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이나 사회에서 형성된 ‘나’를 돌아보고, 진정한 자아와 마주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안상철미술관은 올해 첫 전시로 김숙경·이지현 초대전 ‘내 안의 나: 꿈의 단어들을 상상해요’를 선보이고 있다. 김숙경, 이지현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한 중견 여성 화가로, 전통 기법을 현대적 소재에 접목해 각자의 시각으로 개성 있는 화풍을 확립했다. 두 작가는 모두 일상의 삶에 기반을 두고 현실에서 이탈한 가상의 세계를 그린다. 기억 속의 어린 시절, 만화·동화 속 세계, 유토피아 등 진정한 자아를 실현할 이상향 같은 곳들이다. 이번 전시는 현실과 가상,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서는 두 작가의 평면회화 34점을 펼쳐보인다. 먼저 김 작가는 여성의 시각으로 ‘내 안의 나’를 바라본다. 그는 전통 한국화의 재료인 분채를 사용해 여성 인물을 주로 그리는데, 작품에는 여성과 함께 다양한 꽃과 새, 나비, 실타래, 인형, 거울, 그릇 등의 모티프가 자주 등장한다. 꽃은 생명력을, 새와 나비는 자유로운 비상을, 실타래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을 비유하는 식이다. 작품 ‘가장 아름다운 시절’, ‘포스트우머니즘’이 대표적이다. 작품 속 여성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삶과 꿈에 관한 것이지만 여성 일반의 서사이기도 하다. 섬세하고 다채롭게 그려진 여인들은 동화 속 공주처럼 화사하고 아름답다. 현실에서 잊고 지낸 내 안의 나, 즉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다. 김 작가의 작품은 여성의 시각으로 자아와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페미니즘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 이 작가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로 유쾌한 위로를 건넨다. 대중문화의 캐릭터를 이용해 현대의 트렌드와 욕망 사이의 접점을 탐색한다. 작품 ‘Amuse15’, ‘Amuse26’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도날드 덕 등 친숙한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불러와 친숙한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불러와 새로운 맥락에 놓기도 하고 베어브릭 이미지를 전통적 채색화 기법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베어브릭은 귀여운 곰의 얼굴과 블록 모양의 몸을 가진 수집용 장난감으로 오늘날의 ‘키덜트 문화’를 대표한다. 작가는 동심을 지닌 캐릭터를 재창조해 소유와 유희의 욕구를 일깨운다. 작품을 통해 관람자가 즐거움을 느끼고 치유와 위로를 받으며 내면의 순수한 자신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안상철 미술관 관계자는 “두 작가의 이야기는 조용하지만 밝고 경쾌하다. 또 따뜻한 시선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 편안함과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일상과 자아실현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진정한 나를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27일까지.
신발을 신을 때 엄지발가락이 자주 쓸리거나 발 앞쪽에 굳은살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마찰이 아닌 무지외반증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초기에는 통증 없이 가볍게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지발가락이 점차 휘고 발의 균형이 무너지며 다른 발가락까지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족부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며 관절 부위가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이때 돌출된 부위는 신발에 쓸리며 통증과 염증, 굳은살을 유발하기 쉽다. 보행 시 체중의 40~60%를 지탱하는 엄지발가락은 발의 추진력과 균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부위에 변형이 생기면 발 아치가 무너지면서 하중이 발 앞쪽으로 몰리고 제2·3 발가락까지 밀리거나 겹치는 2차 변형이 나타난다. 무지외반증의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평발, 발볼이 넓은 구조, 안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보행 습관 등은 부모로부터 유전될 수 있으며 이러한 족형은 무지외반증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가족력이 있으면 성장기 청소년에게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이 돼 발생하는 경우에는 유전적 소인에 더해 잘못된 신발 선택, 장시간 서 있는 직업, 하이힐과 같은 지지력이 부족한 신발 착용 습관이 주요한 후천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많은 이들이 이 질환을 단순한 발의 피로나 외형 변화로 오해하고 방치하거나 보조기 착용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 무지외반증은 보조기만으로는 교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생활 속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발 선택이다. 