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여직원 시간선택제 효과 ‘톡톡’
29명 중 7명이 시간선택제 근무 중
일에 ‘올인’하는 삶이 아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자는 뜻이다. 막연하게 월급, 노후에만 집중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세대 직장인들은 미래의 행복만큼이나 현재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 역시 변하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시간과 가정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함께 찾아가자는 것이다. 지난 4일 ‘2017 경기도 일ㆍ생활 균형 우수기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과 장려상을 받은 태백김치와 (주)오렌지피플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며 더욱 발전하고 있었다.
태백김치
■ 행복한 사람이 좋은 김치를 만든다
“안녕히 가세요. 내일 오전 10시까지 나오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김준휘 태백김치 본부장(32)은 매일 오후 3시만 되면 몇몇 사원들의 퇴근길을 배웅한다. 지난 2015년 말부터 시행한 시간선택제 근무에 따라 이를 선택한 사원들은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에 퇴근하기 때문이다.
태백김치의 사원은 총 29명으로 이 중 7명이 시간선택제 근무를 사용하고 있다. 자녀의 연령대가 고등학생 이하인 주부 사원들에게 시간선택제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 2006년에 설립된 태백김치는 김 본부장의 선친 故 김재섭 사장의 경영 하에 화성에서 사업 시작, 10년이 지난 지금 연매출 20억 대의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태백김치의 성과는 사원들을 ‘쥐어짠’ 결과물이 아닌, 사원들을 존중한 결과다. 지난 8월에 작고한 故 김 사장의 모토 ‘행복한 사람이 좋은 김치를 만든다’를 선친에게 이어받은 김 본부장은 건강한 식재료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식재료로 좋은 김치를 만들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부자의 경영 방침에 따라 대다수 경력단절여성이 태백김치에서 일자리와 육아 모두를 잡을 수 있었다. 태백김치에 입사한 지 1년 7개월째인 신혜진 씨(38ㆍ화성)는 수년간의 경력단절을 딛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7살 된 딸과 5살 된 아들을 키우는 신씨는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 3시까지 일한 후, 퇴근길에 어린이집에 들러 자녀를 데리고 귀가한다.
신 씨는 “시간선택제로 근무 가능하다는 구인 광고를 보고 입사했는데, 회사에서 편의를 많이 봐주셨다”며 “면접 때부터 사장님과 본부장님이 경력단절여성의 애로사항을 잘 파악하고 계시다는 인상이 들어 입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은퇴가 임박한 나이에 일선에 뛰어든 고령 사원들 역시 배려한다. ‘언니가 간다’라는 사내 프로그램을 기획, 분기별로 희망사원에 한해서 강릉ㆍ곤지암 등 국내 각지 명소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사내 고령 사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나’를 챙기지 못한 채 엄마ㆍ주부로 평생을 살아온 분들이 많으셨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를 전했다.
고령 사원들도 시간선택제 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할 수 있는 ‘전 타임 근무자’와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ㆍ오후 2시부터 7~8시까지 근무할 수 있는 ‘파트타임 근무자’로 나뉜다.
업무만큼이나 사원들의 복지에 대해 고심하는 김 본부장은 “선친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던 가치를 계속 승계하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좋은 환경, 재료, 사람으로부터 좋은 김치가 나온다는 믿음을 계속 갖고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 직원 그만두면 회사개인 손해
김신애 대표(50)와 남동생 김주선 부사장(48)은 지난 2012년에 하남에서 (주)오렌지피플을 설립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친환경 원료를 사용해 원두ㆍ라떼 파우더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납품ㆍ수출하는 기업이다.
첫 2년간 상품 개발에만 집중해 매출이 전혀 없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개발에 매진하던 중, 3년차부터 수입ㆍ수출 사업을 시작해 4년차에 이르러서는 연매출이 무려 280%나 상승했다.
연매출이 280%나 오른 (주)오렌지피플의 눈은 사람에게 향했다. 지난 2015년 말부터 △자녀 학자금 지원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우수사원 해외연수 △시간선택제 근무 도입 △육아휴직 적극권장 △식대 제공 등을 시행, 사내 복지에 집중했다. 과거 12년간 바리스타로 활동해 온 김 대표는 사람들에게 좋은 커피 재료를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업을 시작한 만큼, 그 마음을 사내 직원들에게도 전달한 것이다.
현재 (주)오렌지피플의 직원 14명 중 7명이 과거 경력단절여성이었던 점은 우연이 아니다. 경력단절여성에게 사회적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현재도 남녀 차별 없이 육아휴직서를 받아주는 등 사내복지에 힘쓰고 있다. 전체 사원 14명 중 11명이 여성사원인 만큼 이들이 반기는 제도는 시간선택제로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다.
2살 난 자녀를 키우는 차현희 차장(38)은 이런 시간선택제의 수혜자로 “육아와 업무가 겹치면서 애로사항이 많던 와중에 사측에서 먼저 시간선택제 근무를 제안했다” 며 “대표님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와 김 부사장은 “사원이 회사를 그만두면 둘 다 손해”라고 말했다. 될 수 있는 대로 서로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직원과 오래가고 싶다는 마음과 매출ㆍ품질은 결국 사람에게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향과 색소로 고객을 속이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남들이 커피에 원재료를 1~7%만 첨가할 때, (주)오렌지피플은 원 재료를 25~50%나 첨가하며 제정신이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남다른 신념, 남다른 진심으로 고객과 사원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은 (주)오렌지피플은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기업이다.
권오탁기자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기업의 오너가 당연히 해야 할 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직원이 맛있는 김치를 만듭니다. 직원이 행복한 기업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김준휘 태백김치 본부장(32)은 지난 2007년 12월 선친 故김재섭 사장이 심부전증에 당뇨까지 겹치며 쓰러지자 사업을 물려받게 됐다. 원래 꿈은 전기기사였지만 아픈 아버지와 고생하시는 어머니, 3살 밑 남동생을 두고 꿈만 좇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첫 1년 동안 노는 시간, 잠을 줄인 데 이어 대학까지 그만두고 일에만 몰두했다. 선친의 가치관은 그대로 이어받았다. 선친은 지난 2006년 태백김치를 설립한 이래로 매일 통근버스를 직접 운행하며 사원복지를 몸소 실천해 왔다. 특히 경력단절여성과 독거노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이런 선친의 정신을 이어받아 김 본부장은 일만큼이나 사원들의 복지를 신경 쓰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직원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통근버스 운영, 문화상품권으로 문화 지원비 지급 등을 추진했다.
또 매달 생일자들에게는 김치 무료쿠폰을 지급해 포기김치 10㎏을 생일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갖고 갈 수 있게 했다. 고령에 독거 중인 사원들이 많다 보니 생일 챙기기 등과 같이 소소한 행사를 자주 여는 것도 직원 복지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건강한 식재료를 쓰는 게 당연한 만큼, 직원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기업의 오너가 해야 할 일”이라며 “회사는 일뿐만 아니라 직원을 먼저 살피고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회사와 직원 간의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직원들의 애사심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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