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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단상] 유럽 도자순방에서 얻은 이천 도자부활의 해법

화려한 금박장식과 섬세한 디자인이 특징인 세계적 도자 명품브랜드 베르나르도(Bernardaud)와 하빌랜드(Haviland)의 본고장인 프랑스 리모주((Limoges), 14세기 말 에밀리아 지역에서 생산돼 전 세계적 명성을 얻은 마욜리카(Maiolica)로 통상 도자기를 일컫는 파이앙스(Faience)란 단어가 유래된 도시인 이탈리아 파엔자(Faenza), 이 두 도자도시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

한국도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짧은 도자 역사를 지녔음에도 현재 전 세계 도자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 도시들의 잠재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가 최근 주어졌다. 지난해 경덕진 국제도자박람회 당시 제안 받은 리모주와 파엔자 시장의 공식초청으로 지난 5월 20일부터 7박 9일간 유럽도자의 양대 산맥인 두 도시를 탐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찬란한 도자문화 전통 간직한 이천시

현재 리모주는 유럽 및 아시아 대표도자 도시들의 연맹체인 월드 세라믹 로드(World Ceramic Road)의 리더 도시로 세계도자산업 부흥의 중심에 있는 도시다. 도시 곳곳에 로마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이후 여러 문화가 혼합되고 1767년 카올린의 발견을 통해 리모주 도자기가 본격적으로 발달되면서 도시 고유의 정체성이 형성된 곳이다. 공예(Crafts)는 리모주라는 도시 존재 자체이며 그 중 도자기(Ceramics)는 현재의 모습을 대변하면서 과거를 연결하고 미래의 길을 여는 중요한 매개체(Medium) 역할을 하고 있다.

21세기 리모주의 모습 안에는 전 세계 도자산업을 이끌던 당시의 위용을 자랑하는 1878년에 제작된 프랑스 유일의 도자분수라는 과거가 있고, 산업 세라믹을 위한 최첨단 연구단지인 에스터 테크노폴(ESTER TECHNOPOLE)이라는 미래와도 마주친다. 리모주 국립도자박물관에서 1862년 제작된 순백자를 보여주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우리나라는 리모주보다 300년 앞선 16세기에 이미 순백자를 제작하는 기술이 있었음에도 현재 세계도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약한 상태이다. 무엇이 그 시간적 간극을 역행하게 만들어 놓았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빨리 빨리’ 문화에만 익숙한 나머지 시간적 연결성에는 소홀하여 과거가 주는 역사적 가치를 현재에 담아 미래의 가치로 승화시키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 해결방안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를 고민하던 중 ‘세라믹의 미래는 산업 세라믹에 있지만 그 바탕에는 전통 세라믹이 존재해야한다’는 에스터 테크노폴 홍보담당관의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리모주와 함께 유럽도자의 양대 산맥인 파엔자는 또 다른 시간적 의미를 도자기에 부여하고 있다. 2대째 운영 중인 파엔자 대표 도자박물관인 ‘까를로 자울리 사립박물관’의 전시작품은 대부분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제작된 선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제작된 도자 작품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현대적인 감각과 표현이 시선을 잡았고 현대도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60여 년 전에 했다는 사실에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유럽순방을 통해 세계도자 역사 속에 한국도자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우리 스스로가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고 한국도자 산업의 중심에 있는 이천시의 역할 또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통 세라믹위 차별화된 철학 입혀야

찬란한 도자문화의 전통을 간직한 이천! 이제 그 전통 위에 이천만의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철학을 담아 이천 고유의 옷을 입혀나가자. 부단한 노력을 통해 세계 도자 역사 속에 한 획을 그었던 한국 도자를 부활시키는 선봉에 다함께 나서자. 그 의미 있는 일을 22만 이천 시민과 함께 할 수 있음이 가슴 벅차다.

조병돈 이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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