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바탕해 개방정책과 유연성 발휘
(브뤼셀=연합뉴스) 유럽에서도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와 아일랜드는 역경을 헤치고 눈부신 경제성장의 모델을 창조해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이웃국가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1970년대 10여년 간 놀고 먹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경제가 엉망인 가운데 노·사간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1982년 노·사·정 대타협의 세계적인 모델이 된 `바세나르' 협약을 계기로 이러한 `네덜란드 병'을 치유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인구 1천600만명의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실업률은 가장 낮고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 2005년 2만8천900 유로(4만2천772 달러)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덴마크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강소국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인구 400만명의 조그만 섬나라 아일랜드도 불과 10여년만에 연평균 6-7%의 고속성장을 질주하더니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도 10위 내에 드는 부자나라로 올라서는 기적을 창출했다.
87년 정부, 기업, 노조, 의회 모두가 참여한 '국가경제사회위원회'를 통해 경제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고, 유럽 최저의 법인세와 풍부한 전문인력을 내세워 외자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행복한 네덜란드 =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낸 것이 난치병으로 여겨졌던 `네덜란드 병'을 뜯어 고치는 원동력이 됐다.
1982년 11월 출범한 루드 루버스 총리 정부는 소도시 바세나르에서 노사정간 임금인상 억제, 사회보장세 완화,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공유 등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시간제와 임시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과 똑같은 사회보장과 고용보장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또 정규직 근로자들도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늘리는 등 고용조건을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육아와 일자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들은 일주일에 이틀 또는 사흘만 일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 급여는 줄어들지만 자녀들에게 그만큼 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경력과 육아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거꾸로 경력을 쌓아 간부가 되길 원한다면 규정시간을 다 채우는, 즉 일을 더 많이 하는 쪽을 택하면 된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네덜란드 노동시장에서 시간제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46%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2위인 독일이 25%로 한참 뒤쳐져 있다. 임시직 근로자들의 비율도 20%에 육박하고 있다.
임시직과 시간직 비중이 높다보니 근로자들의 주당 노동시간도 일주일에 33시간으로 유럽에서 가장 짧다. 올해 새로 EU에 가입한 불가리아의 노동자들은 41.6 시간으로 8.6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다.
반면 실업률은 지난 해 11월 2.9%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이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3개 국의 평균 7.2% 또는 EU 전체 평균인 6.9%의 절반보다 낮은 것이다. 유로존 1, 2위 경제규모인 독일과 프랑스는 7.9%에 머물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 헤인은 유연한 노동시장 덕분에 시간제 및 임시직 근로자를 많이 고용할 수 있고 그 결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또는 오후 10시까지도 매장을 열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엘스 판 다이크 대변인은 지난 해 7월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아침 또는 저녁 시간대에도 일할 수 있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라고 유연한 노동시장의 혜택을 보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얀 페터 발케넨데 총리는 올해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네덜란드는 EU에서 가장 번영하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국제 금융시장 혼란에도 불구, 네덜란드 경제는 금년에도 고용성장을 통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켈트의 호랑이 아일랜드= 1980년대에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아일랜드는 2005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2천100 유로(4만7천508 달러)로 EU 27개 회원국 중 룩셈부르크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부자나라로 탈바꿈했다.
노·사·정에 농민까지 참여한 '국가경제사회위원회'를 통해 임금인상을 비롯한 사회전반의 문제에 대해 `국가재건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이 아일랜드 대변신의 엔진으로 설명된다.
이후 아일랜드는 1990년대 연평균 6-7%의 고성장을 구가했고 1987년 17%에 달하던 실업률은 EU 평균의 절반 수준인 4% 안팎으로 떨어졌다.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였던 케빈 가디너가 눈부신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아일랜드를 아시아 호랑이들에 빗대 `켈트의 호랑이(Celtic Tiger)'라고 부를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또 유럽에서 가장 낮은 12.5%의 법인세, 영어를 구사하는 교육받은 풍부한 노동력 등을 무기로 마이크로소프트 등 수많은 외국기업을 끌어들였다.
아일랜드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은 1천개 이상이며 이런 외국기업에 의한 고용창출과 실업률 안정, 무역규모의 확대로 아일랜드의 경제력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 덕에 1980년대 후반부터 수출이 수입을 웃도는 흑자기조를 유지하게 된다.
1973년 EU에 가입한 아일랜드는 1990년대들어 가난한 회원국들을 돕기 위한 EU의 구조기금 지원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고 이 점 역시 고속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지난 해 총선에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끈 공로로 3기 연임에 성공한 버티 어헌 총리는 경제개발 7개년 계획을 공개하면서 "아일랜드는 1980년대까지 두자릿 수 실업률과 만성적인 젊은 노동력의 해외이주로 고통받았다"면서 "하지만 지난 15년 사이 하이테크 다국적 기업들을 위한 `세금이 낮은 허브'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모는 아일랜드를 세계화시대에 역동적으로 번영하는 경제로 나가도록 했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 스토리가 됐다"고 자랑했다.
EU 집행위는 아일랜드 경제가 올해 4.9% 성장에서 내년에는 3.5% 성장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간 평균 성장률인 5.3%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나 유로존 평균인 2.2%보다는 여전히 크게 높은 것이다.
브라이언 코웬 재무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일랜드 경제가 주택시장 침체와 국제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겠지만 젊고 교육을 잘받은 노동력과 낮은 세금 제도에 입각한 미래의 성장가능성은 여전히 밝다"고 `아일랜드 모델'이 유효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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