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범인인 브레이빅은 지독한 외국인 혐오증, 우익 포퓰리즘, 극단적 민족주의에 빠진 극우파 청년이었다.
그는 유럽을 순수한 기독교의 땅으로 지키기 위해 방해가 되는 이슬람의 타파를 외치고 이의 토양이 되는 다문화주의를 성토했다.
그리고 이 같은 다문화주의의 정책을 펴는 현 집권 노동당을 테러의 대상으로 삼고 정부청사와 노동당 청소년 캠프를 공격했다.
사실 브레이빅과 같은 사고를 가진 극우파 세력은 노르웨이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여러 대륙의 많은 나라에서 증가세에 있어 이 같은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극우파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진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민이다.
물론 유럽에서 이민의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늘기 시작한 이민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이민의 증가는 우선 경제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한다. 자국민의 일자리를 박탈하고, 많은 교육비용과 사회보장제도의 비용을 증가시킨다.
둘째는 이질적인 문화, 언어, 종교로 인한 충돌이고, 셋째는 이슬람 이민자들의 고출산율에 대한 공포감과 이로 인한 자국의 이슬람화이다.
즉 이슬람 이민이 결국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마지막으로 이로 인해 유럽 각국은 결국 민족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이 같은 문제들은 이민자가 125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닥쳐올, 아니 일부는 이미 겪고 있는 것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첫째 문제로 지적한 바는 사실 극우파들의 허구이다.
이슬람 이민자들은 백인들이 하려 하지 않는 3D업종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민의 일자리를 박탈한다는 것은 지나친 엄살이고 이들이 떠나면 산업계의 기반이 무너지므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다만 사회보장제도의 비용은 이들의 높은 출산율로 인해 문제가 되겠지만 출산율은 2세, 3세로 가면 거의 현지인과 동일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이민자들이 3D업종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만 아직은 결혼 이주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상황이 다소 다르다. 그러나 앞으로는 노르웨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문제인 문화, 언어, 종교로 인한 충돌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극복하지 못할 것도 아닐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 피부색과 경제력의 차이라는 변수가 더해져 이민자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된다. 그래서 이슬람 이민자들이 동네에 들어오면 백인들이 떠난다.
결국 그들은 게토 안에 버려지고 주류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만다. 다만 우리 사회가 다종교 사회라는 점이 노르웨이와 다르지만 우리가 이슬람교를 흔쾌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셋째로 지적한 이민자들의 고출산율에 대한 공포감은 앞서 지적한대로 현지화 될 경우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나 문제는 우리의 출산율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언젠가 한반도의 주인은 이민자들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족 정체성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인데, 이는 특히 단일민족국가 이념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극우화를 통해 이민자들을 죄악시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많은 언니·오빠들이 숨진 게 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나라로 가면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까요?”라고 이슬람 이민자 2세 소녀 소피아가 절규했다.
해답은 역시 다문화주의에 있다. 그러나 다문화주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 언젠가 지면이 허락하면 다루어보고자 한다.
박만규 아주대 불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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