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다시 헤어지고…황포돛대에 내 마음 띄워보네
강원도 태백땅 삼수령(三水嶺)에 비가 내리면 이 빗방울들은 한강을 따라 서해로,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흘러 들어간다. 그래서 이 분수령을 삼수령이라 했다. 514㎞, 1천300리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儉龍沼)는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관통하는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1천418m) 깊은 계곡 안쪽에 있다. 생태계 보존지역인 금대봉 기슭에 위치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는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올라와 머무르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검룡소에서 분출하는 물줄기는 힘차다. 젊은이의 몸속에 돌고 있는 끓는 피와 같다. 물줄기는 지표상에 일정한 유로(流路)를 갖고 있는 유수(流水)의 계통을 말한다. 작은 물줄기에는 천(川)이라는 이름을 쓰고 큰 물줄기에는 강(江)이나 하(河)라는 이름을 붙인다.
■ 검룡소에서 두물머리까지 천리물길, 남한강 물길의 족보
검룡소에서 분출한 물은 ‘골지천’이라는 이름의 물줄기가 돼 백두대간의 서면(西面)자락, 첩첩산중 겹겹의 계곡을 돌고 돌아 정선땅 여량에 닿는다. 이곳에서 대관령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송천과 아울려 조양강이 된다. 그래서 이곳 이름이 ‘아우라지’로, 옛날에는 마포나루까지 물길로 뗏목을 띄어 보내던 곳이었다. 조양강은 영월에 닿고 그 이름도 동강으로 바뀐다. 구곡양장 동강은 영월땅을 관통하고, 평창에서 흘러 온 서강과 만나 드디어 남한강이라는 이름을 부여 받는다. 강물은 흘러 흘러 충주땅에서는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인공호수인 충주호를 펼쳐 놓는다. 충주호를 떠난 물길은 여주에 다다르고 강마을을 휘감는다. 이 물길은 풍광이 수려해 ‘아름다운 강’이라는 별칭, 여강(驪江)으로도 불린다.
검룡소에서 남한강 물길 천리 394㎞가 흘러 내린 곳, 양평땅 양수리에서는 북녘 땅 금강산에서 발원해 흘러 온 큰 물줄기 북한강과 만나 머리를 맞댄다, 그래서 ‘두물머리’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이 두물머리의 물줄기는 큰 가람 한강(漢江)이 되어 서해바다로 도도하게 흘러 들어 간다. 이렇게 검룡소에서 서해바다까지의 길고 긴 여정에서 한강은 수많은 하천의 지류들을 받아 들이고, 강안(江岸)의 양쪽으로는 수많은 높고 낮은 산들을 거느린다. 우리 선조들은 먼 옛날부터 이 물가에 고을을 형성하고 살아 왔다.
■ 남한강과 북한강 두 큰 물줄기가 머리를 맞대는 곳… 두물머리는 천하제일의 강 풍경을 연출
드라마 촬영 및 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두물머리, 순 우리말의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이 머리를 맞댔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로는 이두수(二頭水), 양두수(兩頭水), 병탄(竝灘)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름도 모습도 여러 번 바뀔 것 같지만 산과 강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빼어난 풍광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양평의 대표명소인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두루머리의 풍광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수백년 된 한그루의 나무가 강을 바라 보고 서서 큰 그림자를 그려내고 잔잔한 강물과 돛단배 한 척, 수수한 연 밭과 섬 하나, 부드러운 산세가 고요하게 드리워져 있다. 분주한 일상을 잠시 내려 놓고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이 곳, 자연속으로 들어 와 보면 일상의 피로가 치유되는 느낌마저 든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높이 26m의 도당(都堂)나무다. 그 위엄이 대단한 이 나무는 무려 400년을 넘는 세월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다고 한다. 느티나무는 강이 잘 보이는 지점에 그늘을 만들어 쉴 곳을 마련해 주고 떼몰이꾼이나 배를 타고 한강을 지나는 이들에게는 표지판 역할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배를 타는 이들의 안녕과 마을의 안정을 바라는 제사를 지냈는데, 이를 도당제, 도당굿, 고창굿 등으로 불러 왔다고 한다.
두물머리의 상징처럼 서 있는 이 느티나무에 돛단배가 빠질 수는 없다. 길이 16m, 돛대 높이 8m 크기의 전통 돛단배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1호 조선장 기능 보유자인 김귀성 장인이 원형대로 복원 한 것이라고 한다. 돛의 색깔이 누렇다 해 황포돛대라고 불린다. 한강을 왕래하며 땔감, 식량 등을 수송하는데 쓰여졌으나 현재는 육상교통수단의 발달로 이 돛단배의 용도는 사라졌다. 주로 정박돼 있는 돛단배이지만 두물머리만의 수려한 느낌을 잘 담고 있다. 두물머리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돛단배이기도 하다.
■청동기시대부터 형성된 촌락, 떼몰이꾼들의 떼돈으로 성황을 누리기도
팔당댐 담수로 수몰이 되는 두물머리 부근의 유적발굴사업에서 문화재관리국은 청동기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고인돌 몇 개를 발굴했다. 느티나무 옆에 놓여 있는 길이 170㎝, 높이 40㎝, 넓이 110㎝의 고인돌 덮개에서는 32개의 바위구멍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별자리인 성혈(性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물머리는 이미 청동기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촌락이 형성되고 고인돌을 설치할 정도로 인문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중요한 장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강수상교통의 한 곳, 강나루터였던 두물머리는 정선과 영월 등지의 뗏꾼들과 한강 하류에서 소금을 싣고 온 뱃사람들이 이 곳에다 낙전(落錢), 나루터는 흥청거렸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는 것이다.
두물머리 느티나무에서 팔당호 왼쪽으로 작게 보이는 섬은 ‘큰 섬’이라고 불리고 있다. 100평 정도의 섬이 큰 섬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섬보다 작은 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은 섬은 팔당댐의 건설로 인해 수몰 됐다고 한다. 큰 섬은 원래 200평 크기의 사구였으나 지금은 100평 정도로 민물가마우지의 서식처가 됐다는 것이다.
두물머리 하류 쪽으로는 짙은 숲으로 덮힌 족자섬이 눈에 들어온다. 족제비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을 보고 섬 이름이 지었다는 설, 발 모양을 닮았다고 족자섬이 됐다는 설 등이 있다. 팔당댐이 들어서기 전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족자도(簇子島)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은 가마우지 서식지가 됐다. 두물머리의 또 한 곳, 갈대쉼터는 사방으로 펼쳐진 갈대들이 바람에 춤추는 풍경이 멋지다.
두물머리는 2015년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촬영지로도 등장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자연을 액자 안에서 감상 할 수 있는 자연풍경 투하형 액자, 액자포토존을 설치해 놓았다. 두물머리를 배경으로 색다른 사진을 찍어 두물머리의 추억을 남길 수도 있겠다.
글=우촌 박재곤 사진=양평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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