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로고
2025.07.02 (수) 메뉴 메뉴
위로가기 버튼

[변평섭 칼럼] TK 맹주, 충청도 맹주

변평섭.jpg
최근 한 종편 방송이 대구 출신 유승민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근황을 소개했다. 유의원이 원내대표에서 ‘축출된’ 지 100일만에 공개적인 강연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강연을 하고 유권자와 만나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굳이 유의원이 뉴스의 초점이 된 것은, 박근혜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와 그가 100일만의 공개강의에서 TK 역할을 강조한 때문일 것 같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2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가 귀를 기울였고 현지 유권자들도 관심을 쏟았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의원은 ‘박정희대통령의 따님’을 대통령으로 만든 대구경북이 이제 그 다음도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연단에 선 유의원의 발언으로서는 실망과 함께 또 지역감정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게 했다.

 

이날 이를 보도한 방송도 그동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그리고 지금의 박근혜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구경북, 소위 TK지역에서 5명의 대통령이 배출됐는데 유의원이 ‘대구가 개혁의 중심이 돼야한다’, ‘그 다음도 준비를 하자’고 한 것은 그가 ‘TK맹주’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그러면서 방송은 노태우대통령 시절의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장관이 “TK는 박정희대통령을 비롯 30여년 이 나라 근대화의 주역이었으며 통일신라시대 이후 1000년 주도 세력이었다”고 한 말을 상기시켰다.

 

그러니까 유의원의 이날 강연 내용과 박철언 전장관의 발언이 겹쳐지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벌써 김문수 전경기지사,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TK의 성골진골 쟁투가 벌어졌고 그것이 곧 다음 대권과 이어지는 것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그런가? 맹주는 TK만 있고 경기도, 충청도는 없는가?

충청도의 경우 지난번 이완구 전국무총리의 낙마로 전국이 요동칠 때 충청도 사람들에게는 ‘성완종으로 부터의 불법정치자금’ 여부를 떠나 애석해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가 충청도 맹주로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관심을 모았는데 성완종의 유서 한 장에 총리자리가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충청도 맹주로 자타가 인정하던 JP(김종필 전총리)가 만년 2인자로 머무르다 주저앉은터라 이완구 전총리에 대해서만은 정치기류를 잘 타서 대권에까지 이르렀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도 적지않았다.

 

이렇게 허탈해 하는 충청도 사람들에게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대권론 부상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반총장은 국내 정치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었고 특별히 충청도 맹주로서의 욕심을 간접적으로도 표시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다크호스로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TK니, 호남이니, 충청이니 하는 ‘지역적 등가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물에 의해 대권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고 특정 지역의 맹주이기 때문에 대권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우리 정치발전을 되돌리는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다가오면서 이와같은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자극적 발언이 잦아질텐데 참으로 우려스럽다.

 

일순간 지역민들을 단합시키는데는 지역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유혹에서 벗어나는 용기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런 정치인의 용기를 보고싶다. ‘맹주’니 ‘대부’니 하는 전근대적 용어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댓글(0)

댓글운영규칙

-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해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기에서는 사용 후 로그아웃 해주세요.

0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