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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수 칼럼] 전갈의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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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최요한이가 죽어가요! 전갈에 쏘였어요!” 몇 년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지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걸어온 전화였다. 굿뉴스코 단원으로 온 최요한 학생이 전갈에 쏘여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한밤중에 잠을 자는데 발을 누가 바늘로 콕 찌르는 것 같아서 잠이 깼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다시 잠이 들었다. “앗!” 하고 눈을 떠서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그 학생이 같이 지내던 봉사단 동생에게 이야기를 했다.

 

“어젯밤에 누가 바늘로 내 발을 찌르는 것 같았어.”

“형, 그거 혹시 전갈 아니야?”

“웃기지 마. 방에 무슨 전갈이 있어?”

그리고 한낮쯤 되어 요한이가 갑자기 쓰러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채로 소변, 대변을 다 쌌다. 얼른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의사가 멀리서 보고 말했다.

“죽었어요. 전갈에 쏘였는데 왜 이제 왔어요? 독이 온몸에 퍼졌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길이 없어요.”

의사가 전갈에 쏘이면 바로 병원에 데려와도 살 수 있는 확률이 적은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온몸에 독이 퍼져 살 가망이 없으니 데려가라고 해서 병원을 세 군데나 옮겨야 했다. 그런데 병실 침대에 누워 있던 요한이의 호흡이 갑자기 멈추었다. 의사가 심폐소생술 해서 맥박은 돌아왔지만, 혈압이 계속 떨어져 가고 있었다. 가망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어서 지부장이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비행기로 17시간이나 걸려야 갈 수 있는 곳. 약도, 의사도 보내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내가 말했다.

 

“내가 요한이와 통화할 수 있는가?”

“예, 목사님.”

선교사가 전화기를 요한이에게 넘겨주었다.

“요한아, 너 내 목소리 들려?”

“예,… 목사…님.”

“너는 아프리카산 전갈에 쏘였어. 그래서 죽어가고 있대.” “예.” 요한이도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계속 이야기했다. “요한아, 내 이야기 잘 들어. 죽어가고 있는 것은 형편이야. 내가 오늘 아침에 이사야 40장 31절을 읽었는데,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는다’고 기록되어 있어. 요한아, 하나님은 절대로 거짓말하시지 않아. 네가 전갈의 독을 이기려면 새 힘이 필요해. 하나님을 앙망해. 하나님을 바라봐. 그러면 새 힘을 얻게 돼. 그러면 전갈의 독을 이길 수 있어.”

 

누구나 형편에 어울리는 말은 받아들이지만 형편과 너무 거리가 먼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처음에 최요한은 ‘나는 이제 죽는구나.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요한은 내가 한 말을 받아들였다. 죽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님을 바라보며 소망을 가졌다. 그리고 잠시 후 잠이 들었다.

 

새벽에 그 병실에 들어간 간호사가 소리를 질렀다. “의사 선생님! 이 환자 혈압이 올라가고 있어요!” 다음날 아침 최요한은 걸어서 병실을 나왔다. 독으로 인해 썩었던 다리도 20일 후 깨끗해졌다. 그는 2013년에 결혼해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지금 IYF LA 지부에서 일하며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몸과 다르게 지어졌다. 몸은 묶을 수 있고 감옥에 가둘 수 있지만, 마음은 줄로 묶을 수도 없고 감옥에 넣을 수도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몸이 병들면 마음도 병들고, 몸이 괴로우면 마음도 괴롭다. 그러나 쉽진 않지만, 몸이 아플 때 마음은 거기에 빠지지 않고 소망에 빠지면 마음에 있는 것이 삶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몸도 병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요한처럼 몸은 전갈의 독으로 죽어가지만 마음은 하나님을 바라보며 소망 가운데 거할 수 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마음을 만들어 주셨고, 우리 삶은 그 마음을 따라서 달라진다. 잘 살아도 마음이 어려우면 곧 형편이 마음을 따라서 어려워진다. 반대로 마음이 소망 가운데 있으면 형편도 그렇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죽어가던 최요한이 마음을 바꾼 것이 그의 삶에 행복을 가져온 것처럼, 누구든지 삶이 어렵고 힘들어도 마음이 거기에서 벗어나면 형편도 달라져서 행복하게 된다.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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