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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칼럼] 외교부재와 내치무력

한반도 상황을 빌미 삼아 강대국들간의 관계는 지금 요동치고 있다. 이 같은 불길한 조짐은 최근 미일방위협정개정으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일본은 유사시 세계 어느 곳에나 미군을 후방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전쟁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한국의 전작권을 위임받은 미국이 요청한다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곤혹스럽고 수치스럽다.

21세기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은 아시아재균형정책이다. 미국을 여러모로 위협하는 중국을 군사경제적으로 견제 봉쇄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의 힘을 키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안보 아웃소싱이다. 이 같은 미일 움직임에 러시아와 중국은 공조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러시아는 중국 회귀로 대응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불길한 조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으로부터 왕따 당하고 있는 푸틴은 중국에게 절박하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작년 봄 중국은 4천억 불의 러시아 가스를 30년간 적절한 가격에 구입하기로 했다. 아재 중국은 러시아에게 최대 교역국이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 4월 30일 중국 국방부는 이달 중 지중해에서 러시아와 합동군사 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동구와 가까운 지중해에서 두 나라가 무력시위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미일이 세계 어디 곳에서나 함께 대륙세력을 위협한다면, 대륙세력도 해양패권국과 맞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정말 세계는 신냉전대결장으로 변질될 것인가.

바로 이 같은 위험한 상황이 얄궂게도 한반도의 불안한 상황을 빌미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안케하고 분노케 한다. 한 세기 전 우리는 힘이 없었다. 아니 30년 전만 해도 우리는 해양패권국의 요구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한미동맹체제 아래서 순종적으로 모든 문제를 풀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날 적성국이었던 중국이 지금 한국에게는 최대 경제동반자가 되었다. 국제적으로도 중국은 당당히 G2로 굴기했다. 그래서 한국은 G1과 G2 사이에서 좌면우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미국이 끈질기고 교묘하게 우리를 미사일방어시스템에 가입시키려고 압력을 넣고 있다. 여기에 빌미로 활용되는 것이 바로 북핵 문제다.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엠디시스템인데, 빌미는 북핵에 대한 억지력이다. 이번 미일방위협력지침개정도 북한핵위협 때문이라고 아베는 지적하지 않았던가.

이런 때일수록 민족과 국가의 자존심을 바탕한 당당한 외교력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외교력은 초본레토릭의 깃발로만 나부끼고 있는 것 같다. 외교력이 절박한 여러 상황에서 그것은 부재했다. 지난달 반둥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회의라는 역사적 국제 잔치가 펼쳐졌다. 전세계에서 국가수반만 32명 참석했다.

미국 국빈방문 앞둔 아베까지도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대화했다. 제3세계에서마저 우리의 외교력은 행방을 감춘 듯하다. 특히 시진핑 아베 대화 모습에서 우리의 외교력 실종을 나는 아프게 느꼈다.

나에게 충격적인 것은 남아공 대통령이 국내참사로 고통 겪는 자국민을 위해 돌연 불참선언한 사실이었다. 내치는 외치의 기초임을 나는 남아공 대통령의 불참에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세월호 참사 1주기에 하필 박 대통령이 중남미로 황망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세월호 아픔이 더욱 깊어질 것임을 느꼈다.

내치의 무능과 외치의 부재를 통감하면서 이런 때야말로 한반도 평화외교와 내치가 절박하다. 세계패권국들이 더 이상 한반도 상황을 빌미로 세계평화를 저해하고 갑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책이 절박하게 요청된다. 정쟁으로 소일하는 한국정치인들과 불통 무능의 청와대는 정신차려야 할 것이다.

한완상 前 교육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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