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 문체부 장관 "이재명 캠프·발레단 경력 없는 고령 교수 선임 뜬소문"

국립발레단 차기 단장 인선을 앞두고 단원들이 공정한 절차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국립발레단 단원 일동은 6일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선임에 대한 단원 입장문’을 통해 “국립발레단을 이끌 단장 겸 예술감독은 발레단의 현장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며 한국발레의 미래를 끌어나갈 인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단원들은 특히 “국립발레단의 리더는 단순히 서류에 사인만 하는 기관장이 아니다”라며 “발레단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하는 최종 책임자로, 그 자리는 결코 명예나 상징성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며 무대 현장을 알고 발레의 예술적 가치와 단원들의 삶을 이해하는 전문적인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인물을 무조건 배제하거나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면서도 “무용수들의 성장과 경력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있고, 단원들의 예술적 역량을 존중하며 발레단의 내부 질서와 창작 환경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를 향해서는 “직업발레단 운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술적 전문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입장문은 무용계에서 발레단 운영 경력이 없는 인사가 차기 단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립발레단 단장 자리는 2026년 4월 12년간 재임한 강수진 전 단장이 퇴임한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논란이 커지자 최휘영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해명했다. 최 장관은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했고, 직업 발레단 경력이 전혀 없는 고령의 무용 전공 대학교수 출신이 선임될 것이라는 허황된 뜬소문이 돌고 있다”며 “임명권자인 제가 심사숙고 중인 후보 명단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런 분이 단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었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인사 시기에는 늘 여러 풍문과 억측이 난무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이 똑같이 말하면 터무니없는 말도 사실로 믿게 된다)’를 인용해 근거 없는 소문 확산을 꼬집었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을 향해서는 “절대 염려하지 마시고 공연에 전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실 연애는 포기했는데 연프는 열광…캠퍼스에서 ‘연프’ 직접 만드는 이유

대학가에서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연프)’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기성 방송국 못지않은 영상과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현실성, 캠퍼스만의 풋풋한 감성을 살려 또래 세대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는 모습이다. 대학생이 직접 만드는 자체 제작 연프는 대학가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숭실대에서 선보인 ‘숭대생이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총 조회수 45만회를 기록했다. 이어 성균관대 ‘성균관대 스캔들’, 고려대 ‘썸강신청’, 세종대 ‘사랑은 시계탑 아래에서’, 서울과기대 ‘심쿵연구소’, 경북대 ‘환상연애’, 동국대 ‘동심로맨스’ 등 여러 대학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대학생들이 직접 연애 프로그램을 만드는 배경에는 20대 사이 뜨거운 연프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트렌드 조사 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24 연애 예능 프로그램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대 초반 응답자 69.5%가 연애 예능 시청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관심이 단순 시청을 넘어 직접 기획하고 출연하는 단계까지 진화한 셈이다. 황현석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업과 취업 준비, 경제적 부담 등으로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기회가 감소하면서 연애 역시 쉽지 않은 활동이 됐다”며 “실제 연애는 줄어들고 있지만 인간관계와 친밀성에 대한 욕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애 콘텐츠가 감정 교류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일종의 대리적 사회 경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프로그램 제작에 나선 학생들은 대학생만이 공감할 수 있는 캠퍼스 문화와 공간적 특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균관대 방송국 관계자는 “기존 연프는 직장인 중심으로 진행돼 대학생 입장에서 거리감이 있었다”며 “이원화 캠퍼스 특성을 살려 인문사회과학캠퍼스가 있는 혜화 창경궁과 자연과학캠퍼스 명물인 학술정보관 앞 피크닉 장면 등을 데이트 코스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교육방송국 관계자는 “기성 연프처럼 며칠간 합숙하는 대신 대학생만의 문화인 ‘미팅’을 소재로 삼았다”며 “새내기와 헌내기의 미팅이라는 설정으로 풋풋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가 출연하는 상업 방송보다 완벽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음에도, 20대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즐기는 미디어 현상에 주목한다. 황 교수는 “기존 방송 연애 프로그램이 ‘연출된 관계’라면, 대학생들의 콘텐츠는 같은 학교,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높은 현실성과 공감대를 제공한다”며 “같은 대학이라는 공동체를 공유하는 학생들은 출연자를 ‘우리 주변 사람’으로 인식하며 소속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단순한 연애 이야기를 넘어 공동체 내부의 연결과 공감 욕구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반인인 학생의 얼굴과 사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만큼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상 털기나 악성 댓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제작진은 출연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자체적인 사전 안내와 가이드라인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고려대 방송국 측은 “촬영 현장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해 소속 아나운서를 함께 투입했고, 악성 댓글 빌미가 될 수 있는 발언은 과감히 편집했다”며 “본인 희망 시 최종 선택 결과를 비공개 처리해 심적 부담도 덜어주려 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방송국 측도 “영상 업로드 전 출연자에게 가편집본을 미리 공유해 사전 동의를 구하고, 악성 댓글은 즉각 삭제 조치하며 철저히 관리했다”고 강조했다.

