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보궐선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두 보궐선거를 위해 국민 세금 8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것이 억울한 것은 박원순, 오거돈 두 시장이 부하 여직원의 성추행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 점잖지 못한 성추행 때문에 나라의 곳간을 헐어야 한다니…. 외국인들에게는 호기심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외국뿐 아니라 우리도 처음 경험하는 이상한 선거다.
우리는 이렇게 거의 매일, 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겪으며 살고 있다.
지난 12월1일 한 TV 종편방송에서 오후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주제의 흐름을 깨뜨리는 대형 속보가 4건이나 터져 진행자를 당황케 했다.
그 첫 번째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징계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런 내용이 화면에 뜨자 진행자는 화제를 수정하는 듯했다. 두 번째는 바로 법원에서 윤석열 총장이 제출 한 ‘직무정지 임시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속보가 큼직한 자막으로 화면에 떴다. 방송진행자는 또 내용을 처음 편성했던 시나리오에서 첨가해야 만 했다. 세 번째 돌출사항은 추미애 법무장관 사람으로 알려진 고기영 법무차관이 전격 사의를 표했다는 것. 그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와 징계가 부당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런데 오후 5시가 넘어 윤 총장은 퇴근 시간인데도 법원의 판결이 나자마자 출근을 했고 TV는 그 모습을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이처럼 1년에 한 번도 보기 어려운 대형 사건이 불과 서너 시간에 터진 것은 참으로 경험하지 못한 장면이다.
물론 윤 총장 문제에 전국 59개 검찰청의 대부분 평검사, 검찰 간부들이 일체가 되어 추 장관의 조치들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대한민국 건국 후 처음 경험한 일. 처음 경험한 일들이 어디 이뿐이랴. 지난 3일 시행된 대학 수능시험장에는 코로나 감염학생들을 위한 특별 응시장이 마련됐는데 여기에 동원된 감독관들 모두 우주인 같은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이 역시 우리 수능시험 역사 이래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들도 많다. 가령 ‘격차 투자’니 ‘영끌’이니 하는 용어들도 일찍이 들어 보지 못한 것들이다. ‘갭 투자’란 매매가격이 10억원인 주택의 전세금 시세가 9억5천만원이라면 전세를 끼고 5천만원에 집을 사는 방식을 뜻하고, ‘영끌’은 이름 그대로 처가, 부모, 퇴직금 등등, 영혼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집을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여기에 또 등장하는 것이 ‘동학 개미’라는 증권가의 신조어다. 이 역시 2020년이 만들어 낸 경험하지 못한 단어다. 그런 데 ‘개미’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요즘과 같은 불황에도 증권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이런 ‘동학 개미’들의 넘치는 의욕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 직장인 중에는 월급은 주식 투자에 밑천으로 쏟아 붓는가 하면 직장 생활은 뒷전이고 주식투자가 본업으로 뛰는 젊은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치열한 삶의 모습들이다.
이 뿐만은 아니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감옥에 있는 것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인데, 하물며 어떻게 일일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다 열거할 수 있을까? 새해에는 이렇듯 국민들 가슴 졸이는 일 없게 하고 예측 가능한 삶을 살아가길 소망해 본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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