. 매번 법리(法理)는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 지지 발언을 했다.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은 명백했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 율사들이 이 위법을 들이댔다. 하지만 헌재 결론은 여론과 같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팀도 화려했다. 헌재 재판관 출신까지 가세했다. 기본적으로 내우외환의 죄가 아니었다. 국정농단이 유죄로 확정된 상태도 아니었다. 하지만 헌재가 내린 결론은 ‘탄핵’이었다. 두 탄핵의 공식은 ‘헌재=여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됐다. 담화로 법리 대응을 천명했다. ‘야당 횡포에 맞선 선택이다’, ‘계엄은 정당한 통치행위다’,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 이 주장에 동조하는 이도 많다. ‘입법 횡포가 계엄을 유발했다’, ‘내란죄 구성 요건에 안 맞는다’. 헌재 재판관들의 이념 분포도 거론된다. 흥분이 잦아들면 법리가 보일 거라고도 한다.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추억’도 있다. 직무정지를 법리로 이겼던 그다. ‘탄핵 기각’ 희망론이다. 하지만 더 많은 전망은 ‘탄핵 인용’이다. 헌재가 여론과 달리 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윤 대통령 지지율 11%, 탄핵 찬성 75%, 내란 인정 71%, 여당 지지율 24%....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수치다. 이와 크게 다른 여론 조사는 없다. 이게 맞다면 이 순간은 ‘탄핵의 시간’이다. 오늘 결정한다면 ‘윤석열 탄핵’이 유력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윤 대통령은 헌재의 재판출석 요구서를 받지 않고 있고, 야당은 빨리 받으라고 난리다. 그래도 몇 달은 걸릴거다. 그때의 여론은 누구도 모르는 거고. 여론 대결은 벌써 시작됐다. 헌재가 찬반에 포위 당했다. 자유게시판 글만 5만건을 넘었다. 오프라인 대결도 총력전이다. 진보성향 단체가 매일 모인다고 했다. 보수성향 단체의 집회도 커질 전망이다. 칼럼이 이럴 때 가야 할 방향을 안다. ‘국론 분열은 안 된다’, ‘차분히 지켜보자’.... 하지만 그런 덕담이 씨도 안 먹일 상황이다. 헌재 결정과 여론의 관계가 경험 속 공식으로 나와 있다. 웬만한 국민이 다 눈치챘다. 말린다고 듣겠나. 헌정 76년에 딱 세 번 있는 대통령 탄핵이다. 그 세 번을 모두 기사(記事)로 쓰고 있다. 돌아보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충격에서 위기로, 위기에서 적응으로. 국회 탄핵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극단적 국론 분열로 가는 출발이었다. 여야 정치가 그 갈등을 조장했다. 색깔 다른 언론이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은 정치·언론이 판 골을 따라 끌려갔다. 집회 열고 구호 외치고, 갈등하고 미워했다. 그 경험에 기대서 결과를 추측하면? 결정문이 작성될 미래 어느 날, 그날의 여론을 따라 방향은 정해질 것이다.

