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지역문화팀장
지난 2022년 8월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은 지병과 생활고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주변의 관심이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립돼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서로를 살피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수원시가 3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됐기에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은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시민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시민 주도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문화자치 상생 모델을 개발하며 문화와 생활이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급격한 도시 팽창 속에서 새로운 도시문화 커뮤니티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시민을 중심으로 예술가, 문화 기획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문화축제와 플리마켓, 국내외 유명 공연 등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이 다수 추진됐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라고 혹평을 받았던 문화도시 수원이 시민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제는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함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지난 10월19일,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문화도시 수원 페스티벌’은 기존 축제들이 단순하게 문화를 향유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축제에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기획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문화배율×125 나의 사사로운 나의 도시이야기’와 ‘수원했어, 오늘도’가 대표적이다.
수원 인구 125만명을 대표하는 수원시민 125명을 모집해 그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빙 영상을 통해 나를 암에서 이겨내게 해준 공간, 타지에서 왔을 때 나를 보듬어준 공간 등 수원시민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내며 서로를 살피고 의지할 수 있는 도시로서의 문화도시 수원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또 ‘수원했어 오늘도’는 문화배율×125에서 선정한 시민과 수원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가들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 서로에게 위안이 돼 주는 콘서트로 진행됐으며 시민 한 분은 직접 무대에 나와 연주를 선보이며 큰 울림을 줬다.
이번 축제는 수원이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각 개인의 삶과 기억이 깃든 장소를 공유하고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수원이라는 도시와 더 깊이 연결되며, 앞으로의 문화적 발전과 소통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문화도시 수원은 단순히 문화적 행사나 프로그램을 넘어 시민들이 서로를 살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로 나아가고자 한다. 우리가 함께하는 문화도시 수원은 외로움과 아픔이 없는 미래를 꿈꾸고 행복을 나누는 도시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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