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남동유수지에 둥지… 학익•수하암서도 발견 잇따라
市•단체, 환경정화 활동으로 악취 풍기던 서식지 친수공간 탈바꿈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매립 등 방해 여전… 추가 대책 마련 시급
인천에만 78%… 최대 서식지 자리매김
지난 2009년 4월22일 인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이날은 저어새가 인천에 처음으로 둥지를 튼 날이다. 이후 줄줄이 저어새가 찾아오더니 18마리까지 늘어났고 둥지도 1개 더 늘었다. 6마리의 저어새 새끼도 태어났다. 엄마 저어새는 자식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송도 습지를 오가며 먹이를 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어새가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저어새를 봤다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다. 1988년 남동산업단지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남동유수지는 장기간 퇴적물이 쌓여 악취가 진동했다. 아직도 지독한 악취는 코를 자극한다. 저어새가 발견됐을 때 여기서 저어새가 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송도국제도시 5·7공구의 매립이 이어진데다 고층 아파트까지 들어서 새끼를 키우는 환경은 더 척박해지고, 아파트와 공장 사이의 좁은 습지만이 남았다.
이런 곳에서도 저어새들은 살기 위해 적응한다. 경이로운 광경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이놈들을 여기서 계속 볼 순 있을지, 새끼들이 이런 곳에서 태어나 자랄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저어새들은 지금 우리에게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이제 이 작은 공간에서라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숙제를 던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이 저어새들은 불과 3년 뒤인 2012년 세계 자연보전연맹(IUCN) 멸종 위기종(EN) 적색목록(Red List)에 올랐다.
그리고 11년만인 2021년 9월23일 다시 찾은 남동유수지. 얼핏 봐도 수백마리의 저어새가 유수지 주변에 머물고 있다. 유수지 한편에는 생태학습관까지 문을 연 상태다. 주말마다 가족 단위의 시민이 저어새를 보기 위해 삼삼오오 이곳을 찾는다. 이곳은 더이상 악취에 사람과 생물들의 접근조차 어렵던 곳이 아닌, 녹지와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로 탈바꿈했다. 현재 이곳에는 무려 346마리의 저어새가 있었고 둥지는 124개까지 늘어났다.
인천의 깃대종인 저어새는 남동유수지뿐만 아니라 미추홀구 학익(갯골)유수지와 중구 영종도 수하암에서도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갯골 유수지에서는 지난달 24일 저어새 30마리가 처음으로 서식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 영종도 수하암에서도 올해 38마리의 저어새 새끼가 태어났다. 수하암은 해마다 300~400마리의 저어새들이 찾지만, 주변 준설토 투기장 조성 공사 때문에 2018년에는 종적을 감췄던 곳이다.
이처럼 인천은 저어새의 최대 서식지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번식한 저어새 3천96마리 중 2천436마리(78.6%)의 서식지가 인천이다. 이는 저어새 서식지에 대한 꾸준한 환경개선 사업의 결과다.
남동유수지엔 환경단체 등이 환경정화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고, 영종도 수하암에서도 둥지만들기 운동과 차량통행 금지 등 환경보호 사업이 이뤄지면서 환경이 변하고 있다. 또 수십년 동안 심각한 악취를 풍겨 민원이 끊이질 않던 학익유수지는 인천시의 환경개선사업으로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동유수지 준설이 지지부진하고 영종도 준설토투기장 매립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어 저어새 서식을 방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가 저어새를 깃대종으로 지정한 만큼,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은 “유수지는 갯벌 매립의 흔적으로 이미 일정부분 훼손이 이뤄진데다 현재 이곳에 아파트 등이 들어서 저어새가 서식하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원래 이곳은 매립 전 새들이 둥지를 틀던 곳인만큼 아직 남아있는 이 작은 공간과 주변 갯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생태적인 관점에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멸종위기 내몰린 새들의 외침… “서식지를 지켜 주세요”
남동유수지·영종 수하암 등 새들의 터전 주변 매립 통한 개발 추진 경고등… 보전안 급선무
갯벌 보호·탐조 공간 확보·체계적인 모니터링 인공섬 확충 다양한 생물 공존 생태계 구축
개체 수 늘리고 휴식 공간 확보 노력도 필요
인천은 저어새의 최대 번식지다.
1일 인천시와 한국물새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번식한 1천548쌍의 저어새 중 1천218쌍(78.7%)이 인천에서 번식했다.
