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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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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

전설적인 록 그룹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가 출판됐다. 물론 그의 전기가 세상에 나온 것은 오래 전의 일이지만 이제야 우리말로 옮겨져 인쇄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동성애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게다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때문에 망설이느라 이렇게 시간이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문제를 너그럽게 포용할 만큼 여유롭지 않은 때문일 것이다. 1970년대에 결성된 그룹 퀸의 출현은 마치 외계인이 날아온 듯 시대를 초월한 사건이었지만 18세기가 다시 돌아온 듯 고색창연하기도 했다. 너무나도 이질적이어서 절대로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록 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하나로 결합시킨 그룹 퀸의 음악 세계는 독특하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남성의 음역을 넘어 여성의 음역을 넘나들었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음성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성역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바로크 시대의 거세한 남성 가수, 카스트라토의 대명사였던 파리넬리가 다시 태어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그는 스스로 말하기를 ‘스타가 되려 하지 않았고 전설로 남길 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20세기의 전설적인 발레리노 누레예프처럼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동성애자였고 마찬가지로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으니 이미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재능이 뛰어난 예술가들 가운데 동성애자가 많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음악가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고 대중음악뿐 아니라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들 중에도 상당수가 동성애자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뉴욕에서 음악가로 성공하려면 뛰어난 재능 말고도 다음의 세 가지 조건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는 갖춰야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유태인이든지 아니면 동성애자라야 한다는 것이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동성애자조차 마음이 끌릴 만큼 뛰어난 미모를 지닌 여성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유태인이면서 동성애자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현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예술 감독으로 있는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고 한다. 20세기 후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세계 최고의 거장으로 추앙받았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양성애자라는 사실 또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세 사람의 성인 남성 가운데 한 사람이 게이일 정도로 동성애자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 모르는 남자 셋이 우연히 나란히 걷다가 가운데 있는 사람이 옆 사람에게 차례로 ‘당신 혹시 동성애자입니까?’하고 물었는데 둘 다 아니라고 대답하자 갑자기 그 자리에 서서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렇다면 혹시 내가’ 하고 당황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고 보니 프레디 머큐리와 루돌프 누레예프와 레너드 번스타인과 제임스 레바인까지 모두 필자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다. 그렇다면 혹시 필자도 동성애자가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 동성애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혹시 끝내 이해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누군가가 동성애자라는 이유 때문에 멀리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바라는 바가 있다면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세상이 성적인 취향이든, 신념이든, 사상이든, 단지 누가 또 다른 누구와는 다르다는 그 이유만으로 배척당하고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모두 같은 생각이리라 굳게 믿는다. 그렇다면 이제 생각을 실천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퀸’의 노래 ‘We Are the Champions’를 우리 모두 다 함께 부르며 모든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힘껏 외치고 싶다. /홍승찬 예술의전당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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