[김종구 칼럼] 계엄보다 이재명이 더 싫다는 사람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11%로 나왔다. 한국갤럽이 6~7일 실시한 조사 결과다. 눈에 띄는 것은 무응답의 소멸이다. ‘지지도 반대도 아니다’가 단 1%다. 평가에 망설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표는 부정(86%)으로 몰려갔다. TK, 50대 이상까지 돌아섰다. 돌아설 민심은 다 돌아선 셈이다. 그래서 ‘11%’가 궁금하다. 계엄군(軍)을 찬양하는 것일까. 아님 여전히 놓치 못하는 연유라도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게 뭘까. 7일 밤, 국민이 모였다. 국회 앞 국민은 촛불을 들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경찰 추산 15만9천명이었다. 그 시각 광화문에도 국민이 모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이다. 경찰 비공식 추산 집계로 2만명이었다. 15만9천명이야 대세라 치자. 여기서도 궁금한 건 탄핵 반대 2만명이다. 탄핵 표결이 무산되자 ‘이겼다’며 환호까지 나왔다. 설마 계엄이 승리했다고 부른 만세는 아닐 것이고. 이 환호의 의미는 또 뭘까. 복잡한 문제 아니다. 계엄도 싫지만 이재명이 더 싫은 거다. 광화문 구호에서 다 드러난다. ‘이재명 구속하라’ ‘종북세력 작살내자’ ‘계엄령 내린 대통령보다 민주당 횡포가 더 화난다’…. 이재명 대표가 싫은 것이다. 여기에 싫은 사람이 또 있다. 조국 대표다.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검찰은 내란 수사에서 손을 떼라.’ 거친 반응이 쏟아진다. ‘대법 판결 받고 감옥 가라’ ‘더러운 입 놀리지 말라’…. 계엄보다도 싫은 조 대표다. 지금 여론은 ‘86%와 16만’이 끌어가고 있다. 윤석열을 식물 대통령으로 밀어냈다. 국민의힘을 폐족(廢族)으로 내몰았다. 대세를 견인하는 7년 전 기억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의 프로세스다. 2016년 12월 9일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고, 2017년 5월 9일 대선이 치러졌고, 야당 후보가 무혈입성 하듯 당선됐다. 그 흐름의 반복이라면 대통령은 이재명이다. 비명(非明)은 사라졌고 중도도 투항 중이다. 이 와중에도 여전히 ‘이재명 싫다’는 그들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희망도 있다. ‘5월 게임’이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인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이다. 3심까지 유지되면 출마 못한다. 그 경계 시점이 5월 말이다. 국민의힘의 ‘질서 있는 퇴진’도 결국은 이 고민이다.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재판 연기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형량이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도 이걸 붙잡고 있다. 그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싫은 거다. 정치적 소신이다. 집회의 자유도 있다. 다만, 그들도 답답한 게 있다. 그날 밤, 윤 대통령이 말했다.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국민은 없다. 이재명 대표를 지목한 것일 거다. 5개 재판을 받고 있으니까. 조국 대표도 지목한 것일 거다. 항소심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있으니까. 명백한 오류고 과한 표현이다. 법률 전문가인 대통령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모를 리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이재명·조국을 범죄자로 명명했다. 국회를 범죄자 소굴로 확정지었다. ‘반(反) 이재명’ 국민의 논리도 이것을 빼 닮았다. ‘범죄자 이재명’이라고 외치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은 안 된다’는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이제 대통령 본인을 옭아 멨다. 내란 혐의 고발이 들어왔다. 고발 됐으니 사건 번호가 붙었다. 자연스런 입건(立件)의 절차다. 이런 통상의 명칭을 언론은 ‘현직 대통령 최초 입건’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범죄자로 몰렸다. 그의 논리니 할 말도 없다. 범죄자 이재명, 범죄자 조국. 그리고 범죄자 윤석열. 모두가 범죄자가 됐다. 2022년 대선 경선(競選), 홍준표 경선 후보가 말했다. “(윤석열·이재명) 누가 돼도 한 사람은 잡혀가게 될 이상한 선거다.” 그리고 2년 반 만이 지났다. 우려는 최악으로 다가 왔다. 수사는 둘 다 받게 됐고, 거리는 다시 증오로 넘친다.

