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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자

종교인은 아니지만 최근 ‘범사에 감사하자’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돌이켜 보면 세상에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재작년 가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생각해보니 사소한 일상에서도 감사할 것이 참으로 많음을 느낀다. 건강하게 태어나 사랑하는 부모님을 만나게 된 것,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것도 감사하다. 아버님 생전에 가족 모두가 함께 식사하며 정담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돌이켜 보면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다.

 

61년에 태어난 필자는 전쟁 등 격동기를 거치며 고생한 부모님 세대와 풍요를 누리며 자란 세대의 중간에 위치한 이른바 ‘낀세대’이다. 전쟁을 경험한 부모님 세대만은 못하지만 전후 부족한 의식주와 열악한 사회 기반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어 어쩌다 미군 트럭에서 던진 초콜릿이라도 주우면 종일 행복해 했고, 우유가 모자라 가마솥에 끓인 분유와 옥수수빵을 배급 받아 먹어야 했다. 교실 부족으로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들어야 했고, 종이 질이 좋지 않아 학교 시험에 앞서 선생님께서 시험 문제를 일일이 불러 주셨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경이로운 성장 가도를 달려 오늘날 세계 7위의 수출대국, 12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전쟁과 분단, 빈곤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딛고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의식주는 유년 시절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해졌으나 주위에는 불만과 불평이 넘쳐 나고 매번 남하고만 비교하려 든다. 과연 우리 국민은 행복한가?

 

영국 신경제재단(NEF)에서 전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의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 -HPI)를 보면 대한민국은 2009년 68위에 머무르는데 불과하다. 1위는 바로 인구 500 만의 작은 나라인 코스타리카다. 국민 100명 중 85명이 자신은 행복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GDP 수준이나 경제력은 떨어지나 환경을 사랑하고 서로를 아끼는 이 나라 사람들을 보니 행복은 결코 물질적인 부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닌 듯싶다.

 

행복해지기 위해 교육·문화 등 삶의 질을 높이려는 국가적인 노력도 시급하겠지만, 무엇보다 물질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의 삶은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부정적 생각을 가진 사람의 삶은 부정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물론 불만과 비판이 열정의 부싯돌이 되었기에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건전한 비판이 정치를 바꾸고 사회 시스템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소모적인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일단 편을 가르면 서로를 배제하고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다. 감사하고 칭찬하기보다 비난과 질책이 주가 되는 각박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불만이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되지 못하고 갈등만 증폭시켜 끝내 모두가 공멸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될 때가 많다.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는 데는 정치권의 책임 또한 크다.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여는 야를, 야는 여를 경멸하고 배척해왔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책무를 지닌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해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라는 큰 틀에서 상생하는 방안을 이제는 찾아야 한다.

 

최근 지진으로 고통을 겪는 이웃 일본을 지켜보니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며 감사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지루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언제까지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 등 주변의 사람들, 일터와 동네 등 발 딛고 선 공간이 참으로 소중함을 느낀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자. 대한민국 국민이 가진 남다른 열정을 소모적인 갈등이 아닌 선진국 진입과 사람 냄새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시키자.

 

김학용 국회의원(한·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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