‘쉬고 일하고 치유한다’…경기도, 경기컬처패스 연계 장기 체류 관광 프로모션 추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도모하는 ‘웰니스(Wellness)’와 휴양지에서 업무를 병행하는 새로운 노동 형태인 ‘워케이션(Workcation)’이 경기도형 민생 문화 정책인 ‘경기컬처패스’와 결합해 역대 최대 규모의 혜택으로 도민들을 찾아간다. 장기화된 고물가 체제 속에서 도민들의 휴식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경기 북부 등 도내 외곽 지역의 체류형 관광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8일부터 9월30일까지 약 석 달간 도내 엄선된 우수 웰니스 관광지 및 거점 워케이션 시설을 이용하는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숙박·체험비를 최대 8만원까지 직접 지원하는 특별 프로모션을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정책은 기존 영화나 공연 관람 등에 치중됐던 소액 문화 지원 틀을 깨고, 도민들이 지역 사회에 실제로 체류하며 일과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체감형 관광 콘텐츠 확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파격적인 예산 집중과 중복 혜택 구조다. 이번 특별 프로모션을 통해 제공되는 할인은 경기컬처패스 회원들이 보유한 기존 연간 문화소비쿠폰 한도(연간 6만원)에서 차감되지 않고 완전한 '별도 추가 한도'로 증액 적용된다. 도민이 웰니스 인증 관광지에서 숙박과 레저 프로그램을 즐긴 뒤, 인근 워케이션 거점 시설로 이동해 업무 스페이스를 이용할 경우 각각 5만원과 3만원의 전용 쿠폰을 합산해 총 8만원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게다가 기존 경기도 워케이션 지원 사업이 보장하던 최대 4박 기준 12만원의 숙박비 보조금과도 제한 없이 중복 적용이 가능해, 장기 체류를 원하는 도민들의 실질 비용 부담이 수십만원 이상 경감될 전망이다. 인증 웰니스 관광지의 경우 한국관광공사(KTO) 지정 우수 시설을 포함해 총 10곳이 참여한다. 대표적으로 고양 아쿠아필드의 멀티패스(찜질스파·루프탑풀 등) 상품은 정상가 4만원에서 반값인 2만원으로 즉시 할인되며, 양평 미리내힐빙클럽의 카라반 숙박 시설은 평일과 주말을 불문하고 일괄 5만원의 고정 할인을 투입해 주중 기준 11만5천원에 체류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평택 트리비움의 아트앤스페이스 입장권,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관람권, 시흥 웨이브파크의 서핑 레슨 및 미오코스타 워터파크 입장권 등 각 지역의 시그니처 액티비티들이 최소 5천원에서 최대 2만원까지 촘촘한 차등 할인 구간을 형성했다. 특히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내부에 위치해 고유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파주 DMZ숲의 웰니스 데이 프로그램 역시 주말과 평일 모두 2만원씩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된다. 다만 이 시설은 군사 접경 지역 특성상 출입 및 인솔을 위한 사전 행정 절차가 반드시 수반된다. 원격 근무 환경을 완비한 워케이션 거점은 도내 총 11개 거점, 12개 시설이 레이아웃을 구축했다. 포천 산정호수 인근의 담화재와 한화리조트를 비롯해 동두천 자연휴양림, 가평 자라섬 캠핑장, 연천 백학자유리조트, 파주 평화누리캠핑장 및 모티프원&프레농 등 경기 북부권의 자연 친화적 시설이 전면에 배치됐다. 여기에 남부권의 양평 블룸비스타, 의정부 아일랜드캐슬, 수원 홈즈스테이, 이천 에덴파라다이스, 시흥 웨이브엠 등이 합류해 도민들의 접근 동선을 넓혔다. 지원 대상은 일반 중소·대기업 임직원은 물론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 1인 사업자(개인사업자),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까지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모든 형태의 도민을 아우른다. 신청 시에는 재직증명서나 프리랜서 증빙 자료를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된다. 특히 이번 워케이션 프로모션 참여자 전원에게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여행자 보험' 상품을 무상으로 전액 지원하는 밀착형 안전망이 단독 적용된다. 참여를 원하는 도민은 모바일 경기컬처패스 앱에 접속해 도민 인증을 거친 후 전용 할인 쿠폰을 발급받으면 된다. 쿠폰 획득 이후 웰니스 관광지의 숙박 및 액티비티 상품은 모바일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 앱을 통해 결제 및 예약이 진행되며, 워케이션 거점 스테이와 오피스 상품은 전용 누리집인 ‘더휴일’ 웹사이트를 통해 매끄럽게 연결된다. 유의할 점은 개별 시설별로 할인권의 사용 기한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양 아쿠아필드는 7월16일까지, 시흥 웨이브파크는 7월24일까지 구매 및 이용을 완료해야 하며, 이후에는 시즌 요금 등에 따라 단가가 변동될 수 있다. 또 이번 연계 프로모션은 한정된 지방 재정 예산 구조 속에서 집행되므로, 휴가철 수요가 몰려 준비된 쿠폰 재원이 조기에 소진될 경우 기간 종료 전이라도 즉시 행사가 마감된다. 고영미 경기도 관광산업과장은 “최근 휴식과 건강, 일과 여행을 함께 추구하는 관광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도민이 보다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번 프로모션을 마련했다”라며 “앞으로도 경기컬처패스를 통해 도민이 경기도 곳곳의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체감형 관광 혜택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안성맞춤박물관