[김종구 칼럼] 이 와중에 ‘윤석열은 우리가 잡겠다’는 검경 싸움

휴대전화 확보는 모든 수사의 기본이다. 휴대전화를 숨기는 건 피의자의 기본이다. 그만큼 휴대전화의 증거능력이 절대적이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수사는 더욱 그렇다. 12월3일 밤 모든 게 담겨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휴대전화를 두 기관이 나눠(?) 가졌다. 검찰 특수본이 8일 새벽 한 대를 압수했다.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하면서다. 경찰 특수단은 8일 오전 다른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김 전 장관 집,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서다. 메신저 등 대화 확인을 위해 포렌식이 필요하다. 검찰 특수본과 경찰 특수단이 따로 한다. 정보 등을 공유할 계획은 전혀 없어 보인다. 기자들의 취재가 양쪽을 동시에 향한다. ‘어느 쪽 휴대전화에서 증거가 잡힐까’. 이게 무슨 컴퓨터 수사 게임도 아니고. 검경의 포렌식 경진대회도 아니고.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했던 내란 수사다. 현직 대통령을 입건한 전대미문의 수사다. 이런 수사에서 벌어지는 증거 쟁탈전이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12월3일 밤까지 윤석열은 인사권자였다. 검찰총장도 임명했고 경찰청장도 임명했다. 부장검사 인사, 총경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랬던 인사권자가 권력을 잃었다. 임기마저 남의 손에 맡겨 놓은 처지가 됐다. 내란이라는 어마무시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 수사권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맞붙었다. ‘성역 없는 관련자 엄벌’을 서로 주장하고 있다. 그 대상은 ‘윤석열’이고, 그 엄벌은 ‘구속’이다. 결국 ‘우리가 윤석열 잡겠다’는 싸움이다. "윤통도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 거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올린 글이다. 문맥으로 봐 한동훈 저격용 같다. 검경을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건 그렇게 볼 사안도 아니다. 국가원수의 내란 혐의를 파헤치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을 소환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 구속이라는 상황도 상정돼 있다. 이런 수사에 ‘휴대전화 쟁탈전’이 말이 되나. 국방장관 신병 달라, 못 준다고 싸울 건가. 장군(將軍) 먼저 체포해 가기 경쟁이라도 할 건가. 수사가 복잡하지 않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범죄 모의를 파악할 대상과 절차가 간단하다. 선포 이후의 활동도 두 세 시간이었다. 국회와 선관위 등에서만 상황이 있었다. 명령 흐름 단계가 비교적 간단하다. 대통령 윤석열, 국방장관 김용현, 계엄사령관 박안수, 특수전사령관 곽종근,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방첩사령관 여인형이 수사 대상이다.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도 대상이다. 언론에는 이미 많이 나왔다. 법률 검토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우선 계엄 선포의 위법성은 수없이 제시됐다. 헌법 77조에 그 내용과 정도가 잘 적혀 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그날 밤 우리나라에는 어떤 비상사태도 없었다. 계엄이 국가에 끼친 내우외환의 예는 널려 있다. 쏟아지는 외신(外信) 보도가 그 단면이다. ‘대만에 더 뒤처질 위기’(블룸버그), 투자 리스크 증폭(모건스탠리)…. 환율 폭등과 주식 폭락도 증거다. 벽(壁) 없이 갈 수사다. 어쩌면 수사 속도가 정치 속도를 따라 잡을 수도 있다. 대통령 소환이 모두의 짐작보다 빠를 수도 있다. 이걸 검경 수사권 논쟁이 막고 있다고 보지 않나. 검찰은 경찰의 사건 관련성을 얘기한다. 특수본 본부장이 “이 사건에서 가장 관련자가 많은 데가 경찰”이라고 했다. 실제로 위법성이 확실한 국회 통제에 경찰이 투입됐다. 경찰도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법무장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많다. 검찰 출신 대통령에 대한 정서적 불신도 있다. 검경 누구든, 서로 내칠 입장이 아니다. 12·3 계엄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거기엔 대통령의 탐욕이 있었다. 계엄 수사권 충돌도 그런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여기엔 검찰과 경찰의 기관 탐욕이 있다.

