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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로망스.여교수의 은밀한 매력.모두들, 괜찮아요?

● 로망스

죽음보다 강한건…바로 사랑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넘어선 진한 사랑 이야기다. 목숨을 건 사랑이라고 하기에 결말이 충분히 짐작됐지만 과정이 너무 처절하다. 조재현·김지수 주연의 ‘로망스’(감독 문승욱·제작 엘제이필름)는 통속적이기 그지없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만큼 심신이 나락에 떨어져 있는 두 남녀가 운명같은 만남으로 사랑을 느낀다. 뻔한 결말이 나올 수밖에. 뻔한 결말이 나오게 하는 과정 역시 누구나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보면서 머리가 아파올 만큼 집중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다.

조재현의 연기력이야 누구나 인정하는 수준. 조재현은 영화 ‘나쁜 남자’와 드라마 ‘피아노’ 등에서 보여줬던 절박함과 순수함 등을 오가며 사랑하는 한 여자를 지키려는 형준을 연기했다. ‘여자, 정혜’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한 김지수는 지금까지 영화를 멀리 했던 과오를 뉘우치기라도 하려는듯 자신의 장점인 멜로의 감성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그러나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 건 전형적인 악역 강 형사 역의 윤제문, 스크린에서 자주 만날 수 없었으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윤희 남편 정환 역의 엄효섭, 그리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깨부수고 거침없이 캐릭터에 다가선 박 형사 역의 장현성 등 조연들의 활약이다. 이들의 사실적인 연기가 다분히 영화적인 설정을 현실로 이끌어냈다.

말단 경찰 형준(조재현 분). 젊었을 때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열혈 형사였다. 그러나 그런 그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회의 생리에 맞지 않았고 점점 더 삶의 자신감을 잃어간다. 더욱이 아내도, 자식도 떠났다.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대권주자 며느리이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남편 정환의 의처증과 집요함 등으로 병든 새처럼 살아가는 윤희(김지수). 그녀는 절대 웃을 수 없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났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이들이 서로에게 빠져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지극히 짧다. 청춘의 사랑처럼 밀고 당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 두 사람은 밥 먹고 탱고를 추고 추억이 담긴 집에서 사랑을 확인한다. 극단의 상황에 몰린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죽음조차도 무서워하지 않는 서로에 대한 사랑 밖엔 없다.

끝까지 호흡을 잃지 않고 감정선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배우들의 연기에 숨이 벅차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약점은 바로 그것. 목숨까지 건 사랑을 그린 정통 멜로가 힘겨운 관객들이 분명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도발적이면서 유머러스한 그들…

참 묘한 영화다. 18세 이상 관람가 딱지가 선명하게 붙어 있는 영화답게 노출 수위도 파격적이고 영화 진행방식도 과감하다. 과거와 현재가 치밀하게 엮여 있으면서 관조하듯 어른들의 심리를 파헤친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 제작 엔젤 언더그라운드·MK픽처스)은 문소리와 지진희가 선택한 최초의 코믹 영화란 홍보문안에 방심하면 안된다. 물론 상황과 설정은 키득거릴만한 웃음을 준다. 무엇보다 점잖은 지진희 입에서 육두문자가 쉴 새 없이 나오고 똑소리 나는 문소리가 코맹맹이 소리로 간드러진 유혹을 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실제 벌어지는 일들은 가슴의 밑바닥까지 건드릴만큼 집요하다. 문소리의 거침없는, 자신있는 연기는 영화에의 몰입을 종용한다. 노출이란 그저 배우에게 작품이 요구하는 연기의 한 방식일뿐이라는 사실을 말 없이 보여준다. 드라마를 통해 자신만의 아우라를 형성해왔던 지진희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태도로 연기에 임했다.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게 영화의 매력임을 새삼 느끼게 할 정도다. 건들거리는 지진희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남자들의 구애를 즐기는 여자, 유부남인데도 여왕벌처럼 한 여자를 모시려는 남자들, 중학생 때나 지금이나 주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묻혀가려는 또 다른 남자. 단편 ‘용산탕’과 ‘1호선’ 등으로 주목받았던 이하 감독이 ‘질투는 전투다!’란 제목으로 출품, 지난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은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본성을 휘저어놓는다. 문소리가 나신을 드러내서가 아니라 영화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려면 어른들이 봐야 한다. 이는 역으로 영화의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웃기는 하지만 다소 지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화의 코믹 성향은 분명 여느 코미디 영화와 달리 스타일리시하다. 16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 모두들, 괜찮아요?

철없는 백수 남편 치매걸린 아버지…아내는 ‘속 터져’

가족 얘기는 언제나 가슴을 찡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내 얘기는 아니더라도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에겐 이심전심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감독이 자신의 가족사를 영화에 고스란히 녹여냈다는 ‘모두들, 괜찮아요?’(감독 남선호 제작 마술피리).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집안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고민 하나쯤은 다 있다고 하지 않던가. 감독은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울 수도 있는 가족사를 영화에 그대로 펼쳐놓았다. 감독의 이런 용기는 공감대란 큰 무기가 돼 관객들과 만날 것이다.

한때 전도 유망한 무용수였지만 지금은 동네 무용학원 원장인 민경(김호정 분). 민경네 식구들은 하나같이 애물단지다. 가출이 일과인 치매 아버지 원조(이순재 분)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각종 사고를 몰고 다니고 10년째 영화감독 지망생인 남편 상훈(김유석 분)은 장인이나 돌보며 소일하는 백수다. 9살배기 아들 병국(강산)은 아빠를 삼촌이라고 부르는 맹랑한 애어른.

영화는 한마디로 구질구질한 가족사 속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모두 영화 속 민경네 가족처럼 살지는 않겠지만 치매 부모로, 백수 남편으로 아이문제로 고민을 안고 사는 한국인에게 “나도 그런데”란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내용은 어둡지만 영화는 심각하지 않다. 감독은 이야기에 코미디 요소를 버무려 웃음을 만들어냈다.

{img5,l,000}●내일부터 스릴러 거장 히치콕 ‘걸작선’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예술영화전용관 필름포럼과 서울시네마테크는 ‘현기증(Vertigo)’,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39계단(The Thirty-nine Steps)’ 등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9편을 모아 17~27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필름포럼 2관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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