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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농업과 농촌이 발휘하는 공익적 가치

현재 세계경제는 1995년 출범한 WTO 다자체제와 주요국들의 쌍무적 FTA 체결을 통해 경제통합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의 형태로 나타나는 전 세계적 경제통합 현상은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자원이용의 효율성 증대, 시장접근 기회의 확대 및 경제 효율성 제고를 통해 세계 경제발전과 각국의 경기회복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농업은 여타 산업부문과 다른 특유의 다양한 비시장적 공익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대폭적인 무역자유화나 시장개방에 민감한 분야이다.

농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하게 인식되는지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WTO 도하개발의제(일명 DDA협상)와 대다수의 FTA 협상에서 가장 큰 핵심쟁점이 바로 농산물 시장개방과 관련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이는 모든 국가에 있어 농업은 국민에게 필요한 식량공급이라는 본원적인 기능 이외에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사회의 유지 및 국토의 균형발전, 전통사회와 문화의 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토양보전 및 수자원함양 등 비시장적이고, 비교역적인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쟁 원리가 국제 경제 및 무역활동의 기본원칙이지만 여타 산업과 달리 농업이 창출하는 공익적 기능은 경쟁논리에 입각한 농산물 무역자유화로 급격히 상실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와 같이 농산물 수입국입장에서 무역자유화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국내 농업생산 활동의 위축은 지금까지 우리 농업과 농촌사회의 유지를 통해 부수적으로 수행되어 온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한 사회 및 정치안정, 홍수조절, 지하수 함양, 대기정화 및 환경보호, 식량안보 및 식품안전, 전통문화보전, 생물다양성유지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감소시킬 것이다.

무역자유화, 농촌 순기능 없어질 것

우리가 아무런 대비책 마련도 없이 농업부문을 대폭 개방하여 농업과 농촌부문이 붕괴된다면 농업활동과 농촌사회의 유지로 인해 창출되는 위와 같은 많은 사회적 순기능이 없어질 것이며, 향후 이러한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되찾기 위해 사회, 경제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가 중 하나이자 우리와 같이 농업여건이 열악한 스위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위스의 경우 1996년 연방헌법 104조에 농업의 역할과 관련하여 농업이 국민의 생존을 위한 식량생산뿐만 아니라 다원적 기능과 공공적가치 역시 공급한다는 철학을 공식적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스위스는 시장에서 보상하지 않는 농업과 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부지원을 정당화시키고, 국민적 공감대 속에 농업과 농촌부문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스위스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지원을 증대시킨 이후 발생한 더 깨끗해진 환경과 경관, 지역의 분산적 정착으로 인한 국토의 균형발전, 국제적 식량위기에 대응한 안정적 식량자급률 유지 등 정책성과에 농민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도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농업 공익적 가치, 공감대 형성 필요

WTO나 FTA를 통한 무역자유화 물결 속에 농가소득안정망 장치가 미흡하여 도농간 소득격차가 나날이 커지며, 식량자급률이 낮아 항상 식량안보의 위협에 시달리고, 농업의 환경부하가 높아 아름다운 경관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농촌에서의 삶의 질이 열악하여 농촌공동체가 갈수록 해체되어 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스위스의 사례는 매우 부러울 따름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우선 우리 농업과 농촌이 발휘하는 다원적 기능에 대한 적절한 가치 평가 작업과 함께 농업과 농촌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임 정 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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