[김종구 칼럼] 대통령 윤석열의 남은 길, 통합 위한 밀알

현실 정치에서 저만치 떨어져 지낸다. 정치도 여론도 그를 잊어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12월3일 밤은 충격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대통령 윤석열’.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중단하고 일어섰다. 급한 마음에 국회로 차를 몰았다.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있었다. 다시 용산으로 차를 돌렸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다시 돌려 왔지만 역시 조용했다. 그렇게 대통령실 앞을 세 번 오갔다. 그가 말했다. “큰일났다. 통합해야 한다.” 다들 그랬다. 처음에는 공포였다. ‘계엄 선포’, ‘계엄군 통제’, ‘영장 없이 체포’, ‘위반 시 처단’…. 기자들에게는 ‘언론 출판 계엄군 통제’까지. 3시간만에 국회가 계엄 해제 결의를 했다. 계엄군이 고개를 숙이며 돌아갔다.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심장 박동을 두드리던 공포는 누그러졌다. 대신 그 빈자리에 분노가 채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분노였다. 밝아 온 12월4일 구호는 이미 정해졌다. ‘윤석열 탄핵’, ‘윤석열 처벌’. 이때까지는 ‘안쓰러운 이해’도 있었다. 비상 계엄 선포의 이유를 두둔하는 논리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김민전 최고위원이 ‘야권의 무도함을 알리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울먹였다. 인요한 최고위원은 ‘야당이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에게 몰아붙인 점을 기억하자’고 했다. ‘정치가 아닌 의사로서의 소견’이라고 했다. 20% 미만 지지층의 측은지심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나’는 동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러나 이런 배려도 한순간 사그라들었다. ‘국회 무력화 기도’다. 계엄군의 첫 번째 작전은 국회 점거였다. 계엄하에서도 국회 탄압은 안 된다. 이 자체가 계엄법 위반 행위다. 여기서 더 나간 주장도 나왔다. 중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 시도 주장이다. 그 속에 놀라운 대상도 포함돼 있었다. 정부와 한 몸인 여당의 한동훈 대표다. ‘무도한 야당의 횡포’가 계엄의 사유라고 했다. 그런데 같은 여당의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 말이 되나. 체포 지시가 있었네 없었네 말은 많다. 하지만 한 대표를 체포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 대표도 윤 대통령에게 직접 항의했다. 돌아온 답은 ‘그랬다면 계엄군이 포고령 위반 때문에 그랬을 것’이었다. 국민의힘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정치 목소리는 사라졌다. 조기 퇴진을 위한 로드맵이 공식 화두가 됐다. 7일 국회가 탄핵을 의결했다. 불발됐지만 또 한다고 한다. 탄핵 또 탄핵…. 정권은 이미 무력화됐다. 그날, 모두가 봤다. 국민이 둘로 갈라졌다. 국회에 온 국민은 탄핵 찬성을 외쳤다. 광화문에 온 국민은 탄핵 반대를 외쳤다. 탄핵 좌절에 눈물을 흘리는 국민이 있었다. 탄핵을 항의하며 몸에 불 붙인 국민이 있었다. ‘12·3 계엄’이 잘못됐음은 모두가 안다. 위법성과 무모함을 토론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국민은 둘로 갈라졌다. 이 이유를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계엄 정국이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선(大選)의 셈법이다. ‘탄핵 찬성’. ‘이제 대통령은 이재명이다’는 목소리가 있다. ‘탄핵 반대’. ‘죽어도 이재명에겐 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계엄 정국에 더해진 대선 전초전. 경험 못한 분열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서두(序頭)의 화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다. 의원, 장관, 지사, 당 대표를 했던 그다. 무력하게 헤맸다는 3일 밤 광화문 거리다. 그의 우려가 사흘 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 ‘국민 분열이 걱정이다. 통합해야 한다.’ 숱하게 들었던 ‘통합’. 지금처럼 무거웠던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은 임기를 정치권에 맡겼다.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그에게도 마지막 명령권은 있다. 이 혼란을 초래한 계엄에 속죄할 명령, 그 자신을 향한 명령이다. ‘국민 통합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그 내용·방식은 정해져 있다. 국민도 알고, 대통령도 안다. 그걸 그가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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