“내 마음에 꼭 든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 ‘안성맞춤’이란 단어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곳이 안성시 대덕면 중앙대 안성캠퍼스 입구에 자리한 안성시립 안성맞춤박물관이다. 2002년 문을 연 안성맞춤박물관은 안성의 자랑인 안성유기를 비롯해 안성의 역사와 농업에 기반 둔 향토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 안성맞춤의 탄생 권민경 학예연구사를 따라 1층 상설전시실에 들어선다. “우리가 ‘놋그릇’이라 부르는 유기는 구리에 주석, 아연, 니켈 등 다양한 비철금속을 섞어 만든 합금 기물입니다. 유기는 만드는 기법에 따라 성격과 외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구리에 주석을 섞으면 청동, 구리에 아연을 섞으면 황동, 구리에 니켈을 섞으면 백동이 되지요.” 조선시대에는 장에 내다 팔기 위해 똑같은 모양으로 대량생산하는 ‘장내기’ 유기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철저하게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맞춤’ 유기 두 종류가 있었다. 당시 양반가에서 세련되고 품격 있는 그릇을 원했는데 그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킨 곳이 바로 안성의 장인들이었다. 안성유기는 광택이 선명하고 마감이 깔끔해 주문자의 마음에 쏙 들었다. “여기서 ‘안성에 맞춤 주문한 유기처럼 물건이나 상황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뜻의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탄생했습니다.” 이상하다. 왜 전시된 그릇이 모조리 엎어져 있을까. 그릇 바닥을 보니 한자 ‘안(安)’, ‘안성’, ‘안성특제’ 같은 명문이 뚜렷하다. 꽃모양의 상표 안에 ‘안성맞춤’이란 글자가 양각돼 있다. 안성에서 제작된 상품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명문이다. 조선 후기부터 대량 유통된 주물유기는 미리 원하는 모양의 틀을 만들어 두고 그 안에 쇳물을 부어 굳히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안성에서 생산한 ‘동이’는 물을 담는 그릇으로 표면이 균일하고 매끄럽다. “규격화돼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두께를 얇게 만들기 어렵고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 것이 단점입니다.” 안성이 유기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기록은 다양하다. 죽산 장명사지 오층석탑에서 출토된 탑지석은 고려 초기인 997년 유장(鍮匠)이 있었다는 최초의 기록으로 주목된다. 17세기 학자 이식의 ‘택당집‘과 19세기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십육지’에도 안성 유기를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는데 안성이 전국 제일의 유기 제작처였음을 잘 보여준다. 안성의 장인들은 ‘선수장인(善手匠人)’이라 불리며 왕실의 혼례나 국장 같은 국가의 큰 의례가 있을 때마다 징발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요강부터 젓가락까지, 놋쇠의 무한 변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물 앞에 선다. 방 안에 두고 사용한 큰 요강과 이동하는 가마 안에서 사용했던 작은 요강이다. 초롱과 촛대, 등잔걸이와 발을 말아 올리는 발걸이까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흥미로운 유물이 이어진다. 다림질에 쓰던 인두와 숯을 집을 때 사용하던 부젓가락도 1970년대까지 흔했던 정겨운 유물이다. 자물통과 안경다리는 물론이고 숟가락과 젓가락도 있다. 유기 제품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놀란다. 열 개의 징을 틀에 달아놓은 타악기 ‘운라(雲鑼)’는 모양새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기가 다 똑같은 작은 징인데 어떻게 소리를 달리했을까. 비결은 뜻밖에 단순하다. “징마다 두께를 다르게 메질했기 때문입니다.” 장인의 망치 끝에서 탄생한 미세한 두께 차이가 아름다운 음률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란다. 장인의 섬세한 감각과 정교한 기술에 감탄한다. 안성에서 생산되지 않았던 방짜유기도 꽹과리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전시돼 있다.