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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극장의 영업권만 있고 관객의 볼권리는 없나

요즘 영화관에 가면 특정 영화 한두편이 그 많은 스크린의 상영횟수를 거의 점유해서 다양하게 영화를 볼수가 없다. 소위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새로운 풍속도가 영화가를 휩쓸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의 불공정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특정 영화가 하루 동안 상영하는 횟수를 너무 많이 한다.

둘째, 일부 영화들은 온전하게 한 스크린의 하루 상영횟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겨우 몇회하고 그것도 관객이 보기 불편한 시간대인 이른 아침, 심야에 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 특정 영화는 예매 사이트를 다른 영화보다 먼저 오픈하고 다른 영화들은 늦게 오픈해서 예매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이 세 가지가 다 불공정한 사례로 의심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조사해서 소비자인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수 중소영화사들의 물적 피해를 줄여야 산업의 상생환경이 조성된다.

위의 문제를 하나씩 점검해보자. 특정영화의 상영횟수 점유율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은 아니다. 비유컨대 특정 상품이 매장에 너무 많이 진열되어 있다는 문제인데, 그렇다고 법적으로 특정 상품이 몇퍼센트 이상 진열되면 안된다고 제한하긴 어렵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오로지 소비자에게 달려있다. 특정 상품이 독과점진열되는 것은 소비자가 선호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이지 특정 회사의 강요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시장질서이다. 소비자만 좋다면 특점 상품의 독과점도 허용된다는 말이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권리가 회사의 영업권보다도 더 중요하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영화상품도 마찬가지다. 특정영화가 스크린의 상영횟수를 너무 많이 점유하는 것을 몇퍼센트로 제한하자는 법은 그런 점에서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영화시장엔 다른 상품처럼 소비자 위주의 자율적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극장에서 주장하는대로 소비자관객이 선호하는 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것인지 면밀하게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의심스러운 것은 예매 사이트 운용에 있어서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최근 모영화는 열흘전에 단독으로 예매사이트를 오픈해서 많은 예매관객을 모았고 그 결과 50퍼센트 이상의 예매율을 자랑하며 개봉했고, 하루 한 극장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의 상영횟수를 단독으로 상영하면서 관객몰이를 했다. 과연 이게 공정거래를 위반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 있다. 그런 전례도 없고 영화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과연 침해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법은 최소한의 양심이다. 법개정은 그런 점에서 모든 문제의 해결은 아니다. 미래의 영화인력을 배출하는 영화과 교수들 62명이 특정영화의 스크린독과점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달달라고 국회와 정치권에 호소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평론가협회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쪽에선 한국영화가 산업적으로 잘나간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생계조차 해결되지 않으며 특정 기업, 특정 영화만 지배하는 적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바뀌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 경제민주화, 청년실업해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조경제다. 이 모든 정책이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문화산업의 첨병이고 꽃인 영화산업이 튼튼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 관객도 권리를 주장할 때가 되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특정 권력에 의해 소비자의 권리가 짓밟힌단 말인가. 대기업극장의 영업권만 있고 소비자관객의 볼 권리는 없는가.

정재형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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