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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아침] 월드컵과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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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0년 독일에 처음 갔을 때 기억이 난다. 당시 베켄바우어 감독이 이끄는 독일 팀이 월드컵 우승을 하였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밤거리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차량은 경적을 울리며 기뻐하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독일은 1989년 10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초에 월드컵까지 우승하였으니 경사가 겹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축구는 독일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국민 스포츠이다. 당시 독일 사람을 만나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 “차 붐을 아느냐?”고 인사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였다. ‘차붐’은 독일에서 1989년까지 12년 동안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넣은 ‘차범근’ 선수를 독일식으로 부른 이름이다.

 

2018년 6월27일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대표팀이 디팬딩 챔피언이요 FIFA 랭킹 1위인 독일대표팀을 2대0으로 이겼다. 외신들은 독일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한다. 그만큼 독일이 대한민국을 당연히 이길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의 투지와 선전이 마치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듯 독일대표팀을 보기 좋게 이겼다.

 

한국이 월드컵 경기에서 독일을 이기는 것을 보고 7월1일 독일을 방문했다. 월드컵 경기에 대해 독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현지에서 만난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한국이 독일을 이긴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내가 만난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면서도 한국대표팀이 경기에서 이긴 것을 축하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독일대표팀의 패배가 충격이기도 하였지만, 일부 사람들은 독일 선수들이 너무 교만하고 상대팀을 우습게 생각하였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겸손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하였다.

 

독일 사람들은 여전히 축구를 사랑한다. 비록 독일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이 16강에 오른 국가들의 경기를 빠짐없이 보면서 나름대로 즐기고 있다. 가정에서 TV를 시청하기도 하지만, 식당이나 주점에서 맥주를 마시며 큰 화면을 보며 유쾌하게 대화하며 보고 있다.

 

야외 식탁에 앉아 글을 쓰는 나에게 한 어린아이가 다가와 “쥐드 코리아”(Sd Korea, 남한 사람)이냐고 물어보면서 대한민국이 독일을 이겨서 독일이 탈락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독일이 비록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였지만, 독일인들은 여전히 축구 선수들과 감독을 존중하고 축구를 사랑하고 즐긴다.

 

우리나라도 월드컵 때만 반짝하면서 결과에만 집중하지 말고 평소에 축구 선수들과 감독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축구를 사랑하는 스포츠맨십을 가지면 좋겠다. 다음 월드컵 때는 남북통일의 꿈이 현실화되고 16강을 넘어 2002년 월드컵 신화를 재창조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임봉대 인천시 박물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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