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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4 (금)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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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겨울 양식의 반이라고 했다. 한 집에서 배추가 보통 반접(50포기) 또는 한접(100포기)씩 담궜고 대가족 집에서는 여러 접(수백 포기)을 담궜다. 배추만이 아니고 무우도 담궜다. 이래서 김장하는 날은 온 집안이 잔치집처럼 떠들석하여 이웃끼리 돌아가며 품앗이를 하기도 했다.

지금 김장을 이렇게 담는 집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많아야 열포기 스무포기 정도 담그는 것이 고작이다. 전같지 않아 먹꺼리가 많아졌고 사시사철 채소가 출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 지 이젠 이나마 김장을 담그지 않는 집이 늘어간다. 어느 설문조사를 보면 310명의 주부가운데 ‘올해 김장을 담지 않겠다’는 사람이 33.2%(103명)나 된다. 이 중 20대 주부는 ‘담글 줄 몰라서 담지 않은다’는 응답이 가장 높다. 김장을 담지 않겠다는 응답자들은 부모나 친지들에게 얻어먹지 않으면 사먹겠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 참 많이 편해졌다. 이리하여 김치가 기업화 품목으로 주문생산할 정도가 된 것 같다. 김치 하나 담글 줄 몰라도 당당해 하는 신세대 주부들이 부럽기도 하다. ‘김장을 담지 않겠다’는 주부가 앞으로는 더욱 더 늘어 김장을 담그는 게 오히려 시대에 뒷떨어져 보이는 세태가 올 줄도 모른다. 돈주고 사먹으면 될 일에 애써가며 김장을 담그는 것은 비경제적이란 말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인스턴트식품이나 규격식품에 길들여져 가는 주부들이 가족의 식탁위에 얼마나 정성어린 음식을 올려 놓는지는 의문이다. ‘음식맛은 주부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옛말이 점차 무색해져 간다. 생활양식은 바뀌어도 가족의 건강은 식탁을 통해 주부가 책임지는 가정생활엔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세상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김장철이 곧 다가온다. 설령 김장을 담글 줄 잘 몰라도 단 몇포기나마 자기 손으로 담근 김치를 가족들 식탁에 올려놓고자 하는 가족사랑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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