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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5 (토)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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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능력중심 고용문화 정착시키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생은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 고졸 장그래가 대기업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면서 겪는 직장 생활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방영 내내 임금 근로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한 직장 내에서 정규직과 계약직간 신년선물, 연봉조정 방식의 차별, 능력 있는 직원을 배치받거나 지키기 위한 팀장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 팀웍을 통해 사업을 완성해가며 쌓여가는 동료애 등 직장 내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만한 일들이 매회 다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것은 ‘스펙 없는 고졸’ 장그래가 ‘스펙 좋은 대졸’ 인턴 사원들과 경쟁을 통해 당당하게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하게 되는 스토리다.

대부분의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스펙 없는 고졸’ 장그래가 입사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평가한다. 여전히 우리 노동시장, 아니 기업이 학벌 중심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고졸 청년 취업자는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을까? 노동시장에 진출해 있는 고졸 청년들의 경제활동인구현황을 보면, 고학력자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률, 높은 실업률, 긴 실업기간 등 노동시장 성과는 좋지 않은 형편이다.

고졸 청년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과 긴 실업기간은 고졸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의미하며, 낮은 고용률은 청년 고졸 인력이 비경제활동인구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졸 청년 취업자는 상용직으로 취업하고 있는 비중이 47%에 불과해 고학력 청년 취업자의 72%가 상용직으로 취업한다는 사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용 불안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졸 청년 취업자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체에 취업하고 있었다. 고졸 청년 취업자는 절반정도가 10인 미만 사업체에 취업하고 있는 반면, 대졸이상 고학력 청년취업자는 절반정도가 30인 이상 사업체에 취업하고 있었다. 규모가 클수록 임금 및 근로조건이 나아진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고졸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 취업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렇듯 우리 노동시장에서 고졸 청년 취업자는 고학력 청년 취업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 및 근로조건이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었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벌이 낮은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 및 근로조건이 좋은 일자리에 대한 진입 기회가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미생의 장그래는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지만 소위 스펙에 밀려 대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결국 계약해지 됐다.

지난 18일 고용노동부는 스펙과 학력이 아닌 능력이 중심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 직무능력표준 기반의 일학습병행제를 확대하고, 능력중심의 채용과 보상문화를 확산시켜 능력중심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능력중심사회의 구현을 위해 기업, 국가, 지자체 등 각 단위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확립하고, 이에 따른 자격제도 마련, 근거법률 제정, 그리고 범국민 캠페인을 통한 사회인식 및 조직문화 개선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특히 일하고 싶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 일하고 싶은 욕심조차 허락 받아야하는 수많은 ‘장그래’들에게 희소식이다. 우리 사회에 능력중심 문화가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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