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쯤 해두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퇴진을 포함한 그룹 경영의 혁신에 토를 다는 댓글이며 ‘댓말’이 있다. 그럴 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좀 심하단 생각이 든다.
“사태 모면을 위한 호도책”이라는 세력이 있다. 그룹 총수 등이 인정하고 대거 물러간 마당에 ‘호도책’이란 적절치 않다. 그 말에 내포된 뜻은 짐작된다. 지배구조나 승계구도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일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영향력이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후계구도가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전무인 것 역시 변함이 없는 건 사실이다.
이건희 회장의 퇴진은 내친 김에 단안을 내린 건강상의 이유 또한 없지않은 것 같다. 이는 그간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승계로 이어질 수가 있다. 그는 마흔 다섯살에 취임했다. 지금 마흔살인 그 아들이 조만간 그룹 경영 일선의 전면에 나설 것은 능히 예측된다. 후계 구도의 승계는 방법이 문제지, 지배주주의 ‘부자 승계’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삼성이 ‘부자 승계’에 갖가지 편법을 도모한 것은 잘못이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삼성 사태로 이를 짚고 넘어가게 된 것은 잘됐다. 합당한 절차에 의해 세금낼 것 다 내는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뤄질 것으로 본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당치않다. 경영은 소유의 이해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불가분의 함수 관계다. 이에 분리를 강요하는 것은 투자를 저해한다. 재산권 침해다. 자본을 인정치 않는 저들 세력과 다름이 없다.
‘삼성공화국’ ‘황제경영’은 그동안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공격하는 직격탄의 대명사다. 그러나 ‘황제경영’은 그의 능력이다. ‘삼성공화국’은 기업의 사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그룹 총수의 퇴진을 보도하면서 이 회장의 카리스마를 높이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은 긴급뉴스로 “일본 기업이 삼성을 따라잡을 절호의 기회”라고 보도했다. 삼성의 주가총액이 140배로 증가했다. 1조원이던 그룹 시가총액을 140조원대의 글로벌 기업으로 일궜다. 브랜드 가치는 세계 21위다. 대한민국 수출액의 23%를 수출한다. 18만명의 일자리다. 대졸 취업 희망자들이 선호하는 랭킹 1위의 기업이다.
삼성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 법무팀장으로 있었던 사람이다. 6년 동안에 106억원의 월급을 받았다. 이 사람의 무차별 폭로 시리즈를 두고 세간에 평판이 많았다. ‘배신자’라고도 하고 ‘정의 수호자’라고도 했다. 들러리를 선 게 이른바 정의구현사제단이란 사람들이다. 나팔수 노릇을 했다.
도대체 배신과 정의의 한계는 무엇일까, 일상적으로 정의의 순수성이 의심되는 폭로는 조직에 대한 배신이다. 김 변호사의 행위가 어디에 해당하는 것인가 하는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아무튼 삼성은 만신창이가 됐다. 삼성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협력업체 가운덴 지난 3~4개월간 겪은 파란으로 도산이 속출했다. 협력업체만도 아니다. 물류업 등 산업 전반에 직·간접으로 미친 손실이 막심하다.
흔히 경영의 투명화를 말한다. 불법과 부정을 배제하는 측면에선 인정한다. 하지만 전쟁을 하면서 속을 다 드러내 보이며 할 수는 없다. 기업은 곧 전쟁이다. 산업스파이가 득실댄다. 특히 세계적인 대기업은 더 한다. 경영의 투명화란 하기 쉬운 말 뿐이다.
하기 쉬운 말은 또 있다. 삼성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그냥된 것이 아니다. 남 모르는 피땀이 고여있다. 많은 인재를 키우고 또 대거 초빙했다. 우수 두뇌의 산업인력 집단화로 국가경쟁력을 드높였다. 민생경제의 버팀목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산도 썩은 나무는 있다. 산을 보기 보단 그중 썩은 나무를 두고 산이 썩었다고 우겨대는 것은 하기 쉬운 헛말이다.
이제 이쯤해서 그만두자, 외신이 긴급 타진으로 비상한 관심을 보인것은 삼성이 세계무대에서 지닌 위상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건희 회장 사임은 놀라운 일’이라는 등 AP며 로이터통신 등이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하물며 국내에서 우리가 삼성을 더 흔들어 대서 유익할 것이 뭣인가를 생각해 본다. 어려운 시기에 격려는 못해줄 망정, 엎친 데다 덮칠 것까지는 없는 것이다. 매질을 해도 죽일 작심이 아니면 한도가 있다. 가령 저들 사람처럼 삼성을 아예 죽이지 못해 안달인 세력이 아니라면 이젠 조용히 재판을 지켜볼 차례다.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를 ‘제3기 창업’이라고들 하지만, 거듭나기 위한 과도기란 말이 더 정확하다. 선장을 비운 거선(巨船)의 항해가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그도 상처받은 배다. 그러나 삼성맨은 다 제몫 이상을 하는 유능한 사람들이다. 선장이 없으면 조타수를 비롯한 갑판장 이하 선원들이 더 힘을 내면 된다. 과도기가 얼마나 갈진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역사(役事)는 능력을 다하는 최선의 세월속에 어느덧 이루어진다. 비록 삭풍이 모질어도 대지를 녹이는 봄은 온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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