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84년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수도권 인구집중의 문제가 심각함을 지적하고 그 원인이 정부활동 및 국가재정과 관련이 있음을 밝히며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실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은 물론 오히려 격차를 벌여왔다. 즉 1984년에 수도권의 인구 비율은 38.4%였는데 2020년에는 전체인구의 1/2이 넘는 50.1%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무려 1만5천865명으로 도쿄의 3배, 뉴욕의 8배에 달해 인구 밀집이 지나침을 실감할 수가 있다. 또한 수도권의 면적은 전국토의 12%에 불과한데 총인구의 1/2이 모여 살고 있으니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2020년의 수도권인구가 1984년에 비해 1천만명 는 사이에 전남의 인구는 200만명, 충남 80만명, 전북 46만명, 경북 40만명씩 각각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이들 지역에서 빠져나온 인구만도 380만명에 달해 결국 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1988년에 집권한 노태우 정부는 서해안 개발을 선언하자 서해안 지역의 부동산값이 뛰기 시작, 서울의 집값까지 폭등해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으로 수도권의 일산, 안산, 분당지역에 신도시를 건설 200만호를 공급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수도권에 이러한 대량의 주택공급은 엄청난 일자리와 소득창출을 야기함으로써 수도권 인구집중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노태우정권 5년 동안에 수도권 인구가 무려 220만명이나 증가했다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2003년에 집권한 노무현정부는 지역격차의 심각성과 수도권인구 집중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극약처방으로 세종시에 행정수도를 신설, 정부기관들을 이전시킴과 아울러 국영기업체들을 전면적으로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과감한 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구 분산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값을 폭등시켰고 폭등한 부동산값의 안정책으로 성남, 김포, 화성, 파주, 검단 등 10곳에 2기 신도시를 건설함으로써 실질적 분산효과를 기하지 못했다. 서울의 인구는 2003년에 1천4만명에서 2020년에 960만명으로 약 40만명이 줄었으나 오히려 수도권 인구는 2천270만명에서 2천600만명으로 330만명이나 증가(2.6%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나친 저금리정책과 주택공급 소홀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자 전가의 보도처럼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역대 정부는 번번이 정책실패로 부동산값을 폭등시키고 그 안정책으로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악순환정책을 판박이로 시행, 인구를 분산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수도권에 인구를 집중시키는 우를 빚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면 주택, 환경, 도로, 교통, 교육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그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더 많은 재정투자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며 그들 투자가 이루어지면 일자리와 소득이 생겨나 다시 인구가 유입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진다.
결국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막고 인구분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 인구 50만 정도의 자족적인 도시들을 다수 건설해 인구를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지금처럼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신도시를 건설하고 환경과 교통수단을 개선해주는 등의 조치를 계속 실시하는 한 수도권은 더욱 과밀해지고 사회적 비용은 가중되고 지역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질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과밀은 정치집단도 비대시키기 마련인데 이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자기들의 지역에 더 많은 재정투자를 배분하려 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수도권의 집중문제는 물론 지역격차도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생산의 주체인 기업들도 인구가 과밀한 지역이 주 소비지역이므로 수도권에 위치하려고 하는 욕구를 갖는다. 게다가 사회적 인프라를 잘 갖추어 놓으면 사람들은 더더욱 수도권을 선호할 것이다. 진정으로 수도권 인구집중을 막고 주민들의 후생을 증대시키려면 근본적이고도 과감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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