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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코로나 학번’의 잔인한 봄

서울에 있는 어느 대학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학교의 K 교수는 강의실에 곧잘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와 함께 등장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만큼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강의가 시작되자 K 교수는 고양이 없이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낯선 비대면 수업에 익숙지 않았던 학생들에게 고양이가 없는 교수의 강의가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K 교수는 비대면 수업시간에 자기 집 고양이를 깜짝 등장시켰다. 학생들은 그 고양이를 보는 순간, 손뼉을 쳤고 그 고양이 때문에 수업은 그런대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이처럼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대학은 대학대로 초등학교는 초등학교대로 예상치 못한 일이 빈발하고 있다. 그 중 원격 화상 수업 때문에 교사의 실력이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돼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원격 수업에 대한 6건의 기사에 올린 972건의 댓글을 분석한 결과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불만이 1학기 5.4%에서 2학기에는 27.7%로 크게 늘어났다고 보도된 것만 봐도 비대면 수업의 후유증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 지는 것이다. “왜 우리 아이는 발표를 안 시키고 그 애만 시키느냐?”, “선생님 복장이 불량하다.”“선생님 수업 준비가 소홀하다.”“학생들에게 주는 숙제가 너무 어렵다.” 등등. 학부모들의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찌감치 쌍방향 수업을 시행하며 문제점을 보완해온 사립학교와 비교하는 소리까지 있어 이래저래 공교육은 불신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학부모들에게 화상 수업을 보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교사들이 처음 해 보는 화상 수업의 질과 기술을 높이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화상 수업의 질을 높인다 해도 한계가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자는 태어나서 어미로부터 사냥하는 법을 익힌다. 어미 사자가 사냥감을 향해 바로 달려가지 않고 최대한 몸을 숨기며 접근하는 것도 그렇게 보고 배운다. 어미 독수리는 새끼가 어느 정도 크면 둥지 밖으로 몰아내 떨어지게 한다. 그러면 새끼는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날개를 퍼덕이게 되고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어미처럼 높게 날게 된다. 그러나 인간만은 교육을 타인에게서 받게 된다. 교사, 친구, 때로는 이웃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로부터도 교육이 이뤄진다.

이것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그리고 인간의 교육은 특별한 환경이 필요하다. 교실 또는 강의실, 캠퍼스, 동아리, 실험실, 운동장… 그런데 코로나는 이런 것들을 교육으로부터 차단 시켜 버린 것이다. 한 인격자로서, 그리고 이 나라 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들을 숙성시킬 환경들이 차단된다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특히 대학생은 지난해, 그리고 올봄 입학하는 이른바 ‘코로나 학번’이 가장 큰 피해자다. 이들은 동기 얼굴도 잘 모르는 데 후배들이 들어오고 온라인으로 동아리 모임도 해야 할 판이다. 그 낭만적인 캠퍼스 축제 같은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학술 토론회나 해외 교류 프로그램 역시 그림의 떡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는 하버드 대학의 샌델 교수 같은 석학들의 강의, 그런 강의를 들으며 벌이는 뜨거운 질문과 토론, 이런 모든 것이 차단된다는 것은 ‘코로나 학번’뿐 아니라 우리 코로나 세대 모두의 비극이다.

캠퍼스에 봄은 오고 있지만 ‘코로나 학번’들에게는 잔인한 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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