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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해법

며칠 전 택시를 탔다가 라디오에서 ‘반값 등록금’ 뉴스가 나오자, 택시기사께서 손님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라며 일화 하나를 들려주었다.

 

한 중년 남성이 월급만으로는 연년생 대학생 자녀 세 명의 등록금을 대기가 버거워 가족에게 숨기고 매일 대리기사 일을 하였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니면서 매일 새벽에 귀가하는 것을 바람 난 것으로 의심한 아내와 싸워 이혼 직전까지 가서, 결국 가족들에게 비밀을 이야기하고 그날 밤 온 가족이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이야기였다.

 

내 경우도 사남매 중 세 명이 함께 대학을 다니게 되어 아버님께서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하셔서,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갔던 생각이 나 가슴이 뭉클하였다.

 

지난 6월27일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대학등록금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으나, 등록금 부담 완화 및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인식을 같이 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향후 여야 및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대학등록금 해결 방안을 논의함에 있어 대학의 반성, 정부의 지원, 민간의 참여라는 세 가지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대학의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2010년 기준 국공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평균 440만원 수준이며, 사립대의 경우는 750만원 수준이다. 학과에 따라서는 1천만원을 상회하기도 한다. 대학 측은 이렇게 큰 금액의 등록금이 대학의 질적 발전을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인지, 아니면 불요불급한 업적 과시용 건물 신축비나 불필요한 인건비 등으로 낭비되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사립대 등록금은 1989년 자율화 이후 10년간 물가상승율의 3배 정도, 그 이후 10년간 물가상승율의 2배 정도 인상되었고, 국공립대 등록금 역시 2002년 자율화 조치 이후 10년간 물가상승율의 3배 정도 인상되었다. 정부가 자율화를 통한 경쟁 유도와 그에 따른 대학의 발전을 명분으로 등록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안전장치 없이 모든 것을 대학에 맡긴 채 수수방관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선 정부의 관심뿐만 아니라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의 자구노력으로 등록금이 지금보다 인하되어도, 인하된 등록금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저소득계층과 차상위계층 대학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 재정이 한정되어 있고 국민혈세 투입이 교육기회의 평등과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은 가난 때문에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학생이나 등록금 인하를 위한 예산 절감, 장학금 확대 등의 자구노력을 다하는 대학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특히 대입 학생수가 2012년 69만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8년에는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2025년 42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실대학 구조조정 문제는 등록금 부담 완화와는 별개로라도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기회에 등록금 문제와 연계하여 부실대학 구조조정문제가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민간의 참여이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 대학생 인턴 제도, 기부금, 장학재단 등을 통해 등록금 부담 완화에 기여를 하고 있으나, 아직 선진국에 비해 기여 기업 수나 금액 규모가 적은 편이다.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이 등록금 부담 완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면 한다. 예를 들면, 신용카드 회사의 대학등록금에 대한 카드수수료 인하 또는 면제가 있을 수 있다. 현재 카드수수료가 부담돼 약 400여개의 대학 중 22%인 90여개 대학만이 등록금 신용카드 수납을 실시하고 있다. 만약 신용카드 회사가 카드수수료 전체 또는 일부를 부담해 준다면 등록금의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납부가 확대돼 거액의 등록금을 일시에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들·딸의 등록금을 마련 못해 자식에게 죄스러워 눈물짓는 부모,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해 마음에 멍이 드는 청년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무책임한 획일적인 반값 등록금보다는, 차라리 돈이 없어 좌절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국가가 전액장학금을 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대학·정부·민간 모두의 노력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에 대한 논의가 좋은 결실을 맺기를 소망한다.

 

김학용 국회의원(한·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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