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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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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저수지가 보이는 풍경, 보통리에서

벌침처럼 독 오른 땡볕이 사선으로 떨어지는 7월 한낮. 보통리 저수지의 물도 지글지글 끓어오른다. 조그만 신작로 건너 작은 버드나무가 울타리를 치고 있고, 언덕엔 러브호텔로 보이는 뾰족한 건물들이 뻔뻔하게 커튼을 걷고 있다. 저수지 부근은 아직 공장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이곳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곳곳에 숨어있다. 모처럼 조각가 안재홍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녀는 용접을 위해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한창 작업에 빠져 있었다. 이 무더위에 철문을 걸어 닫고 스스로를 통제하며. 어쩌면 소통보다 더 큰 수확이 불통이리라, 자신을 가둔 채 스스로에 길을 묻고 터득해 가는 지난한 작가정신이 작은 거인이다. 나는 선반 위에 쪼그려 앉아 시커먼 철사 줄에 포박당한 조상들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내놓은 내키지 않는 구리드로잉을 어물전의 생선처럼 들고 나왔다. 내 조그만 미술관에 개업식의 북어같이 걸어둘 요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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