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용 수거팀 합류… 차량 뒤에 매달리며 내심 “다행이다” 안도
조성필 기자의
체험
쓰레기 수거원
■ 수거원 선배들의 배려 든든… 이제 출발~
“내일 오전 7시30분 정도에 경기일보 사옥 앞에서 봐요. 마침 우리가 경기일보 주변 쓰레기도 수거하니까 그게 좋겠어요.”
체험 하루 전, 반년 만에 하는 연락인데 백양티앤에스(주) 정길섭 이사는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게다가 만날 장소까지 회사 앞이라니 단수(單手)가 맞는듯했다.
다만 오전 7시30분이란 시간이 압박으로 다가왔다. 기자의 평소 기상 시간이었다. 7시30분까지 나가려면 평소보다 1시간 정도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계산이 섰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건만 다음날 이른 기상 탓에 잠을 설쳤다. 오죽하면 체험에 늦는 꿈을 꿔 새벽에 깼을 정도였을까. 기자는 두세 번 잠에서 깨어나는 등 선잠을 자고 아침을 맞았다. 그런데 맞은 아침이 예상보다 늦은 시간이었다. 7시5분. 저급한 용어를 빌리자면 ‘뭐 됐다’ 싶었다. ‘예지몽이었던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랴부랴 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7시20분쯤 됐던 것 같다. 회사로 향하던 길에 정 이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약속시간까지 아직 10분가량 남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전화를 받으니 “조 기자, 어디쯤이신가?”라고 묻는 정 이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회사로 가는 중이라고 답하니 자신은 도착했단다. 그리고는 천천히 오란다. 실질적으로 지각했다는 걸 인지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요란한 소리에 엔진분당회전수(rpm)는 3천을 넘겼다. 그래도 준법정신만큼은 투철하다. 신호ㆍ속도위반은 안 했으니 오해 마시길.
시곗바늘이 7시30분을 조금 넘긴 시간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정 이사와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잠시 바로 이동하잔다. 쓰레기 수거원들이 근처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단다. 회사 앞 사거리 건너편으로 가자 쓰레기 수거원들이 때아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음 한켠에 스며든 미안함에 건네 준 작업복은 썬팅도 안 된 차 안에서 착용했다. 오래전 광고 카피 문구처럼 당시 필요한 건 스피드였으니 말이다.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기자가 벅차했던 약속시간 7시30분은 정 이사의 배려였다. 백양티앤에스 쓰레기 수거원들의 하루는 가족이 잠자리에 든 새벽 1시께 시작된다고 한다. 회사로 출근해 팀을 나누고 새벽 3시 이전부터 트럭을 몰고 주택단지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이 버린 생활쓰레기를 수거한다고. 기자가 합류한 시간은 수거시간 말미였다. 정 이사는 경기일보 근처인 조원동 쓰레기 수거 전 기자를 합류시킨 거였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종량제 봉투 실종… 멋대로 음식물쓰레기 투척
쓰레기 수거ㆍ운반 대행업체 백양티앤에스는 수원 정자ㆍ연무ㆍ조원1ㆍ조원2동 쓰레기를 4개 팀으로 나눠 수거한다. 팀은 소각용ㆍ대형폐기물ㆍ음식물ㆍ분리수거 수거팀으로 분류된다.
기자는 이날 소각용 쓰레기 수거팀에 배정됐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솔직히 쓰레기 수거하는 데 팀이 나눠진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긴 했지만 기자가 가장 걱정했던 건 음식물 쓰레기였다. 아시다시피 음식물 쓰레기는 냄새가 고약하다. 체험 하루 전까지만 해도 기자 집에는 한 주 동안 묵힌(?) 음식물 쓰레기가 있었다. 냄새가 어찌나 고약하던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부엌을 뒤덮는듯했다. 이 오염물질을 버리려고 봉투에 손을 댔다가 냄새가 고스란히 피부에 이식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런 걸 두고 냄새가 벤다고 하지 않던가. 때문에 체험을 앞두고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몸에 냄새가 밸 것을 우려, 체험 뒤 샤워는 필수적으로 계획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소각용 쓰레기라니 괜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다행이다’ 싶었던 생각은 이내 산산조각났다. 쓰레기를 수거할 지역인 조원1동에 도착해 작업을 막 시작하자 마자였다. 쓰레기가 주택가 골목 한구석에 뭉텅이 채 있는데, 분리수거가 전혀 안 된 상태였다. 플라스틱, 비닐, 소각용 쓰레기에 음식물 쓰레기 한 데 뒤엉켜 있었다. 기자가 머뭇거리자 숙련된 쓰레기 수거원 A씨가 나서 쓰레기를 수거하기 시작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하곤 모든 쓰레기를 잽싸게 양손에 집어들고 트럭 뒷부분에 자리한 압축기로 집어던졌다.
