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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3 (일)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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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고 김삿갓 문학관

“네 다리 소나무상에 놓인 죽 한 그릇(四脚松盤粥一器) / 하늘빛과 구름그림자 함께 노닐고 있네(天光雲影共徘徊) / 주인이여 무안해 하지 마오(主人莫道無顔色) / 나는 청산이 물에 거꾸로 비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오(吾愛靑山倒水來)” - ‘죽 한 그릇(粥一器)’.

조선 팔도 방방곡곡을 유랑하며 양반들의 부패상과 죄악상, 비인도성을 풍자한 시인 난고(蘭皐) 김병연(金炳淵·1807~1863)의 작품이다. 난고는 별호인 김삿갓 또는 김립(金笠)으로 유명하다. 김삿갓이 어느 시골집에서 죽 한 그릇을 얻어 먹고 남긴 절구(絶句)다. 너무 가난한 촌부는 햇빛과 구름의 그림자가 사발 속에 어른거릴 정도로 멀건 죽을 주고 무안해하였다. 그러나 김삿갓은 오히려 “주인이여 무안해 하지 마오. 나는 청산이 물에 거꾸로 비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오”라며 주인을 위로하였다. 김삿갓은 초탈적이고 몰아적 경지의 시인이었다. 죽 밖에 줄 수 없는 가난한 여인의 심정에 대한 긍휼(矜恤)한 마음을 나타낸 작품이다.

난고는 5세 때 안동 김씨의 시조인 고려개국공신 선평(宣平)의 후예로 선천부사였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죄로 집안이 삼족을 멸하는 위기에 처했으나 노복의 도움으로 황해도 곡산으로 피신해 살았다. 후일 폐족으로 사면돼 강원도 영월 삼옥리로 옮겨 살다가 과거에 장원급제 하였지만 자신의 집안 내력을 모르고 조부를 조롱하는 시제(詩題)를 택한 자책과 폐족자에 대한 멸시 등으로 22세 때 방랑길에 올랐다. 전라도 화순군 동북면 구암리에서 57세를 일기로 별세하기까지 삿갓을 쓰고 전국 각지를 유랑하였으며, 발걸음이 미치는 곳마다 시를 남겼다. 3년 후 둘째 아들 익균이 유해를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노루목 태백산 기슭에 안장했다.

난고는 1천여 편의 시를 쓴 것으로 알려지지만 456편만이 전해진다. 1939년 이응수(李應洙)가 ‘김립 시집(金笠 詩集)’을 냈기 때문에 확인됐다. 영월군이 2003년 10월 하동면 와석리에 개관한 ‘난고 김삿갓 문학관’에 가면 김삿갓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눈에 볼수 있어 연중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온다. 지난 4월11일엔 경기시인협회 회원들이 묘소를 참배하고 문학관을 순례, 난고의 시정신을 기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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