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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재외동포청에 축하를, 다양성에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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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인천광역시 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인천이 재외동포청을 유치했다. 최초의 이민자들을 떠나보냈던 이산의 도시 인천이 재외동포의 수도로 거듭나게 됐다. 750만에 육박하는 재외동포를 품을 국제도시의 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이 바로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다. 재외동포 중에는 조상이 한국인이었을 뿐 본인은 한 번도 우리 땅을 밟아보지 못한, 자라온 환경도 문화적 배경도 전혀 다른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인천은 태생부터 다양성과 포용의 도시였다. 개항과 함께 한반도의 어느 지역보다 빨리 신문물을 접했고, 이주민들이 들여온 문화를 자산 삼아 성장했다. 짜장면 등 수많은 ‘최초’를 탄생시키고, 축구 등 새로운 문화의 유입 경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낯섦을 두려움이 아닌 창조의 원천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리라.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자리한 인천IT타워에서 500m 남짓 가면 대로변에 인천이슬람성원이 있다. 2014년에 완공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지역사회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이슬람 시설이 들어서는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지역의 소식이 들릴 때면,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과 이슬람 건축양식이 혼합된 이 하얀 건물이 상징하는 인천시민의 문화적 포용과 종교적 관용의 정신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천에는 조선족, 고려인, 북한이탈주민 등 여러 사연을 안고 온 많은 동포가 살고 있다. 최근에는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우크라이나 고려인들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헤어날 방법을 찾기 힘든 세계 최저 출산율을 생각하면,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진 재외동포들이야말로 소중한 인적자원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 인천은 어떤 곳일까?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평등한 인간으로서 환대받는 곳일까? 아니면 생활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곳일까? 재외동포청 유치를 알리는 기사 아래 간간이 달린 ‘ 출신한테는 혜택 줄 생각은 하지 말아라’ 같은 혐오성 댓글을 보며, 다양성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김현미·2014년)는 책 제목처럼, 긴 역사 속에서 보면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거나 이주민의 후예다. 이주민이 우리에게 온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포함한 전 존재가 온다는 것이다. 인천이 진정으로 재외동포의 수도가 되고자 한다면, 그들이 가져올 경제적 혜택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문화적 환경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부터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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