발볼이 넉넉하고 굽이 낮으며 지지력이 좋은 신발이 도움이 되며 하이힐이나 플랫슈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경미하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실리콘 패드 및 교정용 깔창 등을 통해 보행 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족부 스트레칭, 걷는 자세 교정, 체중 관리 등을 병행하면 증상 악화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휨 각도가 크고 통증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진행된 경우 엑스선 영상 진단과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관절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최소침습 무지외반증 수술이 적용되며 작은 절개를 통해 뼈의 정렬을 바로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회복은 몇 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며 점진적으로 일상적인 보행과 활동을 회복할 수 있다. 이후 발가락의 정렬이 자연스럽게 회복되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아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무지외반증은 수술 후에도 생활습관 개선이 이뤄지지 않거나 족부 구조적 원인이 지속될 경우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발에 맞는 신발 착용과 정기적인 스트레칭, 걷기 습관 관리 등 꾸준한 사후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지외반증은 단순히 외형만의 문제가 아닌 발 전체의 기능과 정렬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질환이다. 엄지발가락이 휘어 보이거나 반복적인 굳은살과 불편감이 나타나면 정형외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주에서 왕성하게 작품 활동중인 한국만다라 창시자 김경호 세계명인이 중국 칭다오 리젠트 호텔에서 열린 예술 교류 행사에 참석, 유엔 특별 옵서버이자 국제 생태생명안전아카데미 원사, 세계문예연합회 부회장인 손용신(孙泳新) 작가와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는 ‘일대일로 문화예술 교류’를 주제로 열렸으며, 세계공급마케팅연맹 장위취안(张玉权) 회장과 중국 문화부 정슈빈(郑琇宾) 장관의 주관으로 이뤄졌다. 김경호 명인과 손용신 원사(작가)와의 교류를 통해 한중 예술계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다. 칭다오 리젠트 호텔은 이번 행사를 위해 로비를 새롭게 단장하고, 한중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문화적 분위기를 더했다. 김경호 세계명인이 호텔에 도착하자 현장에는 박수가 터졌고, 두 예술 거장은 뜨겁게 악수하며 본격적인 문화 교류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행사는 예술을 통한 양 국가 간 우호 증진은 물론, 동아시아 문화의 접점을 새롭게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5년 생존율이 10%에 불과한 치명적인 암이 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췌장암’은 대부분 암이 진행된 후 발견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21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췌장암 환자는 9천780명으로 갑상선암을 포함한 전체 암 가운데 발생률 8위를 기록했다. 2018년 췌장암 환자가 7천611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5년간 28.5% 증가했다. 특히 췌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예후가 가장 나쁜 암으로 꼽힌다. 췌장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수술이 가능한 초기 췌장암 환자는 전체의 20% 이내에 불과하며, 수술로 췌장을 완전히 절제해도 미세 전이에 의한 재발률이 높아 75~80%는 암이 재발한다. 항암제, 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낮은 것도 문제다. 이처럼 3, 4기로 넘어가면 치료가 쉽지 않아 증상을 알아두고 최대한 빨리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암이 발생하면 소변·대변의 색이 바뀔 수 있다. 췌장에 생긴 암 덩어리가 담관을 압박하는데, 이로 인해 담즙이 정체되며 혈액 속으로 들어가 쌓인다. 이때 담즙 속에 있는 빌리루빈이라는 색소가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소변 색이 콜라나 흑맥주와 비슷한 갈색으로 변할 수 있다. 반대로 변 색깔은 하얗게 변한다. 담즙이 장내세균과 만나면 갈색·황토색·노란색 등으로 변하는데, 췌장암이 발생하면 담즙의 정상적인 배출이 어려워지면서 대변에 담즙이 섞이지 않아 변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변에 기름기가 많고 악취가 나며 변기 물을 내려도 변이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는 특징도 나타난다. 