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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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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아침] 누가 보수냐 진보냐를 묻는다면

10여 년 전부터 언론에서 진보, 보수란 단어가 쉽게 쓰이기 시작하더니, 프레임을 씌운다는 말이 유행어가 된 것처럼 이젠 흔히 쓰는 말이 되었다.

필자가 보수인가, 진보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진보와 보수, 그건 아마 정치인이 그렇게 부르고 싶은 이름일 뿐, 나이가 변해도 필자는 언제나 같은 이름 석 자로 불렸다.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은 세상 사람이 오직 둘 중의 하나로만 있는 듯 우리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곤, ‘내 편 할래’, 아니면 ‘다른 편 할래’를 물으며 둘 중의 하나를 강요했다. 경제·문화·교육·의료등에 비해 정치·가십이나 오락·연예 뉴스가 화제의 대부분을 채우다가 코로나가 세상을 덮치자, 우린 개개인의 목숨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내 편 할래’가 도대체 무슨 말인가? 당신이 국민 편을 해야지, 국민보고 당신 편을 하라니 말이 되는가? 당신이 국민 편으로 다가와야지, 나한테 다가오라니 무슨 소리인가? 염치도 없고 주객이 전도되었다.

흔히 천천히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보수, 빨리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진보라 하고, 자유와 평등 중에서, 작은 정부와 큰 정부 중에서 어디를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나누지만, 무엇으로 불리든 정치 지도자를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는 ‘예수처럼 제 살을 남에게 떼어줄 것이냐, 말 것이냐’이다. 진보든 보수든, 국민에겐 자신이 가진 빵, 능력, 힘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제 것은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국민의 종이 되겠다며, 힘든 종노릇을 2번, 3번, 몇십 년이라도 하겠다는 뻔한 거짓말을 부끄러움 없이 한다.

작년 총선부터 투개표논란이 많았다. 전자개표기를 없애 수 개표로 하고 사전투표함의 이송 및 보관의 전 과정을 CCTV로 공개하든지, 사전투표 대신 부재자투표로 하든지, 누가 되더라도 잡음이 없게 법 제도를 개선하면 좋을 텐데, 그런 노력은 없이 본인들만 선량을 하겠단다.

과거 나라를 위해 한번 일했으니 본인은 항상 정의롭다고 우기지만, 기득권에 앉았을 땐 이미 옛 운동권이 아니다. 기득권 타파를 외치던 이들이 권력을 잡은 후엔 수호를 외치고 있으니, 기득권을 내놓는 것도 진보라 한다면, 자칭 진보라 부르던 이들이 벌써 보수가 된 셈이다. 제대로 된 호칭도 중요하겠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숨겨진 욕심에 있다. 본성은 다 비슷하니, 누구나 겸허할 일이다.

이흥우 해변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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