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8 대 22의 비율로 섞어 쇳물을 녹인 뒤 식기 전에 망치로 끊임없이 두드리는 ‘메질’을 통해 형태를 잡았다고 한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메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좌종(坐鐘)’은 절에서 명상할 때 사용한다. 방짜유기는 수없이 두드려 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휘거나 잘 깨지지 않는 단단함을 자랑하지만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우리나라 풍속에 놋그릇을 소중히 여겨… 심지어 대야와 요강까지 놋붙이로 만든다.” 규장각 초대 검서관을 지낸 실학자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나오는 내용이 흥미롭다. 이처럼 조선의 유기는 식기뿐만 아니라 등잔, 화로, 다리미, 심지어 침을 뱉는 타구(唾具)와 요강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보온과 보랭 효과가 탁월해 사계절 내내 애용됐다. 하지만 유기그릇은 주재료가 구리인 탓에 습한 공기에서 푸른 녹이 쉽게 슬어 사용 후 마른 수건으로 닦아 기름종이에 싸는 등 부지런히 관리해야 하는 수고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일제강점기 놋쇠 숟가락까지 전쟁물자로 몽땅 공출하고 1970년대부터 스테인리스 그릇이 보급되면서 유기그릇은 순식간에 우리 곁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최근 유기가 다시 사랑받고 있다. 구리 성분이 가진 강력한 천연 살균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텀블러와 서양식 나이프와 포크, 방문 손잡이로까지 활용되는 것이다. 전통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기의 변신이 놀랍다. ■도구머리 갓 걸렸네 2층 농업역사실은 안성의 풍요를 보여주는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선사시대의 반달돌칼부터 1970년대까지 사용된 써레와 용두레까지 농사일에 사용된 농기구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기도무형유산 야장 신인영 장인이 제작한 지역마다 모양을 조금씩 달리한 전국 47종의 호미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5월30일 개관한 작은 전시회 ‘도구머리 갓 걸렸네-말총으로 엮은 이야기’는 유기와 함께 안성의 명품 갓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전시다. “국가무형유산 갓일 이수자 박형박 장인과 함께하는 전시여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전시실을 둘러보면 갓이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갓은 말꼬리 털로 만드는 것으로 알았는데 말총과 대나무가 주재료였다는 사실도 새로 배운다. ‘작은 전시’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내용이 충실한 특별전이다. 안성맞춤박물관은 계절과 절기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놀이터로 변신하고 있다. 얼마 전 진행된 기획전시 ‘슬기로운 유기생활’은 어린이들이 진열장 속 유기를 직접 만지고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돼 큰 호응을 얻었다. 국가무형유산 제77호 유기장 보유자인 김수영 장인의 ‘안성맞춤 유기공방’과 협력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유기의 매력을 전달했다. 2023년 특별전 ‘내 입에 안성맞춤’은 박물관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전시로 큰 주목을 받았다. 농심 안성공장과 협업한 이 특별전은 한국 라면의 역사와 왜 안성에 라면 공장이 생겼는지의 비화를 유쾌하게 풀어내 지역 공립박물관과 대표 기업 간의 상생 모델로 극찬을 받았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을 기념한 아시아 문화 체험, 대학 교양 수준의 ‘지혜학교’ 인문학 프로그램, 안성의 칠장사와 청룡사, 석남사와 안성 곳곳에 있는 미륵불을 배경으로 기획한 ‘안성맞춤 박물관대학’까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성을 충족해 주는 알찬 프로그램들이다. 안성은 조선시대 대중문화의 중심이던 ‘남사당패’의 발상지이자 총본산이며 세계적인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축제’를 품은 유서 깊은 문화도시다. 안성맞춤박물관은 그 중심에서 든든하게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온 복합 문화공간이다. 안성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담아내기 위해 종합박물관으로의 확장 이전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유물 확보에 힘을 쏟는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다. 