소변·대변 변화와 함께 피부와 눈이 노래지고, 피부가 가렵고, 갑자기 없던 당뇨가 생기거나 복통, 메스꺼움, 구토, 체중 감량, 식욕 저하 등이 있으면 췌장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명치, 옆구리, 등, 허리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소화가 안 될 때, 똑바로 누워 자면 허리가 아픈데 웅크리고 자면 괜찮을 때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췌장암 발병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노화, 흡연, 비만 및 대사 질환, 제2형 당뇨병 등이 있다. 또 고기·가공육·고온 조리 음식, 과음 등의 식습관이 있다면 조절할 필요가 있다. 박준성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성 췌장염 환자, 당뇨병이 10년 이상 된 사람, 매일 한 갑씩 10년을 흡연한 사람 등은 고위험군에 속해 40세 이상이면 복부초음파검사를 주기적으로 해보는 것을 권한다”며 “췌장암은 진행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한두 달이 굉장히 중요해 치료 시기를 늦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예산과 규모는 미디어아트를 주요하게 선보이는 다른 지자체 공립미술관과 비교했을 때에도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현대미술관은 올해 전시 운영비만 26억원에 달한다. 1년에 일곱 번의 전시를 준비해 2개월 간격으로 새 전시가 펼쳐진다. 소장품 구입비 역시 14억원으로 올해 총 70점의 작품을 구입할 예정이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전에는 8억원을 들여 160여점의 백남준 작품을 한데 펼쳐보이며 ‘백남준 사후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지맵은 올해 전시 운영비 8억3천만원으로 4개의 전시를 운영하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올해 5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와 함께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대형 작품이 많은 백남준의 전시를 효율적으로 선보이기 어려운 백남준아트센터의 협소한 공간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면적은 총 2천354㎡로 역시 부산현대미술관 5천910㎡,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지맵 9천747㎡와 비교하면 매우 비좁다. 특히 구불구불한 구조로 돼 있어 관람 동선이 매끄럽지 않아 전시가 효율적으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점도 전시 기획 시 매번 고민인 지점이다. 이 같은 문제는 ‘세계적인 거장’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담고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인지도 하향세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백남준아트센터 운영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이후 매년 10만~20만명의 관람객을 유지 중이다. 이는 경기문화재단 소속 7개 뮤지엄 중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관람객 수는 2023년 12만3천여명으로 경기도어린이박물관(37만3천여명)과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18만3천여명)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18만6천여명으로 증가해 경기도어린이박물관(33만6천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관람객 수가 많았지만 백남준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고려하면 여전히 모객 수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원정 신라대 디자인대학 창업예술학부 교수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운영비 감소로 전시 순환율이 떨어지고 소장품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결국 관람객의 발길을 떨어뜨려 백남준과 백남준아트센터의 인지도를 추락시키고 있다”며 “백남준아트센터의 독자성과 유니크함, 실존성을 인정하고 백남준의 위상에 걸맞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뮤지엄을 만들도록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남준아트센터가 ‘시그니처 사업’을 만들어 백남준을 더욱 알리고, 백남준아트센터를 명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백남준아트센터는 경기문화재단 소속 뮤지엄 중 한 곳이므로 해당 미술관에만 예산을 많이 분배할 수는 없는 구조”라며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품 구입 뿐 아니라 새로운 전시를 더 선보일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예산 부족 문제는 인지하고 있고 명소화하기 위한 활성화 사업을 고민 중이다. 이달 열리는 백남준아트센터 운영자문위원회에서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내년부터 활성화 사업을 집중적으로 이끌어 가 백남준의 위상에 걸맞은 뮤지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소장품 구입비 ‘0원’... 찬밥신세 ‘백남준’ [홀대받는 백남준아트센터]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9580471
