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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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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타이타닉호를 침몰시킨 불량 연결판

지난주 한 회의에 참석하고 귀가했는데 그날 저녁, 회의 주최 측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별도의 연락이 있을 때까지 외부 접촉을 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것이다. 사연인즉슨, 낮에 있었던 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그에 대한 감염 여부를 조사 중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움직이지 말라는 것.

참으로 난감했다. 왜냐면 그런 통고를 받기 전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눴고 가족들과도 저녁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지인 중에는 많은 직원을 거느리는 기업인도 있었다. 만약 그 회의 참석자가 확진 판결이 나면 나는 물론이고 나와 접촉한 사람들 모두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할 것 아닌가. 이런 폐가 어디에 있을까? 더욱 그 회의에는 서울은 물론 세종시에서도 참석한 사람이 있어 만약 확진자가 나온다면 광범위하게 피해가 확산된다. 단 한 곳에서, 단 한 사람 때문에 이처럼 그 확진자와 관계없는 사람과 관계없는 지역에까지 피해가 연결된다는 사실이 무섭게만 느껴졌다. 코로나19 역시 1년 전 머나먼 중국 우환의 음산한 수산시장 먹거리로 판매되는 박쥐 같은 것에서 그 가공할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렇듯 우리는 국경을 초월해 서로 연결판으로 이어져 살고 있다는 것, 이것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인류가 취득한 교훈일 것이다.

그렇게 네가 아프면 내가 아픈 것이 되고 ‘살려 주세요’라는 동부구치소 창살 밖 손팻말이 구치소 담을 넘어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 등등….

문제는 그 연결판이다. 1912년 4월 타이타닉호의 침몰원인 중 하나로 연결판의 리벳(대형 못)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엄청난 해난사고가 결국 그 대형선박의 철판을 연결하는 리벳이 불량해 빙하와 충돌했을 때 리벳이 부서지면서 침수가 걷잡을 수없이 시작됐고 이 때문에 그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는 2시간40분 만에 침몰했다는 것. 그러면 왜 불량 리벳을 사용했는가. 당시 이 배를 만든 조선소는 타이타닉과 함께 3척의 초대형 여객선을 만드느라 리벳이 부족해 선체 중앙에만 강철로 된 리벳을 쓰고 나머지 선체에는 일반 철로 된 리벳을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빙하는 중앙이 아니라 일반 철로 만든 리벳에 부딪혔고 그 연결판이 제 기능을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빙하와 충돌한 부분에 구멍이 나지 않았고 철판 6곳에 얇은 틈과 슬래그(찌꺼기)가 발견됨으로써 입증된다는 주장이다. 어쨌든 이렇게 연결판은 매우 작지만 중요하다.

얼마 전 당국의 방역규제에 항의하는 학원 원장들이 국회 앞에서 시위했다. 그때 한 음악학원 원장이 트럭에 싣고 온 피아노를 울부짖으며 연주로 호소하는 모습이 너무도 강렬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음악학원과 관계없는 사람일지라도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피아노 소리가 우리의 연결판인 것이다.

아니 우리 사회 모두를 잇는 연결판이 돼야 정상적인 사회다.

지난주 한 SNS에는 뜨거운 ‘연대’의 이야기가 올라와 감동을 줬다.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한 끼 연대’라는 곳에서 모금을 설정한 지 25시간 만에 530명이 참여해 853만원을 모았다는 것. 이 돈으로 식권 1천550장을 구입, 청소 노동자의 한 끼 식사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정말 건강한 연대다. ‘너의 배고픔이 나의 배고픔’이 되고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는 인도주의적 연대, 정치 역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민주주의의 연대 - 이 연대의 끈이 튼튼하면 동부구치소 사태나 ‘정인이 학대 살인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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