고려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희귀 유기와 남사당 관련 역사 자료를 차곡차곡 모으며 앞으로 더욱 풍성해질 ‘문화 거점’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안성맞춤박물관은 지금 변신 중이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2026 자립준비청년 자립캠프 성료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는 2026년 청하 자립캠프 ‘마이, 마이(Mai, My)’를 성료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태국 치앙마이에서 5일간 ‘나를 찾는 여행’을 주제로 열린 이번 캠프에는 자립준비청년 18명이 참여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립의 의미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은 팀별 미션 활동, 웰니스 프로그램, 선택형 체험활동 등으로 주도적인 경험을 쌓는 한편, 또래 청년들과 자립의 고민을 나누며 자조 모임의 의미를 되새겼다. 지난 2019년 시작된 ‘청하’(청년들의 걱정없는 하루)는 20세 이상 가정위탁 보호연장아동 및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자조모임으로, 현재 100여 명의 청년이 활동하고 있다. 청하는 자립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또래 간 교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정서 지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청하는 ‘다듬어지는 청하’를 주제로 매월 정기 모임을 운영하며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창업 분과 및 하반기에는 자립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미경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청하를 통해 자립은 혼자 견뎌내는 외로운 과정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함께 성장하는 여정임을 경험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하고 건강한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름휴가 농촌으로”…농식품부, 6월 농촌관광 혜택 확대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도시민의 농촌 여행을 촉진하기 위해 매월 둘째 주 운영하는 ‘농촌관광 가는 주간’을 확대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농촌관광 가는 주간은 2026 농촌여행 페스티벌이 열리는 오는 16일까지 연장해 운영된다. 여가·여행 소비를 농촌으로 유도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처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예약할 수 있는 농촌여행 상품은 165종이다. 숙박 상품은 최대 2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경기지역의 경우 김포 한강노을빛체험마을과 가평 아홉마지기마을, 평택 초록미소마을 등이 해당된다. 강원 홍천·영월, 충북 충주, 전남 담양 등 10개 지역에서 운영되는 ‘농촌 크리에이투어’ 관광상품은 최대 50% 할인이 적용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 참여 이벤트도 병행된다. 오는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농촌여행 페스티벌’에는 전국 9개 도의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참여한다. 행사장에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과 농촌관광 청년 창업가들의 이색 상품 등이 마련된다. 농촌관광 가는 주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8일부터 농촌관광 공식 누리집 ‘웰촌’에서 확인하면 된다. 전한영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이번 농촌관광 가는 주간과 농촌여행 페스티벌은 도심 가까이에서 우리 농촌의 매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올여름 휴가와 방학 여행을 계획할 때 우리 농촌에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즐기길 바란다”며 “농촌 여행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농 교류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양화가 이완정 초대전 ‘자연, 나는 그곳에 있나’… 동두천 니지모리 갤러리

