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 핫플레이스 맛집에서 식사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상이 아무렇지 않게 이어지는 시간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졌다. 가장 일상적인 그런 일들이 소중하게 그리워지는 가운데 최소한의 만남, 최소한의 활동을 권고받으며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명료한 메시지를 받아들이며 사람들은 점점 언컨택트 시대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대표적인 분야다. 직접 문화예술 현장에서 체험하는 감동과 떨림을 맘껏 누릴 수 없는 상황에서 예술가, 예술단체, 예술기관들은 관객을 만나고자 온라인 공연, 온라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멤버인 크리스 마틴은 SNS 라이브로 ‘TogetherAtHome’이라는 챌린지를 시작해서 호평을 받았다. 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즉흥 공연을 함으로써 다른 아티스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공연이 취소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달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예술가들도 집에서 혹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팬이나 관객이 듣고 싶어하는 노래를 불러주고 연주해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연과 전시, 심지어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붐은 베를린 필하모닉이 이끌었다. 지난 3월 독일 정부의 공연장 폐쇄 조치에 따라 베를린 필은 유료 온라인 플랫폼인 ‘디지털 콘서트홀’을 무료 개방했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 감독으로 재임한 2002~2018년까지 ‘양질의 콘텐츠를 값싸게 보급한다’는 감독의 철학에 단원들이 함께하면서 생중계 플랫폼의 구축과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었는데, 지금 상황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대영박물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세계 10대 박물관 미술관도 온라인 전시를 통해 세계인과 만난다. 우리나라 미술관 최초로 사비나미술관은 VR촬영기법을 접목한 온라인 관람을 오픈했다. 단순히 여러 각도로 촬영한 것이 아닌 360도 촬영으로 관객이 시선을 돌리는 방향의 모든 면을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온라인 전시와 다르다. 전시 작품에 큐레이터의 해설이 더해지면서 방안에서 미술관을 가서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제까지 공연이나 전시는 비용이나 시간의 문제로 장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두 가지 장벽을 모두 해소해주었던 SM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슈퍼M ‘Beyond LIVE’ 콘서트는 대단한 호응이 있었다. 3만원의 티켓 값을 기꺼이 지불한 유료 관객이 무려 7만5천명이나 되었다는데, 화면의 배경에 관객을 띄우고 라이브 공연을 펼친 새로운 콘서트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문화예술계의 관객 유치를 위한 새로운 바람은 조금 더 수월하게 문화적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 유료로 관람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시간의 제약 없이 마음껏 어느 때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언컨택트 시대는 코로나19 때문에 열린 시대는 아니다. 그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었고 지금은 가속화가 될 뿐이다. 이것은 기회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문화적 향유가 미진하다고 느끼는 개인이라면, 문화적 평등을 이룰 수 있는 이런 시대적 변화가 좋은 기회다. 온라인을 통해 안목을 기르고 실제 현장에서 내 눈으로 직접 작품을 보는 행위를 통한 또 다른 감동의 경험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예술콘텐츠를 집과 온라인에서 충분히 향유하는 시간을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은 어떨까.
전미옥 중부대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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