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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억지’

인터넷에 초등학생을 상대로 하는 유비(유언비어) 통신이 나돈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뿔난 미국놈 이야기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다.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군을 무장해제 한다며 미·소 양군이 들어왔다. 38선을 중심으로 이북에는 그해 8월20일 소련군이 그리고 이남엔 같은달 25일 미군이 들어왔다.

“미국놈 머리에 왜 뿔이 없지?” 핼로모자를 쓴 미군을 난생 처음보는 초등학생들의 이런 의문엔 이유가 있었다. ‘미영귀축박멸’(米英鬼蓄撲滅)이라며, 미군은 뿔달린 도깨비나 짐승처럼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교육이 그랬다.

지금 우리의 초등학생들이 왜곡된 인터넷 정보에 의한 이념교육으로 망가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려요”라는 등 이념적 반미 댓글이 초등학생 전용카페를 도배질 하고 있다. “미국사람들은 미국산 쇠고기 안먹는데요”라고도 한다.(본지 18일자 6면보도) 미군은 뿔난 도깨비 모양으로 가르쳤던 일제교육과 다름이 없는 황당한 이념교육이다.

도대체 이토록 오도하는 어른들은 그렇게 해서 뭘 하자는 것인가, 해도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화물연대며 건설노조 파업으로 국민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는 생계형 파업이다. 그런데 ‘촛불 승리를 위해 총파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노총이다.

미국 쇠고기 재협상 요구 시위가 돌연 총파업으로 변질됐다. 쇠고기 문제가 파업 요건이 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정치적 파업이다. 정치적 파업은 노동운동이 아니다.

이들의 파업 연유를 몇가지 사례로 들어본다. “노동자가 광우병에 걸리게 되면 건강을 잃고 노동력을 상실한다”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려요”하고 같은 소리다. 광우병에 걸리면 노동자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면 누구든 단 한명이라도 그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미국에 지금 광우병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방어책을 단단히 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마치 광우병이 퍼져 있어 이에 걸린 미친 미국 쇠고기를 들여오는 것처럼 야단들이다.

폭등하는 기름값과 물가 안정의 민생도모를 위해 파업을 한다고 한다. ‘고양이가 쥐 위한다’는 꼴이다. 길을 막고 물어보면 알 것이다. 총파업이 민생안정을 가져온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되레 민생저해가 막심하다. 민생문제를 들먹인다고 하여 총파업이 합법화 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 민영화는 의료·에너지·물 등을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내주는 것으로 이를 막기위해 총파업을 한다고 한다.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는 동의한다. 지금은 그럴 단계가 못된다. 하나, 당장 공공부문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니다. 총파업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가관인 것은 상급단체로서의 전횡이다. 현대자동차노조는 투표를 통해 재적조합원 과반수 미달로 파업을 거부했다. 이런데도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에 상급단체의 총파업 결의에 따라야 한다고 한다. 불법파업을 부추긴다.

민주노총은 과격 양상을 노동운동의 선명성으로 둘러댄다. 반면에 노동운동의 온건성은 정경유착으로 매도한다. 그러나 ‘떼법’에 중독된 그들은 ‘귀족노조’로 비치는 것이 객관화된 사회적 인식이다. 이같이 각인된 인식은 평소의 이념성향과 상치된다.

예컨대 노동자 농민을 위한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노동자 농민위에 군림하는 신 프롤레타리아 귀족이 됐다. 신 프롤레타리아 귀족은 수단만 다른 신 부르조와인 것이다.

민주노총에 노동운동 기여를 위해 당부코자 하는 것은 노동단체는 이념성 정치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동운동의 과격성에 국민사회가 식상한지 이미 오래다. 이런 사회적 정서에 세를 만회키 위해 벼르는 것이 이른바 ‘촛불시위 승리’의 다짐인 모양이지만 아니다. 그런다고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시위에 쏟아져 나와 합세하거나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목적을 위한 수단 방법이 가히 혁명적인 것을 불사하지 않는다면, 초법적 수단 방법을 능사로 아는 잘못된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누적돼온 조직의 경직된 관념으로부터 또한 해방되어야 한다.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젠 촛불시위가 말을 할만큼 했다. 이젠 이명박 정권이 선택하는 책임에 속한다. 협상중인 대비책은 두고 지켜볼 일이다. 장차 수입되면 소비 여하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할 몫이다. 민주노총이 미국 쇠고기를 빌미로 총파업을 서두르는 것은 억지 중에도 상억지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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