서양화가 이완정의 초대전 ‘자연, 나는 그곳에 있나’가 동두천 니지모리 갤러리에서 6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로 관람객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이완정 작가는 자연을 단순한 풍경이 아닌 삶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로 바라본다. 중앙대학교 서양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자연 속에서 발견한 생명의 가치와 공존의 의미를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 왔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나무’가 있다. 작가에게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우리 삶을 닮은 존재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나무와 풀의 모습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공동체와 연대의 가치를 상징하며, 관람객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완정 작가의 작품은 독창적인 표현 방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붓 대신 작은 종이에 물감을 묻혀 수없이 찍어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화면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점과 색채는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결처럼 살아 숨 쉬며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한 점 한 점 정성을 다해 쌓아 올린 흔적들은 작가의 인내와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길을 걷는 듯한 평온함과 자연이 품고 있는 따뜻한 위로를 느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는 자연을 향한 작가의 진심 어린 시선이 관람객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완정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내가 그리는 자연 속에서 나는 언제나 그 일부임을 깨닫는다”며 “연약하지만 함께 모여 거대한 자연을 이루는 나무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공동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아름답게 일깨워준다. 예술은 때로 삶을 위로하고 때로는 희망을 건넨다. 이완정 작가의 작품은 자연을 통해 우리 모두가 연결된 존재임을 조용히 이야기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자연의 숨결을 담아내며 삶을 그려온 이완정 작가의 이번 초대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관람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감동의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편, 이번 초대전은 6월 30일까지 니지모리 갤러리에서 진행되며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삶의 의미를 함께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원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할 만한 전시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도토리 농장과 자작나무

감꽃 진 자리에 열매 맺히고 초저녁 들녘에 소쩍새가 울어댄다. 유월이다. 앵두나무도 접시꽃도 파란 하늘에 기대어 초하의 계절을 전한다. 지나가는 훈풍이 여름의 향훈을 몰고 온다. 칠보산 아래 도토리 농장은 체험학습 온 어린이들로 밭자락 둔덕이 붐볐다. 자작나무 선생은 지난 사월보다 훨씬 분주해 보였다. 대기업 의자를 박차고 나온 그의 영토는 상추와 깨와 감자가 자라고 길가엔 질경이와 민들레와 자운영이 무성했다. 우리를 위해 자작나무 토막도 다듬어 놓았다. 오늘은 나무토막에 소제를 그려 채색하고 짧은 글 한마디 담아보는 주제다. 커다란 나무 그늘이 있는 평상에 앉아 각자의 마음을 표현했다. ‘마음이 청춘이면 몸도 청춘이다’, ‘자연스러운 삶’ 등 좋은 글귀와 예쁜 수채화를 그리기도 했다. 나는 ‘인생은 경험이다’라는 글귀에 장미 몇 송이를 그려 넣었다. 경험은 생각의 단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성 건축이다. 사랑과 고뇌와 상처를 무너지지 않게 쌓아가는, 어제의 실패와 과오의 과녁에 빗나간 화살을 정조준하는 것, 추억을 그리는 것보다 이상을 그리는 게 진취적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까지. 매 순간이 경험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하며 살아가지만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죽음은 망각하고 있다. 매 순간 아껴 써야 할 삶이지만 결국 죽음 뒤에 남긴다. 버나드쇼는 그의 묘비명을 이렇게 새겼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 오월을 장롱에 넣었다. ‘봄과 색色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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