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10년 후 인천. 특히 주택과 아파트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과 고령화, 도심 공동화와 부동산 버블의 경험, 그리고 장기침체와 도심회귀를 경험하고 있는 도쿄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주택문제와 공동체 붕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것이 2주전에 10년 후 도쿄를 생각하는 민간단체를 만나게 된 동기다. ‘NPO 도시주택과 마을 만들기 연구회’의 스기야마(衫山 昇) 이사장과 건축설계사인 혼마(本間充一) 부이사장이 직접 우리들에게 설명하고, 직원들과 함께 도쿄의 사업장을 종일 안내했다.
이들은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시에서 소규모 주택 만들기 활동을 한 단체다. 회원 85명으로 도시계획전문가·건축사·공무원·교수·주부·인테리어사업자·세무사 등으로 구성돼있다. 그들은 19세기 영국의 협동조합사상과 운동의 기원이 된 로버트 오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일본의 관련 법률에 의해 설립된 NPO이기도 하다.
주택문제·공동체 붕괴 대안 필요
이들의 운동은 도쿄 도심인 간다(神田)에서 시작됐다. 고서점 거리로 유명한 간다 지역의 경우도 일본의 부동산 개발 영향으로 도심에 오피스나 상가가 들어섰다. 그리고 시민들이 지역에서 유출되면서 지역공동체가 붕괴 위기에 빠졌다. 자녀를 교육해야 하는 젊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이들 단체는 지난 10년 동안 12동의 공동체 하우스를 완성했고, 현재 421가구가 입주했다. 4개 동은 공사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젊은 가족은 물론 다양한 가정이 도심에 다시 정착했고, 고령화로 문제가 된 지역에서 노인과 부모 그리고 자녀들이 웃음소리가 다시 살아나도록 했다.
그들은 기업이나 행정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에 대해 해결점을 모색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미래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00년이 가는 3세대 주택의 건설, 고령자 복지시설과 집합주택의 복합건축물의 연계, 시니어 하우스와 정기임대주택의 연계, 컬렉티브 하우스 건설과 코디네이터의 역할, 중국과 한국에 아시아 지부 설치 등을 상상하고 있었다.
수요자 중심 주택사업 지원해야
그렇다면 소규모 도시주택사업이 성공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우선 실비로 주택을 건설한다는 점이다. 디벨로퍼의 이익이 필요 없으므로, 토지주의 부담은 적어진다. 가족의 필요에 따라 희망하는 주택의 설계를 자유롭게 하도록 한다. 거실중심, 서재중심, 어린이 중심, 전통식, 호텔식 등 실내를 자신에 맞게 처음부터 설계하고, 만든다.
성공요인은 그 규모와 시간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가구를 사업의 표준모델로 삼고 있다. 10호 이하의 경우 엘리베이터 설치 등이 문제가 된다. 30호 이상이 되면 주민들 간에 친밀도가 떨어진다. 기존 사업시행구역에 비해 10분의 1 이하, 권리자수는 5분의1, 사업기간도 2분의 1 이하다. 신규참가자의 경우 사업 구역 내 500m 내 거주자가 가장 많다. 자신들의 생활의 터전에서 오랫동안 살고 싶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과거 사용하다 폐교된 학교, 공공시설, 놀이터 등을 그대로 사용하면 공공시설의 문제도 해결된다. 우리보다 앞서 문제를 경험한 일본에서 확인한 것은 주택에 대한 기호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자 위주의 주택설계나 시행사와 대형 건축사들의 이익을 과도하게 보장하는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우리나라도 구도심의 경우 주민들의 삶을 반영한 지구단위계획 등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대규모 개발 방식보다는 거주자 중심의 소규모 주택사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자녀와 가족, 직업과 취미에 맞게 처음부터 주택과 내부를 설계하는 수요자 중심의 주택 건축과 공동체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침체된 부동산 경기의 회복은 물론 공동체의 붕괴로 인한 보육과 고령화 문제들을 해결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김 민 배 인천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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