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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내 나이가 어때서?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지난 2012년 발표된 가수 오승근(62)의 유행가 ‘내 나이가 어때서’는 이같은 가사로 시작된다. 발매 후 2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시대다. 노인층의 문화예술을 향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주에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선 무대가 수원에서만 두 차례나 열렸다. 지난 3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상연된 수원시니어합창단의 정기연주회와 5일 같은 곳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기획공연 ‘시니어콘서트-아주 특별한 초대’가 그것이다. 전자는 아마추어 공연이고, 후자는 역대 국내 문화예술계를 주름잡던 이들이 주역으로 선 무대였다.

이들 공연은 하나같이 관객에게 향수와 그리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필자의 가슴에 더 와 닿은 공연을 고르라면 수원시니어합창단의 공연을 꼽고 싶다. 이들의 공연이 훨씬 세련돼서가 아니다. 오히려 실수가 연발되고, 음정이 틀리기도 부지기수였지만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진정성이 느껴져서다.

53세(이광숙·여)에서부터 73세(이낙원)까지 총 46명으로 구성된 수원시니어합창단 단원 중에는 평생 악보 한번 접해보지 못한 노인이 적지 않다. 지난 6개월간 지휘자 오현규씨의 지도와 편달 속에서도 가사를 외우고 음정을 맞춰가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은 그들이다. 별다른 게 기적이 아니다. 가난한 아이들로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세계적인 반향을 부른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와 비견되는 기적이다.

이번 공연에 투입된 비용은 총 3천여만원이다. 이중 수원문화재단이 500만원, 수원시가 2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 2012년 외부 지원 없이 창단연주회를 치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수원시로부터 200만원의 지원을 받았으니 매년 공공 지원이 늘어난 셈이다.

혹자는 혈세 투입의 효용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 어른들이 지금 누리고 있고, 앞으로도 누려야 할 문화예술에 투자된 혈세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머지않은 날에 시나브로 증명될 것이다.

박성훈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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