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전 레이스,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 관람객들의 환호와 탄성…….
경마는 시민들의 건전한 여가활동도 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 생활의 또 다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권, 경주권을 구입하면서 지방세의 일부인 ‘레저세’ 납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확충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레저세란, 경마·경정·경륜 등에 부과되는 것으로 승자투표권 발매 총액의 10%를 경주사업자, 한국마사회 등에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해당 지자체에 재정보전금, 징수교부금이라는 명목으로 재분배되어 지자체의 예산 부족을 해소해주는 소중한 재원이 된다. 2010년을 기준으로 전국 7천619억원, 이중 경기도에만 3천890억원이라는 금액이 레저세로 과세 되었다. 전국 레저세 중 경기도의 비중이 52%가 넘는 규모다. 레저세의 40%는 지방교육세가 추가되기 때문에 전국 3,047억원, 경기도에는 1천556억원의 지방교육세가 추가로 과세되어 지방교육재정으로 소중하게 사용되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경마에 대한 레저세 세율을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레저세 중 경마에만 세율을 기존 10%에서 5%로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되었다. 법안 목적은 경마의 레저세율을 인하하는 대신 그 수익금으로 고객 환급률을 높여 건전레저를 도모하고 불법 사설경마를 방지하는 한편, 농축산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배당금을 더 많이 지급한다고 해서 경마의 건전성이 확보되고 국민들의 손실이 줄어들지 의문이 든다. 또한 레저세율을 인하하면 현재 레저세에 비례해 더해지는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도 함께 인하되는데, 농어촌특별세는 내리면서 농축산 농가를 지원할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다. 게다가 레저세를 줄여 농축산 농가를 지원할 재원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중앙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을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레저세율 인하가 지방 재정의 심각한 악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이다. 법안 내용대로 레저세율을 5%로 인하할 경우, 경기도가 감수해야 할 세수 감소는 향후 5년 동안 1조 2천7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마장이 위치한 과천시의 경우, 레저세 세입 감소로 인해 도에서 교부하는 재정보전금이 작년 기준으로 882억원에서 441억원으로 절반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재정보전금이 시 예산의 약 42%를 차지하는 과천으로서는 재정파탄마저 우려된다.
세율인하로 사행산업의 일종인 경마를 확대·발전시킨다는 것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의 ‘매출액규모 등에 관한 총량제 조정’ 운영 취지와도 어긋날 뿐 아니라, 사행산업에 대한 세율을 부가가치세 세율(10%)보다 낮추는 결과를 가져와 세목 간 세율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경륜·경정 등 타 사행산업과의 과세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경마에 대한 세율만을 인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명분 없이 레저세율을 인하하려는 시도는 이제라도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지자체들의 낮은 재정자립도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세수 보전에 대한 대책도 없이 레저세율을 인하한다는 것은 곧 정상적인 도정, 시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방 재정 악화의 여파는 필연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복지서비스의 질 저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과세 자주권과 재정 자립이 보장될 때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실현되고 지역의 건강한 발전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레저세율 인하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를 통해 얻는 실익이 과연 이 모든 우려와 위험을 감수할만한 것인지, 법안을 심의하는 해당 상임위와 정부부처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안상수 국회의원(한, 과천·의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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