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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균형을 위한 나눔

인류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점으로 시대를 구분한다. ‘예수 탄생 이전’(BC: Before Christ)의 시기가 있었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시기는 ‘예수 탄생 이후’, 곧 ‘주님의 해’(AD: Anno Domini)에 속한다. 이러한 시대 구분 방식은 ‘예수’라는 인물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반영하는 하나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2020년이란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인류는 커다란 역사적 전환점을 마주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코로나 19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2020년 전 세계를 휩쓸어버렸고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으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수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전의 시기를 그리워하지만, 회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처한 시대적 위기를 바라보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스먼은 세계가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21일 BOK 이슈노트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불균형 평가>를 발행하면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심화된 성장 불균형 현상을 주목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위기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연구자들은 이번 위기가 취약부문에 영구적 충격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성장 불균형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이럴 때 부문 간 불균형과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부유한 계층과는 달리 저소득층을 포함하는 취약 계층은 가중되는 생활고를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 실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코로나가 초래한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국가 차원에서 위중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묘수도 필요하겠지만, 취약 계층을 위하여 정책 여력을 집중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사회 구성원 모두의 형제적 참여가 긴요하다. 위기 상황에 대한 공감대 형성, 코로나로 인하여 소외된 이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나눔’이라는 적극적 실천이 요구된다. 공동체는 나눔의 실천 없이 존속할 수 없다. 함께 소유하고 나누었던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습(사도 2,42-47 참조)은 오늘날 코로나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표본이다. 경제적 균형을 강조했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나누고 싶다. “지금 이 시간에 여러분이 누리는 풍요가 그들의 궁핍을 채워 주어 나중에는 그들의 풍요가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 준다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2코린 8,14)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자주 들었던 “Vergelt’s Gott!”이란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하느님께서 갚아주신다’라는 의미이다. 그들은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기부를 받았을 때, “감사합니다.”라는 표현보다는 “하느님께서 갚아주신다.”라는 인사를 더 많이 한다. 이 짧은 문구는 깊은 신앙심에 뿌리를 두는 감사의 표현이다. 그들은 소유한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복음적 정신과 가치를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가진 것을 나누는 일에 개인적 이익과 명예는 시선에서 멀어져 있다. 코로나가 초래한 사회·경제적 불균형의 위기에서 필요한 것, 그것은 소유한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실천이 아닐까?

정진만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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