한국인 최초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白南準·1932~2006).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꼽히는 백남준은 ‘비디오아트’ 장르를 창조한 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세계로 현대미술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용인특례시 상갈동엔 백남준의 이름을 붙인 세계에서 유일한 공립 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그의 예술세계를 통해 새로운 담론을 찾으려는 국내외 예술가들의 발길이 해마다 이어진다. 하지만 백남준의 명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문만 겨우 열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 활동을 연구로 발전시키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예산 부족으로 전시 순환율이 떨어지고 소장품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19일 경기문화재단에 따르면 백남준아트센터는 2008년 백남준의 예술을 소장·연구·전시·보존하고 미래의 백남준을 발굴해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개관했다.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기리는 백남준아트센터는 미디어아트를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백남준의 세계적인 명성과 달리 백남준아트센터의 사업·전시 예산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 사업 예산은 15억5천만원으로 지난해(17억6천만원)보다 12% 감소했다. 전시 운영에만 투입되는 예산 역시 올해 5억1천만원으로 지난해(7억2천400만원)보다 3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장품 구입비는 올해 0원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 구입비는 2018년 2억9천900만원에서 2019년 2억9천915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20, 2021년 1억원으로 감소한 뒤 2023년 0원으로 떨어졌다. 소장품 구입 역시 2019년엔 백남준의 작품 14점을 구매한 뒤 매년 6점, 5점, 3점을 확보하다 예산이 0원인 2023년엔 단 1점도 구입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6천만원의 구입비가 마련돼 백남준의 사진 4점을 겨우 사들였다. 소장품 구입비가 없다 보니 소장 가치가 충분한 작품을 놓치는 일도 허다하다. 미래 세대의 표상을 제시하며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백남준의 ‘해커 뉴비’(1994년)가 지난 2월 서울옥션 경매에 등장하자 전문가들은 “‘해커 뉴비’는 백남준아트센터에 있어야 빛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올해 소장품 구입비가 없는 탓에 1억5천만원인 이 작품은 결국 다른 곳에 소장됐다. 예산 부족 문제는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통해 그의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전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이는 백남준아트센터는 기자재 장비 등 전시 제반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 전시 한 개를 선보이는 데 드는 예산은 대략 3억원. 지난해에는 3개의 전시를 선보였지만 올해 배정된 예산만으론 2개도 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백남준아트센터는 예술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는 현대자동차의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등 외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올해 전시를 간신히 4개로 늘렸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모니터가 200~300개 있는 ‘백팔번뇌’ 등 백남준의 대규모 작품은 없고 소장할 엄두도 못 낸다”며 “백남준아트센터가 현재 지니고 있는 자산을 제대로 선보이고 싶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센터, 시그니처 사업 만들어... 백남준 적극 알려야 [홀대받는 백남준아트센터]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9580470
㈜에클랏 홀딩스는 20일 이탈리아의 천연 건축 소재 브랜드 ‘마테오 브리오니’의 천연 클레이를 소재로 국내 현대 작가들과 함께하는 특별전 ‘Ancient Future: 오래된 미래-2225년에서 온 초대장’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성수동 에클랏 홀딩스 사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래된 것에서 미래를 본다’는 역설적 개념을 기반으로, 흙이라는 가장 오래된 재료를 통해 인간의 감각과 기술, 고전적 미의식과 미래적 상상이 교차하는 시간의 레이어를 시각화한다. 특히 ‘마테오 브리오니’가 천연 점토의 철학을 한국 예술문화의 정서와 섬세하게 연결한 첫 아시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참여 작가로는 도자예술과 조형을 넘나드는 신원동, 자연과 인간의 흔적을 시각화하는 레오 킴, 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정우원이 함께한다. 이들은 흙이라는 재료에 각자의 감각을 덧입혀 각자의 시선으로 ‘미래의 흙’을 해석한다. 