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돌변했다. 양국현안 문제에 마이페이스이다. 이번 정부 들어 그 기조가 뚜렷해졌다. 일본의 태도 변화는 한국의 성장에 대한 초조함일 수도, 한국의 과거사 처리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
시민단체는 한일관계에 상관없이 늘 행동해 왔고, 친일·한파가 있다 한들 존재가 미미하여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는 일도 거의 없다. 정부와 방송은 다르다.
한국 정부와 방송은 일본의 부당함을 들어 국민에게 대일감정을 드러내라는 듯 대응하며 일본은 극복할 수 있으며, 이길 수 있으니 더이상 와신상담하거나 발톱을 숨겨야 할 필요가 없다는 대일 메시지이다.
정부는 정통성을 외면하듯 이전 정부가 응하여 맺은 협약이나 합의에 제동을 걸고 분리해야 한다는 과거 문제를 미래 협력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다.
일부 언론은 한일 간 대립이 있을 때마다 일관되게 속죄해야 할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본의 주장은 조명해볼 필요가 없다는 논조를 보이며, 국민의 사고와 정부의 역할을 마비시킨다. 역사문제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방송 수준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은 지 오래인데 한·중·일 문제 역시 감정적이며 선정적이다. 사인들은 욕하고 비난할지라도 공인과도 같은 방송은 절제된 외교적 수사가 필요한데 사사로운 단체의 대변인 수준이다. 정치편향을 시대적 사명인 양하고 있다는 방송이 대외문제라고 예외는 없었다.
감정에 불을 지피면 이성적 판단은 마비되어 애써 쌓은 화해 협력 무드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용인되던 언행은 비난의 대상이 되며, 자기 성찰은 매국 행위가 된다.
그간 역사 등의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한일관계는 일정한 선을 유지해 왔는데 지금은 다르다. 양국 모두 양보 없이 치달으며 새로운 응어리를 쌓고 있다. 주변국과의 긍정적인 관계 정립 없이 한국만이 성장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 응어리를 풀고 서로 긍정적인 관계로 바꿔나가야 한다. 한국 지도자의 리더십에 외교력이 빠져 있다.
한국 정치판의 비방전처럼, 나는 잘하려고 하는데 상대가 응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정부는 국민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한일관계의 미래를 조명하며 국익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언론방송 또한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상생의 미래상을 그려내야 한다.
모세종 인하대 한국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