이러한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습지가 사라지면서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매우 작은 규모의 개체군과 제한적인 분포권, 낮은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205-1호,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로서 다양한 법적 보호를 받는 상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러한 저어새가 남동유수지 인공섬이나 영종도 수하암 등 인간의 간섭을 받기 쉽고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바위섬 침식이 이뤄지는 곳을 번식지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어새가 안정적으로 머물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저어새는 이곳 주변 개발행위로 인해 부득이하게 육지와 가까운 곳에서 취하는 휴식을 방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저어새의 안전한 서식을 위한 보전 대책이 시급하다. 현재 저어새들이 서식하는 남동유수지와 영종도 수하암 등 주변은 매립을 통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개발하더라도 주요 서식지를 보존하면서 개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 방편 중 하나는 갯벌의 보전과 저어새를 탐조할 수 있는 공간 확보다. 갯벌생태교육관, 탐조대, 전망대, 주변을 활용한 저어새 인공 서식지 등의 시설을 갖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탐조 활동을 통해 갯벌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시민공감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특히 서식지 주변 개발에 의한 인구 집중은 오염과 환경훼손, 수산자원의 고갈, 해안침식 및 해안지형의 변화, 습지손실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생태연구와 모니터링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인공섬을 확충해 저어새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함께 공존해 생태계를 이룰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소속 이기섭 박사는 “저어새 번식지가 대부분 인천에 있지만, 번식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밀물 때 둥지가 물에 잠겨 번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번식지 확충을 통해 저어새 개체 수를 보호하는 노력과 함께 이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 “개발에 도시화 급속 팽창... 자연과 공존 해법 찾아야”
“이제는 개발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은 아직 인천녹색연합에서 활동할 당시인 2009년 4월22일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인천 남동유수지의 인공섬에 앉은 저어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그곳으로 단번에 달려가 남동유수지에 처음으로 둥지를 튼 저어새를 확인했다.
장 단장은 “이상하고도 놀라운 광경에 방송국에 전화해 바로 다음날 뉴스를 통해 전국적으로 이 소식이 알려지게 했다”며 “송도 11공구 등 매립이 이뤄지던 시기에 이 소식은 도심 가까운 곳에서 사는 생명체 보호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부터 장 단장은 이곳 남동유수지를 주시하고 있었다. 당시 남동유수지에 있던 새들이 일종의 식중독인 보톨리눔독소증으로 집단 폐사하면서부터다. 장 단장은 이미 죽은 새들을 한 곳에 모으고, 온몸에 마비가 와 움직이지 못한 10마리의 새들을 함께 보호활동을 하던 회원들과 나눠 직접 우유 등을 먹이며 돌봤다. 당시 그는 원래 갯벌이었던 이곳에 살던 생물들이 인간의 개발논리에 삶의 터전을 잃고 있어 남동유수지의 생태적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 단장은 “2008년과 2009년 남동유수지에서 일어난 일들로 당시 인천녹색연합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아 섬 생태를 기록에 남기기 시작했다”며 “그 활동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매년 저어새 모니터링 시민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저어새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기 위한 좋은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어새가 둥지를 트려면 둥지를 만들 수 있는 공간과 재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곳은 돌멩이뿐이다. 이에 회원들이 직접 재료로 쓸 수 있는 나뭇가지를 수변에 가져다 놓는 등 나서면서 이곳에 머무는 저어새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장 단장은 이번 인천 깃대종 지정으로 많은 시민이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순작용들이 더 많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장 단장은 “인천은 팽창할 수밖에 없는 도시고, 이를 부정만 하면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제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선택지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인천을 대표하는 조류… 깃대종 ‘저어새’
한국전쟁·환경오염 개체수 급감… 2000년대 이후 속속 ‘둥지’
저어새는 인천시 해안지역 전반에 걸쳐 서식하는 인천을 상징하는 새다.
1일 인천시와 한국물새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월 저어새를 인천지역 조류를 대표하는 보호종인 ‘깃대종’으로 선정했다. 저어새는 몸길이 70~90㎝의 황새목 저어새과에 속하는 종이다. 긴 목과 다리, 휘어지거나 넓적한 주걱 모양의 긴 부리가 특징이다. 저어새는 주로 수심이 낮은 습지에서 긴 부리를 반쯤 벌리고 옆으로 휘저어 부리 촉각으로 어류, 양서류, 곤충류, 새우류,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다.
이 저어새는 해안이나 갯벌, 하구, 농경지, 유수지 등 다양한 습지에서 서식하며 국내에선 인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국내 번식 개체군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전국 5개 번식지에서 약 100쌍의 저어새가 번식했고, 인천에선 2006년 이후 영종도 수하암, 남동유수지 내 인공섬 등 육지와 가까운 연안 위주로 소규모 번식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규모가 큰 저어새 번식지 대부분은 인천에 있다. 옹진군 구지도에서 294쌍, 강화군 비도 210쌍, 남동유수지 165쌍, 옹진군 서만도 120쌍 등 1천200쌍이 넘는 저어새가 인천에서 번식했다. 저어새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번식한 후, 겨울에는 남쪽의 일본·타이완·중국 하이난 등지에서 머문다. 이처럼 활동 범위가 넓어 국제적인 보호종으로 지정받은 상태다.
저어새 개체군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자료는 없다. 다만, 1950년도 이전 동아시아 일대에서 흔한 조류로 알려졌었고, 1900년대 초반에는 1만개체 이상이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어새는 한국전쟁과 알 채취, 개발, 환경오염 등의 원인으로 1988년에는 288개체까지 급감했다.
이후 저어새 보전을 위해 해마다 겨울철 대만과 일본, 홍콩, 중국 등 각국이 월동지를 중심지로 동시 모니터링을 한 결과 1994년 351개체를 확인한 이후 점차 그 수가 증가, 지난해 4천864개체까지 늘어났다.
저어새는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남동유수지 등에서 번식이 이뤄지고 있어 개발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종의 보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종이다. 특히 인천에서 주로 번식하기 때문에 인천은 저어새의 출생지라는 점에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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