전시를 주최한 ㈜에클랏 홀딩스는 에클랏코리아, 더디자인웨어앤파트너스, 라티즌, 트렌드프레소 등 분야별 전문 브랜드를 통해 감도 높은 공간과 지속가능한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건축 디자인·공간디자인 자재 전문 기업이다. 건축 외장재부터 인테리어 마감재, 가구, 욕실 디자인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예술·건축·공간을 잇는 지속 가능한 경험을 쌓아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전통과 기술이 공존하는 감각적 미래를 제시해 에클랏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하고 감성적인 럭셔리의 철학을 공간 안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마테로 브리오니’는 이탈리아 북부 곤차가 지역에서 채굴한 천연 점토만을 사용해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Earth Surface’ 콘셉트를 제시해왔다. 이는 마테오 브리오니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공간의 분위기와 질감을 결정짓는 자연 본연의 재료이자 감각적이고 지속가능한 디자인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테오 브리오니는 샤넬, 발리, 이솝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뿐 아니라 아만, 만다린 오리엔탈 등 세계적인 리조트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해왔다. 국내에서는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 논현동 브라이튼 N40, 춘천 한화 무아 제이드 리조트 호텔 등에 마테오 브리오니의 천연 흙 마감재가 적용됐다.
붉은 머리를 한 여자들의 불명확한 자세와 표정. 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기억과 감정을 투영하게 하는 ‘여백의 얼굴들’과 마주한다.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 여기서 잠시 멈추다 보면, 어느새 회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수원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온 서양화가 유선형의 열한번째 개인전 ‘Temptation’이 오는 23일까지 서울 삼청동 선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형상과 감정, 상징이 절묘하게 결합된 회화 작업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수성과 무의식의 경계를 탐색하는 섬세하고도 도전적인 시도를 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근작 시리즈인 ‘Faerie’와 ‘Temptation’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작가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정제된 인물 표현이 돋보인다. ‘Faerie’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초상을 통해 존재의 본질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한다. 때로는 눈을 가린 채 정면을 응시하거나, 꽃잎과 같은 머리 장식 속에서 나비를 바라보는 모습은 관람자에게 침묵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강렬한 붓질과 부드러운 피부 표현이 공존하면서 감각적 긴장감을 더한다. ‘Temptation’은 ‘유혹’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으로 더 밝고 강렬한 색채 대비와 함께 시각적 유희를 강조한다. 이 시리즈의 인물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불명확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배경의 초록 식물과 분홍빛 공간은 자연과 욕망 사이의 아이러니한 경계를 암시한다. 전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붉은 머리를 지니고 있다. 때로는 눈을 가리거나 가늘게 뜬 상태로 묘사된다. 이는 자아 성찰과 내면의 탐구, 혹은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시각적으로 표출한 장치로 읽힌다. 작품 속 머리카락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를 넘어 화려한 붓터치로 구현된 상상적 오브제로 기능하며, 인물들의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감싸고 있다. 특히 새, 나비, 잎사귀와 같은 자연물과의 교감은 존재와 상호적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낸다. 작가의 작업은 회화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려하게 처리된 인물 묘사는 고전적 회화 기법에 기반을 두되, 대담한 색면 분할과 강렬한 브러시 스트로크는 현대적 감각을 구현한다. 붉은색, 초록색, 핑크색 등의 대비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확장하며, 관객들은 ‘고요 속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유 작가는 현재 선과색, 대한민국현대인물화가회, 상형전, 경기미술대전초대작가, 경기구상작가회, 한국미협회원 등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 14일 서울예술고등학교 도암홀에서 열린 지휘자 금난새의 ‘푸근한 음악회’에 청각장애 아동과 가족 35명이 초청돼 클래식 음악의 감동을 함께 나눴다. 이번 공연은 청각장애 아동에게 생애 첫 실내악 관람이라는 특별한 경험이자, 음악을 통한 새로운 소통과 정서적 연결을 시도한 뜻깊은 무대였다. 