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주유소 습격사건’이란 영화가 있었다. 영화에는 돈 때문에 주유소를 습격한 건달들이 나중에는 기름을 빼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제는 돈 때문이 아니라 기름을 털기 위해 주유소를 습격하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는 유가가 석유파동으로 이어진다면 그로인해 범죄를 불러올 수 있다는 가정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말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유가가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들자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마(魔)의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한 석유전문가는 “핵공포와 같은 소름 끼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말했다. 결코 엄살이 아닌 것이다.
제3의 오일쇼크라고 할 정도로 올들어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가상승은 경제성장을 하락시키는 것은 물론 무역수지 감소, 소비자물가 상승 등 갈길 바쁜 우리 경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현재 60달러선에 육박, 지난 1월 배럴당 37.9달러에 비해 무려 50% 이상 올랐다. 이처럼 ‘경제 쓰나미’에 비유되는 고유가로 정부 목표인 4% 안팎 성장은 물론 3%대 성장도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체 에너지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금처럼 고유가가 계속될 경우 에너지 절약외에 대처할 마땅한 방안이 없어 고민이 더 크다.
그래서 제기되는 화두가 바로 석유를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원의 연구와 개발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태양열·태양광·풍력·조력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체에너지는 아직 기술수준이 낮고 막대한 부지와 비용이 드는데 비해 효율이 극히 낮다. 최근 화석연료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게 바로 ‘수소에너지’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발생할 수 있는 수소연료는 무한정의 원료확보가 가능한데다 효율이 높고 소음이 매우 적다. 또한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 원인물질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다.
수소자동차의 전단계라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는 현재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지난해만 미국에서 13만5천여대를 판매했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도 지난 3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투싼 수소차를 개발, 현재 미국에서 30여대를 시험운행 중에 있다.
대당 개발비가 10억원에 달하는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수소자동차를 필두로 수소에너지의 상용화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2010년이면 수소에너지 관련 ‘파이’가 전세계적으로 최대 1천억달러로 커진다고 한다. 이제 관건은 수소저장률 제고와 수소스테이션 등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모아지고 있다. 세계각국이 바로 이를 두고 사활을 건 경쟁에 들어갔다.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투자가 절실한 때다. 비록 국내 수소에너지 기술수준이 아직은 선진국과 5년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이 병행된다면 언제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1880년대 칠레는 세계에서 6번째 가는 부자나라였다. 총을 만드는 원료를 수출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1차 세계대전때 독일이 대체 재료를 발명하는 바람에 칠레는 하루아침에 후진국으로 굴러 떨어졌다. 똑같은 일이 에너지에서도 일어나지말란 법이 없다.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개발의 선두에 우리 한국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문 병 대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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