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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칼럼] 봄날은 간다

김윤신 한양대 의과대학명예교수·세계푸른하늘맑은공기연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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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탓에 봄이 짧아졌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다. 봄이란 계절이 그렇듯 우리네 삶은 덧없이 흘러가기에 너무 빨리 져버린 봄꽃들을 스쳐지나 바라볼 뿐이다. 이런 봄날에는 유달리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에 대한 회한과 미안한 생각으로 마음이 더욱 애달프다. 문득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1954년 박시춘 작곡,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를 흥얼거리며 가사에 도취돼 그 배경을 찾아봤다. 화가 출신인 손로원이 작사한 이 가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에서 회한의 노랫말을 쓴 것으로 한 편의 멋진 풍경화를 바라보는 듯 내용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머물지 않은 어머니의 열아홉 처녀시절과 가는 봄의 서러움을 비유해서인지 시인들의 최다 애창곡으로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노래는 백설희의 오리지널 버전에서부터 필자가 좋아하는 최백호, 장사익, 조용필을 거쳐 재즈의 웅산까지 리메이크 버전도 많고 시, 소설, 영화, 뮤지컬, 춤 공연까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다. 봄날은 간다에는 한국인이 공감하는 한(恨)의 정감이 스며 있어 중년을 넘겨야 듣는 맛과 멋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화려한 봄날일수록 더욱 허망하게 스러지기 마련인 것을 어차피 가려고 오는 봄이기에 미련을 가진들 무슨 소용인가. 최근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려 좌절감에 있는 사람들은‘봄날은 간다라는 노랫말을 더욱 가슴속 깊이 음미해볼 만하다.

 

최근 들어 국내외 정세를 보면 세상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것 같아 사람들은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어 한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정치인들이 헤아렸으면 하는데 현실은 도리어 불을 지피는 것 같다. 사는 것이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언제부터인가 아우성 속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와 갈등, 오해와 다툼, 배신과 갈라치기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FT)가 ‘한국의 경제기적은 끝났다’라는 기사에서 총선 이후 진보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대통령의 행정부로 갈라지면서 2027년의 대선 때까지 3년간은 정국이 교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저출산, 에너지 구조개혁, 가계부채 등은 가까운 장래에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울한 평가다.

 

지난 4월10일 국회의원 총선 결과 61명의 법조인 출신이 당선돼 전체의 20.3%를 차지하여 미국,영국, 프랑스, 일본이 10% 미만인 것에 비해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S대 출신은 107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고 법대출신은 27명으로 전공별로는 제일 많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제1, 2야당 대표들이 모두 법조인 정치가들로 이번 총선에서도 국내외에 닥친 국가적 위기를 해결할 정책을 제안하기보다는 국민의 뜻이라는 민심을 내세워 각자의 정치적 야망에 국민들을 현혹시킨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법조인 정치가들은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혐오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제공했으므로 비법조인다운 품격과 소통을 겸비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차기 대선에는 맹목적으로 법조인 정치가에게 등을 돌릴지도 모르겠다.

 

5월은 가정의 달인 동시에 사회운동의 달이다. 특히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로 1일 근로자의 날,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18일 민주화운동기념일, 21일 부부의 날,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더구나 부모님을 생각하는 가정의 달을 맞아 초고령사회 진입 직전에 있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얘기에 가슴이 먹먹하다. 이 같은 불명예에서 벗어나도록 22대 국회에서는 생활형 노인복지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후손에게 선진국형 복지사회와 금수강산의 유산을 물려줘야 할 텐데 안타깝다. 답답한 마음에 가는 봄이 더욱 서럽지만 이렇게 빨리 지나 초여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어쩌겠는가. 아름다운 봄날이 가기 전에 5월에는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하고 사랑하자. 봄날은 덧없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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