이번 행사는 개관 40주년을 맞은 청음복지관이 기획했다.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복지관은 저주파부터 고주파까지 다양한 주파수를 가진 악기를 활용해 아동들의 청능과 언어발달을 돕고 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아이들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다양한 악기를 이제 막 접하기 시작한 단계다. 이런 아동들에게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보다 섬세한 챔버 오케스트라 구성 무대는 소리의 질감과 감정을 느끼기에 최적의 무대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악기 소리와 연주자의 표정을 함께 경험한 아이들은 익숙한 악기가 등장할 때마다 눈을 반짝였고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이런 공연을 보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깊은 감동을 전했다. 공연 후 금난새 지휘자는 “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연결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무대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을 주선한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 심계원 이사장은 “음악이 아동들에게 또 하나의 언어가 되어 주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가 ‘2025 기아챌린지 ECO 서포터즈’와 함께 친환경 교육, 환경 이슈 캠페인 등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신은진(22), 양재명(25), 이어진(22), 장하나(23), 전세빈(26) 학생으로 구성된 ‘지구는 처음이라’ 팀은 매년 선거 종료와 함께 버려지는 대량의 폐현수막이 야기하는 환경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선거가 끝난 거리엔 공약보다 더 많은 쓰레기가 남았다. 선거 기간 전국에 걸린 수십만 장의 현수막 가운데 재활용되는 것은 30%도 되지 않으며, 대부분은 선거 종료와 함께 그대로 태워지거나 땅속에 묻혔다.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잊히는 ‘소모품’처럼 취급되며 정치권은 물론 시민 사회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거리에는 수많은 공약이 걸렸지만, 정작 그 뒤에 남은 환경의 책임은 누구도 제대로 짊어지지 않고 있다. 제21대 대선 선거운동으로 전국 각지에는 후보자들의 얼굴과 공약이 담긴 현수막이 거리를 채웠다. 19일 행정안전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5천 408t에 달했으며 이 중 33.3%(1천 801t)만이 재활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은 폐현수막 발생량 6천 130t, 재활용률 29.6%(1천 817t)로 매년 전국에서 대량의 폐현수막이 발생하지만, 3분의 2 이상은 소모되고 버려진다. 대부분의 현수막은 플라스틱 합성수지(PVC)로 제작돼 자연분해에 수백 년이 걸리고, 소각 시 다이옥신과 이산화탄소 등 유해 물질을 배출해 온실가스의 원인이 된다. 더욱이 폐현수막의 재활용이 기술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쉽지 않다. PVC 재질 특성상 재활용을 위해선 세척과 분리 작업이 필수지만, 이 과정에서 다량의 폐수가 발생하고 비용도 상당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를 감당할 설비나 예산이 부족해, 결국 소각 또는 매립 외에는 현실적인 처리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그 결과 폐현수막의 70%가량은 그대로 소각되거나 땅속에 묻히며, 오랜 시간 환경에 잔존하거나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식으로 우리 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선거철 반복되는 폐현수막 문제는 제도 개선만으로 한계에 다다랐고, 시민의 인식 전환과 공동의 책임 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선거철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폐현수막이 환경 오염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자, 행안부는 ‘제2회 폐현수막 자원순환 문화 조성 경진대회’ 개최하고 일부 지자체와 기업은 폐현수막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폐현수막으로 만든 재활용 제품은 위생 문제가 크고, 세척 과정에서 많은 폐수가 발생해 오히려 또 다른 환경 부담을 초래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러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아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결국 폐현수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폐현수막의 새로운 쓰임을 알리고, 시민들이 환경 문제를 ‘나의 일’로 인식하도록 돕는 참여형 캠페인과 기업의 가치 중심 홍보가 요구된다. 폐현수막 문제 해결은 단기적 재활용 정책을 넘어 시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필요한 때이다. 글·사진=2025 기아챌린지 ECO서포터즈 ‘지구는 처음이라’ 팀 / 정리=이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