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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칼럼] 공포의 균형을 맞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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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김정은의 행동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김일성 생일 110주년에 야간 열병식 없이 각종 문화행사와 불꽃놀이로 지나간 것이 이상했다. 김일성 생일 이전에 축포성 로켓발사나 핵실험이 없었던 것도 예년과 같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인 지난 16일 북한은 신형 전술유도무기 2발을 시험발사했다.

이번에 발사된 신형전술유도무기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나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의 새로운 버전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성능이 조금 향상된 것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시험발사의 목적이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기 위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했다고 했다. 전술핵 탑재를 가정해 시험발사를 했다는 뜻이다.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KN-23이나 KN-24도 한국 안보에 대단히 위협적이다. 주한미군기지의 본산인 평택은 물론 3군 사령부가 위치해 있는 계룡대가 사거리 내에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북한의 신형 전술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회피 기동을 하기 때문에 레이더로 탐지하기도 힘들고 요격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재래식 탄두 대신 전술핵무기가 탑재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김정은은 2021년 1월에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소형화·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그의 발언이 이번에 실제 시험 발사를 통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전략핵무기는 메가톤(Mt)급의 고위력이지만 전술핵은 비교적 저위력(low yield)이다. 전술핵은 0.3~170㏏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0.3㏏라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TNT 300톤이 한꺼번에 터지는 대량살상무기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잿더미로 만든 핵무기도 15㏏ 전후의 핵무기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전술핵무기는 전선을 돌파하거나 적의 주력을 격멸하는 등 주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한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도 같은 논리다. 북한도 한반도 유사시 선제타격용으로 또는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술핵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전술핵 개발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전술핵무기 탑재를 가정한 미사일 시험 발사로 우리 국민은 대단히 불안해한다. 심지어 공포심을 느낀다는 주변 사람들도 있다. 정부는 국민의 이런 불안과 공포심을 덜어주어야 한다. 사실 공포에는 공포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 상대방도 공포를 느껴야 행동을 자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력균형이 아니라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된다. 그럴 역량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NPT 체제를 존중하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까지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의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적이면서 실현가능한 방안도 있다. 바로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반입하되 그 운용은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행사하는 개념이다. NPT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한국 안보를 직접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에만 올인해서는 안 된다. 북한 비핵화는 지난 30년 동안 진전과 퇴행을 반복했지만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만 고도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교적 해결을 포기하자는 뜻은 아니다. 외교적 노력과 함께 우리 국민들이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현실적 대책도 함께 강구하자는 뜻이다. 일본의 기시다 정부는 반대하고 있지만,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나토식 핵공유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보다는 우리가 더 급하지 않은가.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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