“공동주택, 그러니까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분리수거가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돼요. 분리가 잘 된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하곤 모두 수거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A씨의 설명이었다.
설명에 깊은 깨달음을 얻은 마냥 기자도 A씨를 따라나섰다. 5m 간격으로 도로변과 인도를 오가며 뛰면서 가로수 밑에 놓인 쓰레기들을 수거했다. 수거를 하면서 또 한 번 느꼈지만 이곳의 분리수거 수준은 말 그대로 ‘견(犬)판’이었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면 다행이었다. 속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검은 비닐봉지에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 버린 경우가 대다수였다. 덕분에(?) 차량에 다시 오를 땐 김칫국물 냄새가 물씬 풍겼다.
트럭 후면에 매달려 이동할 때도 숨 돌릴 틈이 없다. 도로변마다 쓰레기 무더기가 즐비해 있는 곳을 파악해야 한다. A씨는 도로변에 있는 쓰레기만 수거하지 않았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도로 사이 갓길, 언덕배기 골목길까지 올라가 쓰레기를 수거했다. A씨는 “차량진입로까지만 가지고 나와주면 고마울련만 주민들은 보통 집 앞에 쓰레기를 모아둬요. 안 치우고 그냥 지나쳤다가는 ‘왜 수거를 안 해 가느냐’고 민원이 들어온다”고 했다.
트럭에 쓰레기가 얼추 쌓이자 압축기 작동 버튼을 눌러보라고 한다. 작동 버튼은 트럭 후미 우측에 있다. 버튼을 누르고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서 있자 트럭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A씨가 기자를 잡아당긴다. “거기에 있으면 압축과정에서 김치국물 등 음식물이 튈 수 있어요.” 덕분에 김치국물 샤워를 피할 수 있었다.
소각용 쓰레기 수거팀은 담당 구역의 모든 쓰레기를 수거한 뒤 수원 영통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향한다. 하루 동안 수거한 쓰레기를 이곳에 배출한 뒤 차량을 청소하고 사무실로 복귀한다. 평일이라면 10시 정도에 복귀하지만, 토ㆍ일 주말 간 쌓인 쓰레기를 수거하는 월요일의 경우는 정오가 다 돼 복귀하기도 한다. 쓰레기 수거원들은 그제야 늦은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다고.
■ 동네를 깨끗하게 만드는 주인공들에 박수
수거원들은 하루에 5~6시간가량 무거운 쓰레기 더미를 들다 보니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토ㆍ일요일을 쉬는 게 위안이다. 평일 공휴일에도 일하는 수거원들이 받는 연봉은 4천만 원 정도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연봉(3천198만 원)보단 높지만 낮과 밤이 바뀐 생활 사이클에 냄새 나고 힘든 일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 미국 뉴욕의 경우만 봐도 쓰레기 수거원의 연봉은 1억대다. 뉴욕의 쓰레기 수거원들은 자신들의 직업에 만족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로 이처럼 만족스러운 ‘보상’을 꼽는다.
또 우리나라 수거원들은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일을 한다. 실제 체험을 하는 동안 마주친 등굣길 학생들과 출근길 직장인들로부터 기자도 이 같은 시선을 느꼈다. 냄새가 나니 몸을 피하는 것까진 이해하겠다만 굳이 좋지 않은 눈빛을 보내며 지나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타 회사 동료 기자와 쉬는 날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취재지로 이동하는 동안 동료 기자가 “어릴 적 엄마가 ‘공부 안하면 나중에 커서 남들 쉴 때 일하고, 덥거나 추울 때 밖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지금 내 꼴이 그렇다”고 한탄한 기억이 난다. 아직도 자식을 공부시키는 데 있어 자극을 주고자 이런 말씀을 하시는 학부모님들께 감히 한마디 하겠다. 예시로 쓰레기 수거원들은 빼줬으면 한다. 그렇게 비하되기엔 쾌적한 환경을 위해 흘리는 이분들의 땀방울이 너무나 값지니 말이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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