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타고 밀려오는 무한 에너지
천연자원인 서해 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안산·시화호 조력발전소’가 녹색 에너지의 새로운 보고(寶庫)로 우리의 생활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는 세계 230여개 국가 가운데 바닷물을 이용, 조력발전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10개 국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2001년 5월 시화호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뒤 꼬박 10년이 흐른 지난 4월13일 오후 3시 국내 최초로 서해 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힘을 이용, 전력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소양강댐 1.56배 전력생산
인구 50만명 사용할 전기 공급
시화호 수질개선·관광명소 개발
비록 조력발전기의 시운전 과정에서 생산된 적은 양의 전력이지만 바닷물의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생산된 국내 최초의 전기로 기록됐다는 점에서 이날은 우리나라에 조력발전의 시대가 개막됐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날이다.
안산·시화호조력발전소는 단순히 전기 생산을 목적으로 건설된 것은 아니다. 수질오염이 심해 한때 오염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시화호의 수질 개선 또한 조력발전소를 계획하게 된 계기가 됐다.
지난 1980년 정부는 안산 및 시흥지역에 주거단지와 공업단지를 함께 조성, 서울 인구를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신도시 건설을 추진했다. 시화호는 1994년 1월 신도시 건설을 위해 시화방조제를 축조하면서 탄생한 인공호다.
이렇게 탄생한 인공호는 서해 바다와 분리되면서 바닷물의 유통이 차단돼 수질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당초 계획과 달리 더 많은 인구와 공장의 유입으로 생활하수와 공장 폐수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유입,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시화호의 수질 문제는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등 인간의 접근과 생태계를 위협했다.
이에 정부는 시화호의 항구적인 수질 개선을 위한 장·단기 계획을 분야별로 수립했다. 먼 장래까지 내다본 수질 개선 대책으로 시화호의 물을 당초 계획했던 민물 담수호에서 바닷물 해수호(海水湖)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하루 시화호에 1억5천여만t 가량의 바닷물이 유입, 순환되면서 수질이 현재 COD(화학적산소요구량) 3.7PPM에서 2.0PPM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계획에 따라 K-water 측은 밀물과 썰물 때 해수면의 차이인 조수간의 차이를 활용,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고 청정에너지도 생산할 수 있는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게 됐다.
특히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를 부르는 온실가스의 배출 규제와 부존자원의 제한 등으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화석에너지를 대체해 안정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무한 재생이 가능한 조력발전은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으로 미래성장 동력의 핵심기술이다. 조력발전은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로 무궁무진한 해양자원을 이용한 안정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쓰레기 배출이 없고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조력발전소 준공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안산·시화호조력발전소는 시화방조제 한가운데 바닷물을 막아 조성한 13만8천여㎡(축구장 12개 크기)의 부지에 건설되고 있다.
조력발전소는 K-water가 총 사업비 3천500여 억원을 들여 2004년 공사에 착수, 준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건물 15층 높이의 발전소 밑부분에는 수차(水車) 10기와 배수갑문 8개가 자리잡고 있으며 발전기의 직경은 14m, 바람개비 모양의 회전체 날개 길이만도 7.5m에 달한다.
이 거대한 수차발전기를 이용해 하루 25만4천㎾, 연간 5억5천270만kWh(소양강댐의 1.56배)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프랑스 랑스조력발전소(하루 24만㎾, 연간 5억4천400만kWh)를 넘어서는 것으로 인구 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조력발전은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무공해 청정에너지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 비해 발전단가가 싼 것이 장점이다.
특히 홍수조절 등의 영향으로 발전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수력발전과 달리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안산·시화호조력발전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연간 86만2천 배럴의 유류수입 대체효과와 함께 연간 31만5천t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K-water는 기대하고 있다.
안산·시화호조력발전소 건설단 송우복 전문위원은 “지구 온난화와 석유에너지 고갈 위기 등으로 저탄소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며 “녹생성장이 국가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부합되는 녹생성장, 신재생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해 서해안의 무한한 청정 해양에너지 활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안산·시화호조력발전소는 오염된 시화호의 수질 개선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 화석연료의 고갈 위기 등 인간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위기속에서 청정에너지 생산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의 삶을 새롭게 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16일 사람이 청정 자연을 향해 달려나가는 ‘2011 안산 바닷길 마라톤 대회’가 안산시와 경기일보 공동 주최로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안산·시화호조력발전소에서 개최된다.
이번 마라톤 대회를 통해 안산시가 이제 청정에너지 도시, 녹색 해양관광 도시로 거듭나고 있음을 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력발전소 준공으로 시화호는 과거의 오명을 씻고 사람과 온갖 동물들이 찾는 살아 있는 호수로 기억될 것이다.
안산=구재원기자 kjwoon@ekgib.com
사진=하태황기자 hat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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